UPDATED. 2024-04-28 16:26 (일)
화상 환자 창상감염 감시 안 한 병원에 손해배상 판결
화상 환자 창상감염 감시 안 한 병원에 손해배상 판결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4.07 16: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도 화상 환자, 패혈증·뇌수막염·골수염·경막 외 농양 발생
한 달 가까이 항생제 투여만 하고 세균 배양 검사 안 해

화상 환자의 창상 감염에 대한 감시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병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대구지방법원, 판사 성금석)는 피고 측이 원고에게 62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지난 5일 판결했다.

전기장판 사용으로 인해 좌측 둔부에 화상을 입은 A씨는 2017년 11월17일부터 2018년 1월2일까지 피고 운영의 B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패혈증, 뇌수막염, 골수염 및 경막외 농양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B병원은 A씨를 표피, 진피, 지방층까지 손상된 3도 화상으로 진단하고 11월19일부터 입원치료를 시작했다. B병원은 11월21일 A씨에게 가피 절제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병변부위에 2개의 농양 주머니를 확인했다. 수술 후 반복적인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A씨의 화상 병변 부위 농양에 호전 반응이 없자 11월28일, 12월6일 두 차례에 걸쳐 농양제거수술을 시행했다.

입원 초기 일반적인 혼합 항생제 병합요법으로 치료하다가 반응이 없자 11월30일부터 3세대 항생제인 '세프트리악손주'를 투여했고, 이후 상태가 악화된 12월29일 혈액, 창상, 소변, 중심정맥 주입관에 대한 세균배양 및 항생제 감수성검사를 의뢰하고 결과가 나오기 전인 12월30일부터 항생제 '반코마이 신'을 사용했다. 혈액 세균배양 검사결과는 2018년 1월8일 나왔다. A씨의 3개 혈액 검체 중 1개에서, 창상 검체, 중심정맥 주입관 검체에서 각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ethicillin-Resistant Stapylococcus Aureus, 약칭 'MRSA')이 동정 배양됐고, 반코마이신, 테이코플라닉 등의 항생제에 감수성이 있으나 페니실린 계열에는 내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세프트리악손주'는 검출된 황색포도알균에는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A씨의 위 MRSA감염원에 대해 창상에서 전신으로 전파됐다는 추론을 가장 합리적으로 봤다. A씨는 2017년 12월27일부터 고열 및 허리 통증을 호소했고, 다음날부터는 검혈구 감소증, 감염수치 상승, X-ray 검사상 폐부종 소견 등이 나타났다. 12월30일쯤에는 고열(38.5도), 의식저하, 섬망 증상이 나타났다.

B병원은 2017년 12월27일부터 2018년 1월2일까지 A씨에게 세균배양 검사와 항생제 교체 외에 대증 치료를 시행했다. 이 기간 전원이 불가능한 상태(금기증: 의약학에서 특정 의료행위가 환자에게 오히려 해로울 수 있는 상황)에 해당하지 않았으므로 상급병원으로의 전원은 가능했다. A씨는 2018년 1월2일 D대학교 E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E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해 제4, 5 요추 감염성 척추염, 제4, 5 요추 경막 외 농양, 세균성 뇌수막염, 패혈증, 마미총증후군, 화상, 심부전 등으로 감염내과, 신경외과, 심장내과, 성형외과 등에서 치료했는데, 성형외과에서 괴사조직 절제 후 피판술, 신경외과에서 제4, 5 요추 후궁 부분 절제술, 제5 요추 후궁 절제술, 농양 배액술 및 세척술 등의 수술적 치료를 시행했다.  A씨에 대한 신체감정결과 요·천추부 통증 및 운동제한의 장해가 남게됐다.

A씨가 입은 3도 이상 화상에서 가장 흔하고 주의해야 할 합병증은 창상 감염이다. 매일 드레싱이 불문율과 같은 원칙이다. 창상 감염의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까지 매일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 창상 감염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세균동정 검사가 시행돼야 한다. 그러나 B병원은 A씨가 패혈증 등에 걸릴 때까지 창상 감염에 대한 감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것으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2017년 11월30일부터 3세대 항생제인 '세프트리악손주'를 투여했으나 창상에 대한 호전이 없었음에도 주기적으로 창상 감염에 대한 감시를 하지 않고 만연히 동일한 항생제만 계속 투여하다가 환자가 악화된 12월29일 뒤에야 비로소 창상에 대한 세균 동정 및 배양 검사, 항생제 감수성검사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는바, 이는 B병원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해 필요하고도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하는 의사로서 진료계약상 채무를 해태(懈怠)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손해배상을 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