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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정부, 일차의료기관 진료경험 파악하고 정책파트너로 삼아야
[특집] 정부, 일차의료기관 진료경험 파악하고 정책파트너로 삼아야
  • 신광철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공보부회장
  • 승인 2022.04.12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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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 2년···'재택치료 의사’의 하루⑤]
병의원 신속항원검사 특이도 96% 이상···임상 활용가치 충분
"일차의료기관 급성호흡기감염에 전문가적 역량 발휘해야"
신광철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공보부회장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만 2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21년 2분기에 코와 목을 보았다는 이유만으로 전국 75%의 이비인후과 선생님들이 방역조치를 받았다는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조사결과를 보다가 지금 외래에서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사실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전에는 이비인후과라는 이유로 지역주민과 동료들로부터 기피 대상 1호였다. 수많은 방역조치를 당할 만큼 급성호흡기감염에 대한 비강·구강 진찰이 불가피한 과이기에 어쩔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낙인효과로 인해 이비인후과는 2020년 의원급으로만 국한하면 매출감소율 1등의 불명예와 더불어 (2021년 2분기 심평원 자료발표 기준) 2년 연속 마이너스매출을 거둔 유일한 과로 기록에 남았다. 급성호흡기감염을 많이 보고 비강과 비인강의 해부학엔 정통한 과의 특성이었을지, 집단폐업을 목전에 둔 마지막 몸부림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올해 2월 3일부터 전국적으로 시작된 의원급 검사와 비대면진료에 대한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참여는 적극적이었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기에 코로나 검사와 비대면진료를 하는 하루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출근하면서 접수대에 먼저 와있는 환자들을 보며 작년까지 느끼지 못한 이질감을 느낀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비인후과라는 낙인으로 종일 환자가 없던 기피 공간에 이처럼 환자가 몰려든다는 사실이 적응하기 어렵기만 하다. 생각이야 어찌 됐든 진료업무를 시작해야 하기에 2년째 매일같이 온종일 4대 보호구를 챙겨 입는다. 많이 더워지기 전에 이 사태가 끝나 올여름은 보호구 없이 지내길 소망해보는 기도를 하기도 한다. 음압기 전원을 올리고 '우우우웅’하는 모터소리가 시끄럽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음압기를 온종일 틀고 있다 보면 소음성 난청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었는데 이것도 적응이 되어 시끄럽게 느껴지진 않는다.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뜯어 사용하기 좋게 배열해 놓는다. 소독제도 여기저기 손닿기 쉬운 위치에 놓으면 검사에 대한 준비작업은 끝이 난다. 

필자는 신속항원검사를 일 년 가까이 해왔기에 2020년 11월에 일차의료기관에 방문하는 확진자에게 어떤 증상이 있고 증상 발생 이후 언제 내원하는지 그리고 신속항원검사와 PCR검사의 양성예측도를 확인해본 적이 있다. 총 11개 케이스를 기준으로, 환자 대부분은 인후통이 주 증상이었고 발열이 있는 경우는 어린 나이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이 외에도 일반적 감기 증상이 일정 부분 섞여 있고 일부에선 후각이나 미각소실 증상이 있었다. 내원시점은 3~4일 이내였고 신속항원검사 양성의 모든 케이스에서 PCR 검사결과도 양성이었다. 당시는 델타가 지배종이던 시절로 하루 확진자는 대략 2000명 전후, 선별검사소에서 PCR검사로 진단하던 시절이었음을 감안해도 병원에 방문하는 증상이나 시기는 현재와 다름이 없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인 현시점에서 환자들을 문진해봐도 지난 11월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5일 이내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가 대략 90%, 특이도가 96~100%인 것은 일차의료기관 신속항원검사의 신뢰도가 높다는 의미다. 임상적 활용가치가 있다는 뜻이며 현재 이를 시행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다만 외래에서 많은 신속항원검사를 하다 보면 기술적 요인에 의해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이 중요한 요소일 것은 분명하다. 급성상기도감염 증상을 가지고 오는 많은 예에서 조금 전에 음성 결과를 받았지만,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환자가 양성 판정을 받으면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를 받아 곧바로 질병청에 신고한다. 확진판정 후 약물처방까지 마친 뒤에 4대 보호구 중 일부를 교체하고 다음 환자를 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행정업무가 이뤄진다. PCR검사도 하던 시절엔 환자통보, 보고(보건소, 질병청), 기록, 청구(분리청구 포함), 검체위탁 등의 업무들이 있었고 현재는 환자통보, 보고(질병청), 기록, 청구로 축약됐지만 여전히 행정업무는 과하다. 여기에 먹는 치료제까지 처방하려면 업무가 두 배로 는다. 게다가 중간중간 걸려오는 수많은 재택치료 전화는 또 어떠한가. 전화로만 이뤄지는 일이다 보니 수화기 너머 들리는 수많은 반말과 욕, 막무가내 이야기에 정신건강은 피폐해지기 일쑤다. 끊지 않는 전화와 인격 모독성 말에 무너지는 자존감과 더불어 밀어닥치는 검사자의 행렬이 현재 코로나 검사와 비대면진료를 하는 외래의 모습이다.

이번 사태에서 느끼는 점은 (충분한 감염관리가 된다는 가정에서)더 일찍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을 확대했으면 어떠했을까 싶은 아쉬움이다. 대표적으로 정책 참여 문제가 있다. 초기 코로나 환자에 대한 국내 데이터 분석이 없었던 환경에서 경험 있는 의사들을 보다 적극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비인후과 의사들에게 돌아온 폐쇄·격리·낙인을 멈추고 실제 일차의료기관에서 환자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파악하고 정책적 결정을 위한 파트너로 삼았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대한민국 일차의료기관은 경험 많고 실력 있는 전문의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그 어떤 나라에도 없는 의료환경을 끌어낼 수 있다. 2020년 고양시에서 만들어낸 드라이브스루 검사소도 지역의사회를 중심으로 만들어낸 지구촌 자랑거리였다. 일선 의료진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여건이 됐다면 지금보다 멋진 환경이 되어있을 것이고, 단순히 발열만이 첫 번째 증상이라고 여기며 활동하던 방역체계에서 진일보했을 것이다.

지난 시절 동안 대략 5년 주기로 급성호흡기감염의 국가적 재난이 다가왔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반복되리라 미래학자들은 예상한다. 그렇다면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을 단순히 만성질환 중심으로 개편하려는 노력보다, 급성호흡기감염에 전문가적 역량을 발휘해 국민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파수꾼으로 거듭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다. 그러기 위해 사회와 정부는 일차의료기관에서 보는 초기환자에 대한 경험과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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