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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차의료 중심 대응 '포스트 코로나 시대' 최우선 과제
[특집] 일차의료 중심 대응 '포스트 코로나 시대' 최우선 과제
  • 오동호 중랑구의사회장
  • 승인 2022.04.12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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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치료 핵심요소, 주치의 배정과 약물치료
대면진료 감염관리·의료사각지대 대응 필수

코로나19 감염 관리에 국가적으로 많은 시간을 소요했지만 지역에서의 감염 관리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인듯합니다. 4차 유행으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의료시설은 부족한 상황이 반복됐고,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치명률이 낮아지면서 의원급 재택치료와 지역 보건의료 협력체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재택치료 참여가 시작된 것도 이쯤입니다. 올해 초 시작된 의원급 재택치료에 중랑구의사회에서는 총 36곳의 의료기관이 참여했습니다. 진료과는 이비인후과,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피부과, 일반과까지 다양했습니다.

지역사회를 잘 아는 경험 많은 중랑구의사회 회원들은 코로나 조기치료부터 건강관리 상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 상태에 대해 회원들끼리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공유했고, 보건소와의 24시간 협력체계를 통해 재택치료의 한계를 보완했습니다.

일일 확진자 수가 60여만 명까지 치솟았던 3월에는 다시 인턴, 레지던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쉴새없이 전화를 돌려야 했고, 잘 시간도 모자랐습니다. 응급이나 대면 진료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더욱 긴장하고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때마다 격리 상태로 질병과 싸워야하는 환자들이 느낄 막막함과 두려움을 떠올렸습니다. 주치의와의 통화를 감사해하는 환자들의 말 한 마디는 피로감을 씻어주기에 충분하더군요. 재택치료에 참여하는 회원들과도 서로 격려하고 의지해왔습니다.

이렇게 심각하고 장기적인 감염병 사태가 또 다시 반복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새로운 감염병 사태가 5년 주기로 돌아올 것이라 예견되는 만큼 다음 사태에 앞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합니다.

◇신속한 주치의 배정

재택치료의 핵심 요소는 신속한 주치의 배정입니다. 환자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아니라면 격리 기간 동안 발생하는 위급한 순간에 대처하기가 어렵습니다. 감염병 관리에 있어서 환경과 습관의 문제와 건강과 질병의 관리를 위한 주치의로서의 역할 또한 중요합니다.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주민들을 돌봐온 경험 많고 접근성 좋은 의사들의 역할은 여러모로 유용합니다. 여러 과목 전문의가 협력하면서 환자들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효율적이고 유연한 모니터링

모니터링은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확진자 폭증 상황에서 모니터링 횟수를 규정해놓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관리 환자 수는 급증하는 가운데 모니터링 횟수가 일 2회로 정해져있던 시기에는 관리 프로그램의 기술적인 결함까지 발생하면서 많은 혼선을 겪었습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선택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이 유연해야 보다 효과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또 재택치료의 한계 상황을 겪고나니 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 스스로가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기계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하지만 각 가정마다 체온계 정도는 꼭 비치해놓을 수 있도록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간 콜 대응을 위한 보건소 핫라인 구축

재택치료 환자, 특히 고위험군을 24시간 돌보기 위해서는 야간 콜센터와 동네 병원과의 의뢰회송체계가 잘 갖춰져야 합니다. 환자가 늘어나면 야간 콜에 대한 부담도 많아지는 만큼 참여 의료기관 간의 공조, 보건소와 동네병원 간의 핫라인 구축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지역별 특화 약물전달체계 구축

의원급 재택치료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약물 치료입니다. 신속하게 필요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특화된 약물 배송 체계가 꼭 필요합니다. 감염 확산 우려로 퀵서비스 배송도 기피되는 상황에서, 처방약을 대리 수령해 줄 동거인이 없는 독거노인과 1인 가정을 위해서라도 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면진료 의료기관 감염관리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의 시행은 코로나 진료가 일상적인 대면 진료 체계로 흡수되는 전환점을 가져왔습니다. 재택치료 환자의 대면진료 연계는 재택치료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효과를 높여주지만 일차의료기관의 감염관리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일반 환자와 확진자의 공간 분리가 어렵다면 현재 재택치료환자 외래진료센터 운영 방침과 같이 진료 시간을 다르게 하는 방안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진자와 일반 환자의 접점을 최소화하고자 한다면 비대면 진료를 활용하는 편이 최선으로 보입니다.

◇의료사각지대

요양시설은 입소자 대다수가 고령에 기저질환까지 있다 보니 시설 내에서 감염이 한 건이라도 발생하면 빠르게 전체로 확산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의료진이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빠른 중증화 가능성이 높은 어르신들에게 신속한 치료 제공도 어렵습니다. 돌봄 인력이 감염되기라고 하면 입소자가 방치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요양시설에서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지역 보건소와 일차의료기관이 해야 할 역할을 명확히 해놓고 유사 시 즉각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포스트코로나

코로나라는 감염병이 만성질환 위기 상황에 발생한 점이 참 유감입니다. 어떻게 보면 감염병에 가장 취약한 고령인구의 증가에 대한 의료적 대책이 부족해 이렇게까지 코로나 위기가 심각해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지역사회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만성질환 관리체계와 보건의료복지 네트워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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