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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금주법, 간호단독법
한국판 금주법, 간호단독법
  • 전성훈 변호사
  • 승인 2022.04.05 09:4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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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150)

욕구단계설이라는 학설이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인간의 욕구는 단계가 있고, 하위욕구가 충족되면 상위욕구가 나타나며 이를 충족하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하위욕구부터 순서대로 살펴보면, 생리욕구(식욕, 수면욕, 성욕 등) - 안전욕구(위험, 위협으로부터의 보호) - 애정·소속욕구(가족, 친구, 집단의 형성과 귀속) - 존중욕구(자존감, 자신감 등) - 자아실현욕구(자신의 성장·발전)로 구분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는, ‘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은’ 인간의 끝없는 욕구를 적절히 분류하여 이같이 설득력 있는 학설을 만들었다. 그는 학설 발표 후 받은 지적들을 수용하여, 욕구의 발현과 충족이 반드시 단계적으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자아실현욕구보다 상위욕구인 자기초월욕구(타인과 세계에 기여하려는 욕구)가 존재한다고 학설을 보완하기도 했다.
  
그래서 참정권은, 인간이 공동체에 가장 늦게 요구하게 되는 권리이다. 수천 년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과 먹을 것이 있고, 안전이 보장되고, 가족을 이루고, 자존감이 확보된 후에야, 비로소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의 권력구조에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찌 보면 이것은 당연한 순서이기도 하다.
  
최근 수백 년간 평민층은 꾸준히 참정권을 확대해 왔지만, 이는 남성에 국한된 얘기였다. 여성참정권은 19세기 말에야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인정되었고, 이에 자극받아 20세기 초부터 미국에서도 여성참정권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여성계는 크게 두 가지 입법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하나는 여성참정권법이고, 다른 하나는 ‘금주법’이었다. 남편들이 술을 마시고 취하여 아내들을 구타하므로 음주를 금지해야 한다는, 다소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논리에 근거한 주장이었지만, 도덕 재건 운동에 필사적이었던 종교계와 손잡기 위해 여성계는 종교계와 ‘기브 앤 테이크’ 하게 된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제1차 세계대전 중 부족한 남성인력을 대신하여 군수공장에서 남성과 동등하게 일했던 여성들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 결국 1920년 여성참정권법과 금주법은 수정헌법 제19조, 제18조로 나란히 입법되었다.
  
금주법이 시행된 1920년부터 1933년까지는 미국 역사에서 ‘금주법 시대(Prohibition Era)’로 지칭된다. 졸지에 술을 파는 것이 불법이 되어 모든 술집들은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야 했고, 얼마 안 가 술을 마시는 것도 모두 불법이 되었다. 하지만 인간이 수천 년간 마셔온 술을 하루아침에 금지한다는 이상적인 입법은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먼저 술의 재료인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업계는 날벼락을 맞았다. 주류라는 큰 비중의 매출이 없어진 유통업도 휘청였다. 또한 주류 가격은 대부분이 세금이기에, 미국 정부도 수십조 원에 이르는 주세를 거두지 못해 재정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돈 문제보다 심각한 부작용들이 있었다. 첫째, 경한 중독물인 주류가 금지됨으로써, 약물 중독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둘째, 끊이지 않는 엄청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거대한 주류밀매업 암시장이 형성되었고, 이전까지 동네 불량배 수준이었던 마피아들이 밀주 사업으로 세력을 키워 전국구 폭력조직으로 성장했으며,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살인, 납치와 같은 강력범죄를 서슴지 않음으로써 치안이 엉망이 되었다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금주법 시행 후 1년 만에 미국 전체의 범죄가 24% 증가했다. 셋째, ‘알 카포네’로 상징되는 폭력조직들이 법망을 피하기 위해 공무원, 경찰, 심지어 법관에게도 어마어마한 액수의 뇌물을 뿌림으로써,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끗했던 미국 사회가 단시간에 부패 천국이 되었다는 것이다.
  
입법만 하면 모든 사람들이 순순히 법을 따를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미국 입법자들의 판단은 미국 역사상 전대미문의 불복종과 부작용을 낳았고, 대공황까지 겹치자 13년 만에 금주법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는 입법부나 정부가 이상에 치우쳐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펼쳤을 때 국민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이다.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수요가 있음에도 공급을 줄이고, 수요를 충족할 방법(대출)을 제한하고, 조세정책을 써서 ‘특정 지역 밖으로 짜낼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이상적이면서 어리석은가.
  
최근 일부 간호사단체는 이른바 ‘간호단독법’의 입법을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너무나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쉽게 비유하면 ‘간호단독법’은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자’라는 이상적 목표를 양머리로 걸고 개고기를 파는 법이다. 왜 개고기인가? 간호사에게만 다른 직역에 우선하는 독점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협업으로 이뤄지는 의료에서 불분명한 개념으로 간호행위만 분리하여 간호사에게 독점시키며, 무엇보다 간호사에게 적용되는 ‘간호법’을 전체 의료인에게 적용되는 ‘의료법’보다 우월적 지위에 놓기 때문이다. 게다가 ‘간호사 처우개선’은 기존 법률 개정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과, 일부 간호사단체를 제외한 모든 의료인력단체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개고기 냄새는 더욱 진해진다.
  
게다가 일부 간호사단체는 ‘불법진료 원인은 의사 부족, 의대 신설로 해결’이라는 비상식적 주장을 하고 있다. 거꾸로 묻고 싶다. ‘고질적인 간호인력 구인난 원인은 간호사 부족, 간호대 신설로 해결’이라고 주장한다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의사 면허, 간호사 면허 취득 후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청년의료인들이 지금도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의료인단체가, 수요와 공급을 적절히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의료인력 수급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주장이 아닌, ‘수를 늘리면 다 해결된다’는 마치 정치인 같은 비상식적 주장을 내놓는 것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나 정부에 로비하여 일단 입법되기만 하면 모든 의료계 종사자들이 순순히 법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미국 입법자들의 안일한 금주법 입법은, 미국 역사상 전대미문의 불복종과 부작용을 낳았다. 한국판 금주법에 다름없는, 수십만 명이 협업하고 있는 기존 의료 시스템을 무시하는 ‘간호단독법’ 입법이 강행된다면, 의료계에는 대혼란이, 국민에게는 의료대란이 발생할 것임이 불 보듯 뻔하다. 지금이라도 일부 간호사단체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존중하여 비상식적 입법 시도를 중단하고, 간호사를 포함한 전체 의료인의 처우개선을 위한 논의에 참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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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2-04-05 15:59:29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3일 나왔다...

개 식용 금지 입법화, '찬성' 38% vs '반대' 48% | 연합뉴스 (yna.co.kr)



대형견에 발목 뼈 보이게 물렸는데… 견주 `사랑해서 목줄 풀어놨다` - 매일신문 (imaeil.com)



개물림 사고 매년 2천건 넘는데…맹견 입마개 단속 7건 불과 ::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 (newsis.com)



술취한 견주 맹견 풀어 주민들 위협…2명 부상 - 부산일보 (busan.com)



인류의 오랜 개고기 식용 역사등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블로그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blog.daum.net/macmaca/3203

윤진한 2022-04-05 15:58:54
기본권 침해가 맞습니다.
* 영국 더 타임스 기사로 연합뉴스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히포크라테스는 강아지를 균형잡힌 건강식으로 권했었다"
2001, 12, 16, 연합뉴스 김창회기자 보도뉴스

...이 신문은 지금은 서유럽에서 애완동물로 여기는 것들을 먹는데 대해 매우 까다롭게 굴지만 과거에도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라면서 히포크라테스는 강아지를 균형잡힌 건강식으로 권했으며 로마인들은 쥐를 먹었고 스페인 사람들은 고양이고기탕을즐겼는가 하면 스위스 사람들은 개고기 건포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인 개고기 먹지말라고 할 권리 없다"<더 타임스>

@2021,11,3, 연합뉴스 강 민경 기자 보도기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7일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할 때라고 언급한

윤진한 2022-04-05 15:57:44
2022,02,27, 한국경제 정 지은 기자 보도기사

...개 식용 금지를 둘러싼 논쟁은 수년 전부터 치열하게 이어져왔다. ‘개는 반려동물’이라는 주장과 ‘보신탕은 한국 고유 문화’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현행법상 개는 식용 가능한 가축에 포함돼 사육과 도축이 가능하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소.돼지.양.개.닭등을 도축하여 육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중요합니다. 그동안 영.미권 개신교 국가들의 독특한 동물애호단체들의 주장에 경도된 한국인들이, 수천년 역사와 전통을 망각한채, 너무 일방적 주장을 하여, 이런 주장들이 대중언론을 압도하여 왔습니다. 개고기나 보신탕을 수천년 먹어온 동아시아인들의 권리는 일방적으로 매도당해왔습니다.



개를 식용으로 먹어온 국민입장에서 보면 기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