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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성과로 인정받는 합리적인 연구문화 조성돼야”
[특집] “성과로 인정받는 합리적인 연구문화 조성돼야”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2.04.12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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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보영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의대와 심장내과 발전기금으로 ‘상금 전액 기부’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 되고 싶다” 2021년 44개 논문 참여

'유한의학상' 그 영예의 수상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21년 제54회 유한의학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보영 교수(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의 근황을 취재했다.

정 교수는 지난 2020년 발표한 ‘Less dementia after catheter ablation for atrial fibrillation’ 논문으로 유한의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 논문은 전극도자 절제술이 심방세동 환자의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치매 발생 위험도가 높지만 적절한 항응고요법 외에는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했던 심방세동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 연구였다.

정 교수는 이 논문과 더불어 심방세동 치료법에 대한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지식공유대상 유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까지 수상했다. 한 해에 굵직한 수상 이력을 두 줄이나 만든 이후에도 정 교수는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 한 해 총 44건,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이미 4건의 논문에 이름을 올린 그는 수상 당시를 회고하며 자신을 '아직 부족한 사람'이라고 칭했다.

Q. 당시 소감을 다시 한 번 듣고 싶다. 상금은 어떻게 활용했는지 궁금하다.

아직 부족한 사람이 큰 상을 받게 돼서 감사한 마음이었다. 동시에 의학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상금은 의대와 심장내과 발전을 위해 전액 기부했다.

Q. 감염병 시국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연구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오히려 밖에 나가질 못하니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그동안 오프라인 학회가 거의 열리지를 않고, 해외에 나가기도 어려워서 동기 부여가 부족하기는 했다.

Q.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인 연구 목표가 있다면?

지금 연구팀이 꾸려진 지는 7, 8년쯤 됐다. 그동안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화상회의로 만나서 연구하고, 1년에 15개 정도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구성원들은 각자 출신 학교도 다르고 소속도 다르다. 우리 팀은 연구에 대한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인 ‘연구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옛날에 소규모 연구실에서 많이 하던 차트리뷰 논문은 요새 IF(Impact Factor) 5점을 넘기기 어려운데, 다양한 사람이 모여 힘을 합쳐 일하니 훨씬 영향력 있는 논문을 낼 수가 있다. 혼자 방에 틀어박혀서 하는 연구가 아니고 다른 사람들하고 함께 공부하고 발전해나가는 일이라 그렇게 힘들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유한학술상 수상 논문만큼 수준 높은 논문을 1년에 1개 정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팀에서도 또 다른 수상자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Q. 국내 심장내과 동향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심장질환 환자가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미 유병률이 높았던 혈관 질환, 관상동맥 질환 환자들은 오히려 약이 좋아지면서 상태 악화를 막을 수 있게 됐는데 부정맥이나 심부전증 치료법은 아직 좋지 않아서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

의학 연구도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보니 최근에는 건강보험공단이나 해외 빅데이터도 활용하고,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을 연구에 접목하는 시도도 많이 하고 있다.

Q. 끊임없는 연구의 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후배들에게 연구자로서 좋은 선례가 되고, 선진적인 연구 문화를 남겨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연구를 열심히 하게 된다.

왜냐면 옛날에 우리나라에서 교수는 그냥 지도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해외 연구 대가들처럼 본인 연구로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경우를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한다든지 그런 기회들은 그냥 연차 높은 순번대로 돌아갈 때가 많았다.

그런데 우리 병원에 있는 외국인 겸임교수만 해도 최근 5년간 발표한 논문이 400개가 넘더라. 그 400개 논문에서 다 중요한 역할을 맡지는 않았더라도 그만큼 연구를 활발히 해야 인정 받는 문화가 조성되어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연구계 문화도 그런 방향으로 변했으면 한다. 열심히 하고 잘 하는 사람이 대우 받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문화가 만들어지고 자리 잡아야 우리나라에서도 국제 학계를 이끌만한 인재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서다. 지금도 열심히 한다고 여기저기서 상도 주시고 인터뷰도 요청해주시지 않나. 이런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게 후배들에게 열 마디 말보다 나은 조언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Q. 연구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 하면 무엇이 있나? 후배 연구자들에게 하고싶은 조언은?

개방적으로 사고하고 식견을 넓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오늘도 한 후배에게 '혼자 벽 보고 10년을 고민한다고 해서 연구거리가 나오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하고 의견도 많이 나누고 협력해야 발전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공정성이다. 지금 젊은 후배들도 언젠가는 연구팀이라든지 하나의 조직을 책임져야 할 때가 올 거다. 그 때 구성원들이 본인을 믿고 따라오게 하려면 그 자신부터 공정한 평가를 거쳐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바뀌어가고 있지 않나.

다들 이미 알겠지만 연구한다고 큰 돈을 버는 건 아니다.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지식을 찾는 데에 뜻이 있는 훌륭한 연구자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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