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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료계 행사, 관행적인 '화환' 보다 '기부' 문화 형성돼야
[기고] 의료계 행사, 관행적인 '화환' 보다 '기부' 문화 형성돼야
  • 의사신문
  • 승인 2022.03.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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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라 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강서 바로척척의원)

서울시의사회에서 가장 큰 연례행사 중 하나인 제76차 정기 대의원 총회가 지난 26일 개최됐다. 정기총회는 서울시의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로 한 해 예산과 결산은 물론, 의사회의 활동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로, 서울시 25개구의사회 및 특별분회 소속 대의원들이 참석한다.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이세라 부회장

이런 정기총회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축하 화환’이다. 각 직역 및 단체들이 총회를 축하하기 위해 화환을 보내온다. 이번 총회가 개최된 당산동 서울시의사회관 5층 강당 앞에도 수많은 축하 화환이 서 있었다. 그런데 수많은 화환을 보고 있자니 왠지 씁쓸한 마음이 밀려왔다. ‘이것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의료계에는 13만 회원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각 시·도의사회, 150개가 넘는 진료과별 학회·의사회 등이 존재한다. 의료계처럼 내부 단체와 협회가 많은 직역도 드물다. 의대 교수들은 진료과별 학회와 분과학회, 의과대학 내 단체를 결성하고, 개원가들은 지역 의사회와 각과 의사회를 통해 단체를 결성, 매년 2~3차례 행사를 진행한다. 

이런 과정에서 축하 화환 ‘품앗이’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체면’과 ‘인사치레’로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최근 의사회 산하 의료봉사단을 통해 우크라이나 난민 돕기 모금 운동을 벌였다. 여기에는 회원 400여명이 참여해 6400만원을 모았고, 이를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전달했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기 위해 서울시의사회 회원 400여명이 동참한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주변에서도 많은 격려가 이어졌다. 

지난 2년여에 걸쳐 코로나19로 우리 주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의료계가 함께 나누기 위해선 총회나 학술대회 등 대규모 행사가 개최될 때 서로 품앗이처럼 화환을 주고받는 것보다는, ‘쌀’이나 ‘현금’으로 대신하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는 것이 좋은 선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나아가, 매년 의사단체들이 임원진들에게 명절 선물(조품)을 하는데, 대한의사협회만 하더라도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마다 지출되는 비용이 2000만원이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선물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각 지역의사회와 중앙의사회 사이에서 서로 명절 선물은 지양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더불어 명절 때 화환이나 선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면, 받는 분 이름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문화를 가져보는 것을 생각한 것이다. 나에게 오는 감사의 선물이 다른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 아닐까.

곧 있으면 대한의사협회 정기 대의원 총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의사지도자들이 앞장서서 화환 대신 기부 운동을 하는 것이 어떠할까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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