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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전임의 79%가 분만 기피···"'무과실 의료사고 국가보장제' 시급"
산부인과 전임의 79%가 분만 기피···"'무과실 의료사고 국가보장제' 시급"
  • 조은 기자
  • 승인 2022.03.18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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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학회, 윤석열 당선인에 22개 정책제안
불가항력 의료사고·임신 출산비 전액 국가보장
응급분만 지원·인프라 구축 위해 ‘모자보건법’ 개정

저출산과 맞물려 무너지는 분만 인프라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진료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적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임신·출산 비용과 차별 없는 임산부 건강권을 보장해 산부인과 분만체계가 악화하는 꼬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했다.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보장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김훈 사무총장

대한산부인과학회는 18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임산부와 여성 건강을 위한 22개 정책’을 제안했다. 항목은 임산부 건강(10가지), 여성 건강(10가지), 지속가능한 산부인과학 발전(2가지)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2017년부터 질식분만에 한해 의료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질식분만을 시도하다 제왕절개술로 출산하거나, 분만을 위해 입원했지만 분만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본인부담금 5%가 발생한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35세 이상 고령임신부는 2000년 6.8%에서 2019년 33.3%로 늘었다. 이에 따라 조산아·저체중아 출산도 증가했지만, 고위험 임산부를 위한 치료시설은 전국적으로 420병상이 부족한 상태다.

정책 설명에 나선 김훈 사무총장은 “전국 15개 권역, 총 19개의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신설하겠다”며 “고위험 임신부의 의료비와 선천성 기형아의 진단·치료비를 국가가 전액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법률 개정안도 제시됐다. 김 사무총장은 "분만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사각지대에 있는 응급분만을 지원하고 ‘모자보건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응급환자의 ‘차’ 분만 관련 응급증상으로 진통, 출산 및 응급치료를 요하는 신생아 질환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행법은 분만을 응급환자로 정의하고도 시행 규칙에 출산·신생아 관련 항목이 명시되지 않아 이들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지원받지 못한다. 또 지원이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 집중치료시설’에만 국한돼있어 일반 산모를 위한 의료시설엔 국가 책임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불가항력 의료사고는 전액 국가가 부담하는 '의료사고 공적보상제’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무과실 보상제도를 일본 수준으로 보완해, 모자보건 전문인력 공백을 예방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취약지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는 의료사고의 위험성(56%)과 열악한 근무환경(28%)이다.

실제 매년 배출되는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는 지난 2004년 259명에서 2020년 124명으로 15년새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산부인과 전공의 57%가 전문의 수료 후 분만을 포기하는 상황이다. 또 산부인과 4년 차 전공의와 산과 전임의 79%도 의료사고의 위험 때문에 분만을 담당하지 않겠다고 했다.

분만취약지를 해결하려면 의사와 임산부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의료사고 공적보상제 도입이 필요하다. 또 의료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뇌성마비, 출산 관련 모성사망엔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공적보상이 행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학회가 책정한 보상금은 뇌성마비 발생 시 건당 3억원, 출산 관련 모성 사망 시 1억원이다. 

김 사무총장은 "임신·출산 정책을 다루는 정부 부서를 통합해야 한다"며 "현재 여러 부서에서 해당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가 없어 상반된 결과를 야기한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임신·출산 정책에 관여하는 부서의 업무를 통합해 신속한 집행을 가능토록 하는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며 "통합 거버넌스는 보건의료정책실 내 공공의료정책관의 응급의료과처럼 독립적인 과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학회가 제안한 이번 22가지 정책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맞이해, 윤석열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됐다.  

끝으로 박중신 이사장은 "저출산을 유발하는 사회적 기전의 마지막 단계인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지원은 비교적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정책”이라며 "윤 당선인은 헌법 수호자로서 여성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실효성 있는 모성보호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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