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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은퇴했지만 연구는 멈추지 않아요”
“교수는 은퇴했지만 연구는 멈추지 않아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03.1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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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재일 인샤인피부과의원 원장(대한건선학회 초대 회장)
서울대병원 재직 당시 진료 대기 가장 길어···최근 ‘건선 클리닉’ 제3판 출간

한때 전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대기를 해야 했던 서울대병원 교수의 진료를 지금은 며칠 전에만 예약해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 큰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 대한건선학회 초대 회장과 대한피부과학회 회장 및 이사장을 역임한 윤재일 인샤인피부과의원 원장의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인 지난 1982년 국내 최초로 서울대병원에 건선 전문 클리닉을 개설한 윤 원장은 2012년 정년퇴임을 맞았고, 이후 국립중앙의료원에도 건선 클리닉을 개설해 5년간 진료한 후, 2017년에는 그의 아들인 윤성환 원장이 서울 역삼동에 개원한 인샤인피부과의원에도 건선 클리닉을 개설해 주 3일 진료를 하고 있다. 어느덧 개원 5년 차를 맞은 만큼 이제는 그도 ‘원장’이란 호칭에 꽤나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각 진료 과목에 기라성 같은 의사들이 포진하고 있어 유명 교수들의 진료를 받기 위해 수개월씩 대기하는 게 별로 놀랍지도 않은 서울대병원이지만 그 중에서도 윤 원장의 진료를 받으려면 가장 오랫동안 대기를 해야 했다. 당시 한 일간지에서 전국 30여 개 대학병원의 진료 대기 현황을 분석한 결과 그만이 유일하게 1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병원에 있을 때는 너무 환자가 많아 시간적 여유가 없었는데, 의원에서는 더 여유가 있어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고 환자들도 더 편안하게 증상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좋네요.”

최근 그의 진료실에서 기자와 만난 윤 원장은 이같이 말했다. 인생 대부분을 의대 교수로 살아온 그가 ‘동네 의원’의 접근성에 따라 환자가 누릴 수 있는 장점을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의원급 특성상 타과 의뢰가 쉽지 않아서 앞으로는 의원급끼리도 필요에 따라 타과 의뢰를 쉽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다”고도 했다.

교수를 은퇴하고 어느덧 70대 중반이 돼 백발이 성성해진 모습이지만 환자를 위한 그의 열정은 교수로 한창 활동하던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윤 원장은 건선 환자를 위한 지침서 ‘윤재일 박사의 건선 클리닉 개정 3판’을 출간했다. 지난 1998년 제1판을 출간했고, 2004년 개정판에 이어 2012년 개정 2판을 냈는데, 10년 만에 그동안 개발된 새로운 치료와 관리법 등을 추가한 개정판을 낸 것이다. 3차 병원부터 2차 병원, 1차 의료기관에 이르기까지 40여 년 동안 대한민국 모든 의료전달체계를 거친 그의 진료와 연구 경험을 녹여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윤 원장은 서울의대 정년퇴직 이후에도 지금까지 계속해서 연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했다. 매년 한 편 이상 논문을 발표해 퇴직 이후에 발표한 국내 논문만도 지금까지 20편에 이르고, SCI(국제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에 등재된 논문도 7편에 이른다. 국내외 강연도 퇴직 이후에만 23회에 걸쳐 진행했다.  

그가 최신 치료 동향의 연구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국내에서 만성 피부 질환인 건선 환자가 지금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습관의 서구화와 급속한 스트레스의 증가 등이 주요 원인이다. 실제로 건선 유병률은 서양인이 약 3%, 동양인이 약 1% 정도인데 아직까지 국내 건강보험 환자는 약 16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즉, 우리나라 인구의 1% 수준인 50만 명까지 증가할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고 더 증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치료에 쓰이는 비타민D 제제의 국소치료제나 단일파장치료, 표적레이저광치료, 경구치료제 및 최근의 생물학제제 등은 모두 최근 40년 이내에 개발돼 전 세계적인 표준치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제가 1982년 서울대병원에 건선클리닉을 개설했을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네요.”

윤 원장은 서울대병원 건선클리닉에서 국내 최초로 임상시험을 통해 발표한 비타민 D연구, 311mm 단일파장광치료법을 시작했다. 이후 나온 티가손, 네오키가손, 사이클로스포린을 비롯해 스텔라를 비롯한 몇몇 생물학제제들도 이제는 건선 치료의 필수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윤재일 교수는 “건선클리닉을 운영한 지 40년이 된 오랜 연구와 경험을 기반으로 쓰여진 이 책이 건선 환자들의 치료와 관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건선 연구에도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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