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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다치면 치료비 지급?···"승객 과실은 보상 불가"
지하철에서 다치면 치료비 지급?···"승객 과실은 보상 불가"
  • 조은 기자
  • 승인 2022.03.04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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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승객, 피해보상 소송·협박 불사하기도
"무분별한 보상청구가 공사 재정난 악화시켜"
사진=서울교통공사
사진=서울교통공사

2019년 7월 1호선 서울역서 열차를 타다가 끼임 사고를 당한 A씨는 공사에 1천만원을 요구했다. 공사가 손해사정사와 협의해 보상금액을 제시하자 A씨는 금액이 적다며 배상담당자와 서울역 역장·부역장을 형사고발하고, 담당자 이름을 유서에 쓰고 자살하겠다고 협박했다. 자택에 방문한 손해사정사에게는 흉기까지 보여주며 위협했다.

3일 서울교통공사는 “승객의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에는 치료비가 지급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지하철에서 다치면 누구에게나 치료비를 지급한다는 허위소문을 듣고 무리한 보상을 요구하는 시민이 여럿 있어 업무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는 사상사고처리규정에 따라 책임소재를 파악한 후, 책임이 공사에 있을 때만 사고처리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배상 업무를 담당하는 공사직원은 "본인 과실이 명백한 사고에 대해 보상이 어렵다고 답하면 ‘죗값을 받을 거다’ ‘당신이 판사냐’ ‘세금 받고 그렇게 일하냐’ 같은 모욕적 표현이 돌아온다"며 "이럴 때 가장 대하기 난감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공사 책임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 사고에도 납득할 수 없는 보상액을 제시하고 막무가내로 위협을 가하는 경우가 많아 힘들다”며 "심한 경우 공사에 민형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승객 과실이 명확해 무혐의나 공사 승소로 종결됐다”고 했다. 

실제 최근 10년간 소송이 진행된 사례를 보면 18건 중 17건(94.4%)이 공사 승소로 판정났다. 승소는 원고(사고자)가 피고(공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해 공사 배상책임이 50% 미만으로 인정된 사례다.

부주의 사고 사례로는 △출입문이 닫히는 도중 무리하게 뛰어들어 승차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기 △이어폰을 꽂은 채 휴대전화를 보며 열차를 타다 발빠짐 △음주 상태로 에스컬레이터나 계단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짐 등이 있다.

공사는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보상액 지급이 늘어날수록 보험료가 상승하고 무분별한 보상청구는 공사 재정난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최판술 서울시의회 의원은 “역사 내 음주, 부주의 사고를 시민 세금으로 보상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세금이 올바른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서길호 서울교통공사 영업지원처장도 "'부주의 사고는 보상 불가' 원칙을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며 "공사 책임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사후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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