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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걸린 영아, 소아과 의사 부족해 숨졌다고?"···소청과 의사들 '뿔났다'
"코로나 걸린 영아, 소아과 의사 부족해 숨졌다고?"···소청과 의사들 '뿔났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2.02.24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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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과의사회, "전문과 존재 자체 불가능"··· 정부에 지원 대책 촉구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최근 수원시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된 생후 7개월 영아가 응급실 이송 도중 숨지는 일이 벌어지자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또 아이들을 희생시킬 것이냐’며 정부에 지원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24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생후 7개월 영아가 코로나19에 확진돼 열성경련 증상을 보였다. 신고 접수 이후 8~9분 만에 119가 도착해 영아는 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실로 급히 이송됐지만 결국 병원 이송 도중 숨을 거뒀다.

‘병상이 부족해 영아가 숨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방역당국은 “병상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하고 나섰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할 때 주변 병원에 환자 상태와 나이 등 정보를 주고 수용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라며 “병원들이 (7개월 영아) 수용이 곤란하다고 했던 사유는 응급실 병상이나 격리병상이 있으나 소아과 전문의가 없다는 것과 영아에게 청색증이 나타난 상태로 소생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반장은 “소아의 경우 (병원이 수용을 결정할 때) 병상이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소아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있는지도 영향을 미치는데 그런 상황들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의사회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저출산과 코로나19 유행의 여파로 가장 최일선에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소아청소년과는 현재 전문과로서 존재 자체가 불가능 할 정도의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는 직원 월급을 줄 돈이 없어 직원 수를 줄이다 줄이다 이제는 그 마저도 여의치 않아 무수히 폐업하고 있고, 레지던트는 우리나라 모든 병원에서  2년 연속 한 명이라도 뽑은 병원이 드물다”며 “대학병원 교수들은 주간 진료 후에 번갈아 가며 야간 당직까지 서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전문의 과정을 갓 마친 사람은 봉직의 취직 자리도 없고 개업할 수도 없다”면서 “소청과는 비급여가 전무한 과이고 검사나 수술을 할 수 있는 과도 아니며, 병원 운영에 필요한 수입의 대부분을 정부에 의존하는 연금 없는 공무원이나 다름없는 처지”라는 자조섞인 비판도 내놨다. 

또한 “부산, 대구, 대전 같은 광역시 응급실에 2년 연속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가 없었고, 전주에선 100년 역사의 전주예수병원에서 아이를 낳을 수가 없어 산모가 그 먼 길을 달려 대전으로 응급 후송되고 있다”며 “동탄 같은 인구 밀집지역의 대학 병원이 소아응급실을 폐쇄했고, 심지어 이번 사건에서 아이를 후송받은 고려대의료원은 산하 3개 병원 모두 2년 연속 레지던트가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의사회는 “지난 몇십년 간 정부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는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책 지원이 전무했다”며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하면서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 있도록 제발 도와달라’고 목이 터져라 외쳐왔지만 복지부, 질병청, 기재부 연금보건예산과, 건정심은 외면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아청소년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게 제발 지원해 달라’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처절한 외침에 ‘그래? 지원해 주면 뭐를 더 잘해줄거냐’ 같은 한가한 소리 더 이상 하지 말라”며 “직원 월급은 줄 수 있고, 건물 세는 낼 수 있고, 취직자리도 있고, 낮에 외래 진료 후 집에는 갈 수 있어야 그나마 버틸 수 있는데 몇 십년간 월급 한 푼 안 오르는 직장에서 어떻게 더 이상 버틸 수가 있겠느냐”라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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