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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회 제35대 상임진 칼럼] 제시 젤싱어 사건과 더닝 크루거 효과
[서울시의사회 제35대 상임진 칼럼] 제시 젤싱어 사건과 더닝 크루거 효과
  • 의사신문
  • 승인 2022.02.1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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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눈에미소안과의원)
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mRNA 백신의 기반이 되는 유전물질 연구의 역사는 오래됐다. 1961년 mRNA가 최초로 발견되었을 때, 생명의 신비를 담고 있는 이 물질이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mRNA를 백신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소수 그룹이 있었다. 유전정보 전달체를 통해 궁극적으로 유전자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실제로 mRNA를 활용한 유전자 치료는 쉽지 않았다. 

그 이유로는 첫째, mRNA를 인체로 주입하기가 어려웠다. mRNA는 지극히 불안정한 물질이기에, 유전정보를 담은 전달체를 인체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벡터가 필요했다. 인체 침투에 일가견이 있는 바이러스 벡터들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바이러스가 사용됐다. 무해하고 효과적인 전달체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주로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가 선호되었다. 둘째, mRNA가 실험에 성공적으로 전달되었다 해도 생체 내 효과를 발휘하는 비율이 미미했다. 생쥐실험에서 mRNA 주입 시 안착하는 경우가 0.02%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mRNA 추출 성공 이후 여러 실험실에서 이를 활용한 각종 유전질환 치료제를 시도했다. 

제시 젤싱어 사건은 이러한 과정에서 일어났다. 1999년 8월 펜실베니아 대학(유펜)의 인간유전자 치료 연구소의 피험자였던 제시 젤싱어가 임상시험 도중 사망했다. 18세 소년은 오르니틴 카르바밀전이효소 결핍증(ornithine transcarbamylase deficiency)을 앓고 있었다. 유펜 임상시험 심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의 승인을 거쳐 유전자 치료 1상 연구에 피험자로 선정되었다. 기능하지 못하는 간세포가 해당효소를 분비하도록 조작된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를 주입한지 사흘 만에, 젤싱어는 벡터에 대한 면역과민반응을 보이며 간부전 등으로 사망했다. 결과적으로 mRNA를 활용한 치료법이 인체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mRNA와 유전자 치료 관련 학계에서는 제시 젤싱어 사건 이후로 ‘유전자 치료의 겨울’이 도래했다고 보고 있다. mRNA 코로나19 백신이 나왔다는 것은 여러 한계점을 극복하고 mRNA 기술이 실제 인체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감염병 위기에서 구원투수처럼 극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더 놀라웠다. 

그러나 mRNA 백신은 유전물질 주입 치료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만큼 미약하다는 것과 mRNA 전달체 관련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과학계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실제 백신의 효과가 지속되지 못하여 돌파감염 등이 발생하는 등 소위 ‘물백신’ 논란 및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전달체인 지질나노입자(LNP) 내 폴리에틸렌글리콜(PEG) 관련 부작용 보고가 끊이지 않았다는 것도 mRNA 백신이 극복해나가야 할 장벽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반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최초의 mRNA 백신이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될 가능성은 높다. 향후 끊임없이 개선되리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제시 젤싱어 사건은 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쉽지 않으며 늘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를 견지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는 말이 있다. 잘못된 결정을 내려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도 스스로 오류를 알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심리학 이론의 인지편향(認知偏向) 중 하나이다. 코넬대학교 사회 심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더닝과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가 코넬대학교 학부생들을 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마련됐다. 더닝 크루거 이론에 따르면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한다. 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한다. 또 능력이 없는 사람은 타인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며,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발생한 결과를 알지 못한다. 훈련을 통해 능력이 향상된 후에야 이전의 능력 부족을 깨닫고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코로나19 로 인한 보건의료 위기 상황이 벌써 2년을 넘어섰다. 잦아들기는커녕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한 확진자 급증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다시금 고비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각종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초창기 효과를 유지하지 못하고 각종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제시 젤싱어 사건을 돌이켜볼 때 백신과 관련 기술에 관한 신중하고 겸허한 판단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방역완화와 일상 전환을 꾀했던 소위 ‘위드 코로나’ 정책도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주춤하고 있다. 문제는 근시안적인 정부와 방역 당국에 있다. 코로나19 위기 내내 감염병 대응 인프라 확장과 보건의료체계 개선이라는 거시적 개혁에 나서지 못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홍보와 선심성 치장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백신 패스 정책과 청소년 강제 접종 논란 등에서 두려운 것은 정부와 방역 당국이 더닝 크루거 효과에 빠져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국면에서도 의료계는 물론 국민과의 소통에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다시 위기 소통에 나서서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가는 정부 방역 당국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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