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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주치의제’ 실제적인 실행단계 준비해야”
“이제는 ‘주치의제’ 실제적인 실행단계 준비해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02.1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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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선우성 대한가정의학회 제16대 이사장
최근 4당 도입 긍정 입장에 고무적···장기 마스터플랜 시동 기대

“이제는 주치의 제도의 실제적인 실행단계를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최근 취임한 선우성 제16대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이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치의 제도의 국내 도입을 위해 학회가 발 벗고 나서겠다고 밝혔다.

주치의 제도는 국민 모두가 ‘동네 의원’ 중 한 곳을 ‘주치의’로 지정하고 평생 동안 일차 진료와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를 말한다. 주치의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필요 시 대학병원에 진료 의뢰도 할 수 있다. 현재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스페인, 이태리, 노르웨이,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 각각 형태는 다르지만 ‘주치의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대한가정의학회는 오래전부터 우리 실정에 맞는 주치의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주치의가 환자들에게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건강관리를 제공할 수 있어 국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함은 물론 이를 통해 질병 예방을 철저히 하고 과잉의료를 방지함으로써 의료비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학병원은 대학병원대로 경증 환자 쏠림을 줄이고 본연의 역할인 중증 진료와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즉, 주치의 제도를 통해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온 우리나라의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도 자연스럽게 정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활성화된 비대면 진료에 있어서도 평소 환자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날 선우성 이사장은 “그동안 국내외 여러 연구와 제도들을 통해 주치의 제도가 국민 건강에도 도움을 주고, 의학의 발전에도 일조하며 의료비 자체도 줄이는 양질의 의료제도임이 밝혀졌다”며 “이런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제는 실제적인 실행단계를 준비해야 할 때이며, 이에 우리 학회는 주치의를 담당할 일차 진료의를 양성하는 사명과 수련 후 교육에 좀 더 박차를 가하고,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지역 단위의 주치의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선 이사장이 이같은 포부를 밝힌 것은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현재 4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 정의당)이 모두 주치의 제도 도입 취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들도 주치의 제도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지난 2020년 7월 17일부터 21일까지 전국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주치의 제도 도입을 위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자 10명 중 9명 꼴로 주치의 제도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 이사장은 “최근 4당에서 주치의 제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실제로 정부에서 장애인에 한해 주치의 제도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도 한 만큼 장기 마스터플랜을 갖고 제도 도입을 위한 시동이 곧 걸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너무 많은 전문 진료 과목이 동네의원으로 개원했고, 보험문제와 국민의 선택권, 의료계 내부의 합의 등 주치의 제도와 관련한 여러 문제가 얽혀있다. 특히 의료계 일각에서는 주치의 제도가 정부가 민간의료를 완전히 통제하는 ‘관치의료’의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선 이사장도 “이런 선결 과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단기간에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국민들에게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가정의학에 대해 바른 홍보를 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을 활용해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정의학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크게 감소했고 일차 진료가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선 이사장은 “그렇다고 당장 전공의 지원율을 늘리기 위해 편법적인 수단을 쓰거나 쉬운 길을 택하지는 않고 가정의학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도 그동안 홀대받아 온 일차 진료 교육 프로그램이 명문화돼 앞으론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가족주치의 가정의’의 역할과 활동이 인정받는 미래가 뚜렷하게 보여졌을 때 전공의도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선 이사장은 또 “경제적인 보상이 적고, 상대적으로 불합리한 수가 체계에 노출된 현 시점의 일차진료 영역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의 규모가 크지 않아 지도전문의들도 많지 않은 현재의 열악한 가정의학과 전공의 수련의 질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선 이사장은 “수련의 질을 바르게 평가하고 수련 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학회 내에 CTFM(Committee for Teachers of Family Medicine)을 작년에 창설했고, 여기서 전공의들에 대한 CPX(Clinical Performance Exam) 형성평가, 2차병원 전공의들을 위한 연구지원위원회 등을 새로 계획했다”고 말했다.

선우성 이사장은 “제 임기 내에 어떤 특별한 업적을 꼭 이룩하겠다는 목표보다는 향후 가정의학, 의료계,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는 밑거름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훌륭한 학회 임원진들과 함께 묵묵히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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