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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10개단체, ‘간호법 저지 공동비대위’ 출범···입법 중단 촉구
보건의료10개단체, ‘간호법 저지 공동비대위’ 출범···입법 중단 촉구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2.02.08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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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발대식 개최···간호단독법 저지 투쟁 본격화
타 직역 면허 침범 우려··· ‘민관협의체’ 구성 요구
13일 공동궐기대회는 오미크론으로 잠정 유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이른바 ‘간호단독법’ 제정에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법 제정에 반대하는 보건의료단체들이 8일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입법 저지 작업에 돌입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10개 보건의료단체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관에서 비대위 발대식을 열고 “오미크론으로 전 국민이 고통 받고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대한간호협회가 불필요한 정치·사회적 혼란을 초래하는 간호단독법 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만일 법 제정이 추진·강행될 경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간호단독법 저지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동시에 법안 철회를 위한 투쟁의 의지를 표명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구성됐다. 비대위 구성에 참여한 보건의료단체는 의협과 병협을 비롯해 대한치과의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 10곳에 이른다. 

이날 비대위는 결의문을 통해 “간호단독법은 간호사의 배타적인 면허범위 확대, 의료법 등 보건의료관계 법령과의 충돌, 다른 관계 법령보다 간호단독법의 우선 적용 문제, 다른 보건의료직역과의 불필요한 지휘·감독체계 명시 등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인해 현행 보건의료시스템을 심각하게 교란시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상당한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간호단독법은 현행 의료법 중심의 의료체계를 간호단독법 주축의 간호체계로 변경해 현행 면허제도를 와해시킴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대한 위협을 초래하는 법안으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공동대표를 맡은 이필수 의협 회장은 “간호단독법안은 간호사의 간호행위를 독점적·분절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며 “간호단독법이 통과될 경우 의사가 수술·시술 중 환자에게 해오던 의료행위라 할지라도 간호행위로 분류될 경우 무면허 간호행위에 해당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는 것은 물론, 국민 건강에 심각한 해(害)를 끼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간호행위나 간호정책이 의사의 의료행위나 의료정책보다 더 우선하도록 해 보건의료 정책의 근간을 붕괴시키는 비상식적 입법”이라며 “추후 간호사 단독 의료기관 개설을 위한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독소 조항이 들어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특히 이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수고하는 보건의료분야의 다른 직역은 일체 배제한 채 오로지 간호협회에만 재정적 특혜를 주도록 하고 있다”며 “보건의료 10개 단체는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간호법안의 부당성을 국민에게 알림과 동시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간호단독법을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용수 응급구조사협회 상임부회장 역시 “8만~10만이 넘는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환자 간호’와 상관 없는 직역에서 일을 하고 있다. 법으로 허용한 간호사 업무 영역이 87개에 달하고 있다”며 “간호사들은 그동안 다른 보건의료 직역들의 업무를 방해해 왔다. 간호단독법이 통과되면 간호사의 처우 개선이 아닌 의사 진료행위는 물론 전문 보건의료 진료 분야를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비대위는 간호협회에 간호인력의 전문성과 권익을 찾을 본질적인 해법이 무엇인지 이성적인 토론의 장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간호단독법 제정안은 단순히 의료법에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를 따로 떼어내서 독립적인 법을 만드는 문제를 넘어 보건의료 체계 전반의 프레임이 바뀔 수도 있는 만큼,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이유다.

비대위는 법안에 대해 “간호사가 응급구조사나 의료기사 등 다른 직역의 면허 범위를 침범할 뿐만 아니라 소수 보건의료 직역의 존폐 자체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간호사가 방문간호센터 등 의료기관 밖의 각종 간호기관에서 의사의 지도 없이 단독으로 간호 및 상담·교육 등이 가능할 수 있게 된다”며 “결과적으로 의원, 장기요양기관, 보육시설, 사회(장애인)복지시설에서 간호사를 의무 고용하게 돼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여러 보건의료인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노인복지법상 인력으로 간호사와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왔던 요양보호사의 경우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간호사의 보조인력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은 물론, 보건의료직역 간의 갈등이 심화돼 향후 보건의료체계의 대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송재찬 병협 상근부회장은 “간호사의 처우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간호법이 아니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안에서 모든 직역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논의해야 한다”며 “모든 보건의료인이 머리를 맞대 신중히 논의돼야 할 사항인 만큼, 오미크로 대유행이 끝난 뒤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수현 치협 부회장도 간호사들의 단독직역에 관한 법률보다는 보건의료인 전체가 의료법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바탕으로 상생하고 타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홍 부회장은 “의료법이 낡았다고 생각하면 혼자 단독행동을 하지 말고, 상위법인 의료법과 함께 우리나라 국민 전체의 공중보건을 이야기하는 공중보건법을 먼저 논의힌 뒤 각 직역에 관한 하위법을 함께 논의해 나가자”고 간호협회에 제안했다. 

아울러 비대위는 간호협회를 겨냥해 “의료법이 일제의 잔재라면서, ‘세계 90개국 이상에 간호법이 있다’는 간호협회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만큼, 각자의 주장에 대해 공개토론을 통해 확인하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토론의 장을 제안했다. 

국회에 대해서도 “간호법을 졸속으로 강행 처리해서는 안된다”며 “대선 전 포퓰리즘에 매몰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자중해 달라”고 호소했다. 각 당의 대선 후보들에게도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전반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를 대통령 직속으로 구성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결의문을 대표로 낭독한 홍옥녀 간호조무사협회장은 “진심어린 요구에도 불구하고 간호단독법의 지속적인 제정 추진을 강행할 경우 비대위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간호단독법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비대위에 참여한 10개 단체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해 오는 13일로 잠정 예정돼 있던 간호법 반대 공동 궐기대회 개최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이필수 회장은 “비대위는 오미크론 확산 저지를 위한 대응에 전력을 다하기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단으로, 13일 개최 예정이던 공동 궐기대회를 잠정 유보하기로 긴급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10개 단체의 결단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간호단독법 제정을 위한 심의를 시도한다면 10개 단체는 모든 역량을 총 결집해 더욱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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