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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사유 불명확"···의원에 2억 4천만원 상당 과징금처분 취소
"처분사유 불명확"···의원에 2억 4천만원 상당 과징금처분 취소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2.0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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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측 '관련서류 미제출 등' 모두 절차위반으로 봤으나
피고 측이 부과한 과징금 부분···처분 허가범위 특정 불가

처분사유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의원에 부과된 2억 4000여만원의 과징금·부당이득금 환수처분 등을 취소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정용석)는 “처분사유가 인정되는 부분과 인정되지 않는 부분을 특정할 수 없는 이상,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와 관계없이, 이 사건 각 처분 전부를 취소하여야 한다”며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자체장 등이 부과한 과징금과 부당이득금 환수처분을 지난해 11월 모두 취소했다.

원고A는 의료법인으로 창원시 마산합포구 소재 건물 1, 2, 3층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주 진료과목으로 하는 'C병원'을, 같은 건물 4, 5층에서 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의 입원치료를 주로 담당하는 'D요양병원'을 개설·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8년 2월쯤 D요양병원에 대하여 2017년 1월부터 12월까지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 청구내역 등에 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복지부는 2019년 12월19일 원고에게 '일부 수진자의 경우 D요양병원이 아닌 C병원 1층 진료실에서 외래진료를 실시한 후 진찰료 등 487만원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하고, 원외처방전을 요양급여대상으로 발행해 1838만원의 약국약제비를 청구하게 하며, 본인부담금 62만원을 과다징수하고, 입원료 산정기준을 위반하여 요양급여비용 15만원을 청구하며, 외박한 입원환자 식대 5,340원을 거짓 청구하였다'는 사유로 구 국민건강보험법(2020년 12월29일 법률 제177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9조 제1항에 따라 7214만여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0년 2월24일 원고에게 위와 같은 요양급여비용(약국약제비는 제외)을 부당청구하였다는 사유로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566만여원의 부당이득금 환수처분을 했다.

복지부는 2020년 3월13일 원고에게 '일부 수급권자의 경우 D요양병원이 아닌 C병원 진료실에서 외래진료를 실시한 후 진찰료 등 940만원을 의료급여비용으로 청구하고, 원외처방전을 의료급여대상으로 발행하여 2880만원의 약국약제비를 청구하게 하며, 본인부담금 12만원을 과다징수하였다'는 사유로 의료급여법 제29조 제1항에 따라 1억 5332만원의 과징금 부과처분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청장은 2020년 4월27일 원고에게 위와 같이 의료급여비용(약국약제비는 제외)을 부당청구하였다는 사유로 의료급여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952만원의 의료급여비용 부당이득금 환수처분을 했다.

A의료법인은 이에 대해 각 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피고들이 D요양병원에서 이뤄진 모든 외래진료가 C병원 진료실에서 한 것으로 단정해 해당 진료를 통해 청구된 요양급여비용 내지 의료급여비용 전부를 부당금액으로 산정했으나, 실제로는 일부 환자들에 대해서만 진료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법 위반에 관해서는 C병원 진료실에서 일부 환자에 대한 진료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로서 진료를 요청하는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진료를 했고, 해당 의사가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행했으며 환자의 안전도 저해하지 않았으므로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D요양병원에서 C병원 진료실을 이용한 것은 의료법 제39조 제1항에 따른 동의에 의한 시설 등의 공동이용에 해당한다고 볼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공동이용기관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미제출 한것과 관련해서는 “D요양병원은 건물 5층에 진료실이 있고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이 사건 진료실에서 오직 진찰만을 시행했으므로 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었다”며 “처분서의 기재에 의할 때, 원고의 의료기관 개설지 외 진료 관련 의료법 위반만을 문제 삼을 뿐이고, 처분서에 요양급여기준위반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으므로, 원고가 의료법을 위반하지 않은 이상 이 사건 각 처분은 모두 위법하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환자의 사정 또는 요청에 따라 의료법 취지에 맞게 진료실에서 안전한 방법으로 환자를 진료했음에도, 단지 공동이용기관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의 외래진료 관련 요양급여비용 내지 의료급여비용 전액을 부당금액으로 산정하고, 그에 따른 과징금 역시 기계적인 기준에 따라 산정하는 것은 비례원칙상 목적의 정당성조차 인정될 수 없다”고 변소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원고 소속 의사들이 D요양병원이 아닌 C병원의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진료한 것과, 규정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하여 공동이용기관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미리 제출하지 않은 것은 모두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에서 과징금 및 부당이득징수의 처분사유로 규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피고 측이 의료법 위반만을 문제 삼을 뿐, 국민건강보험법령 등에 따른 요양급여기준 위반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원고 주장에 대해서는 “이 사건 각 처분 중 각 과징금 부과처분의 '처분의 이유'란에는 국민건강보험법령 내지 의료급여법령 및 그 하위 규정들이 기재돼 있다”며 “각 부당이득징수 처분에서도 국민건강보험법 내지 의료급여법을 근거 법령으로 들고 있으므로, 이 사건 각 처분은 국민건강보험법령 및 의료급여법령에 따른 요양급여기준 및 의료급여기준의 위반사실에 근거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약국약제비에 관해선 청구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약국약제비에는 병원 내 진료실 이용과 관계가 없는 약국관리료,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의약품관리료 등이 포함되는데, 부당이득금으로 산정된 약국약제비가 이 사건 진료실의 공용이용에 관한 비용이라거나 국민건강보험법령 내지 의료급여법령 및 그 하위 규정들에서 정한 적용기준을 위반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즉 각 처분사유는 약국약제비를 제외한 진찰료 청구 및 본인부담금 과다징수, 입원료 산정기준 위반 청구, 입원환자 식대 청구에 한해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남아있는 처분사유들도 문제가 생겼다. 재판부가 인정한 원고 측의 고시 규정을 위반해 공동이용한 부분은 '진료실'에 국한된다. 따라서 다른 시설, 인력 및 장비 등을 공동이용했다는 피고 측의 주장·증명이 없으므로, '진찰료' 부분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내비 의료급여비용은 원고가 지급받을 수 없는 비용에 해당한다. 그런데 원고에 대한 각 처분에서 C병원 진료실에서 진찰한 환자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을 '진찰료 등 487만원', 이에 대한 의료급여비용을 '진찰료 등 940만원'으로 표시됐다. 문제는 이 비용 안에 진찰료 외에 진료실 공동이용과 관계없는 검사료 등 다른 요양급여비용 내지 의료급여비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피고들에게 이 부분의 석명을 요구했지만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원고가 지급받은 금원 중 '진찰료' 부분만을 구분해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이와 같이 처분사유가 인정되는 부분과 인정되지 않는 부분을 특정할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각 처분 전부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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