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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천태만상, 중국인도 투자해 개설
사무장병원 천태만상, 중국인도 투자해 개설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2.04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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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불법개설기관 행정조사 사례집' 출간
적발해도 조사기간 길어 재산 은닉···솜방망이 처벌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강도태)이 최근 국민들의 건보재정을 갉아먹는 소위 사무장 병원 등 불법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조사 사례집을 발간했다. '불법개설기관 행정조사 사례집'에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의료기관 5개 유형의 52개 사례, 약국 8개 유형의 46개 사례가 소개됐다.

의료기관의 경우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하여 의료기관 개설 △비의료인이 의료생협을 통한 의료기관 개설 △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하여 의료기관 개설 △비의료인이 법인 명의 대여 의료기관 개설 △비의료인이 의료인과 공모하여 의료기관 개설 등 5개 유형별로 정리가 됐다. 약국의 경우에는 △사무장-투자자-약사가 공모하여 약국 개설 △급여 지급을 조건으로 약국 개설 △무자격자 약사 3명을 순차적으로 고용하여 약국 개설 △사무장약국에서 약사가 약국 운영을 보조 △비약사가 약사의 약국을 인수 △무자격자가 약국을 3개 동시 운영 △병원장의 무자격자 가족이 약국 개설 △두 개의 약국을 개설하여 동시 운영 등 8개 유형이다.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한 경우인 사무장병원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다. 심지어 외국인이 투자한 의원도 적발됐다.

비의료인 A씨와 B씨 부부의 경우 2017년쯤 서울 송파구에 소재한 C의원을 개설할 당시 B씨가 건물주에게 1억 5000만원을 지급하고 임대차계약서를 대리인 자격으로 체결, 실제 계약자는 A씨로 기재했다. 이들은 병원 의료기기 및 재료를 구입하고 의료인 D씨에게 급여 70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모텔형 사무장병원'을 열었다. 모텔형 사무장병원은 대형병원 근처에 위치해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숙식을 제공하고 방사선치료 등이 필요한 환자에게 대형병원까지 차량을 제공하는 병원이다. 주로 의원급에서 모텔처럼 운영한다.

의료인 D씨는 이들 부부로부터 8100만원을 지급받았고, 환자 진료 외에는 병원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A씨는 병원 카드로 자녀 결혼식 비용 8000여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들은 수사결과 의료법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A, B, C씨 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00만원, 벌금 1500만원 등을 선고받았다.

중국인이 투자해 개설한 피부미용 사무장의원도 있다. 비의료인 E씨는 의사인 남편 F씨가 개설한 G의원에서 '원장 또는 이사'의 직함으로 근무하던 중, 같은 건물에서 스킨케어(미용업)사업을 함께 운영했다. E씨는 남편과 이혼한 후 중국인 H, I씨에게 20억원을 투자받아 스킨케어사업 전체를 운영할 법인을 설립했다. E씨와 H씨는 공동 대표가 되어 의원과 스킨케어사업을 공동 운용하기로 공모하고 의료인 J, K씨(사망) 등을 고용해 L의원을 2016년 개설했다.

수사결과 의료법위반이 인정돼 E, H, I, J 등은 각 벌금 500, 800, 500, 200만원의 약식판결을 받았다.

이렇게 약한 처벌을 받는 이유는 불법 의료기관에 대한 조사 기간이 길기 때문에 그 사이 재산을 은닉하거나 폐업해 환수결정 시점에는 실익이 없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무장병원은 적발 후 사후조치보다 개설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공단은 그간 보험급여비용 누수방지를 위해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행정조사를 강화해왔고 지난해에는 228개 기관에서 1조 5000억원을 적발했다. 그러나 2021년 누적 기준 환수결정기관은 1650개소, 3조 3674억원 규모이지만 징수율은 6.02%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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