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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병원 상주 당직'이 의원급 재택치료 '걸림돌'
'24시간 병원 상주 당직'이 의원급 재택치료 '걸림돌'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2.01.28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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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 '당직' 강요 방침이 '재택치료' 활성화 막아···의료현장 '답답' 호소
2차의료기관 재택치료 참여에 ‘의료전달 체계 붕괴’ 지적
정부, "현장에서 나온 의견 바로 대응하는 등 최선 다하겠다" 약속
사진=뉴스1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이른바 ‘서울형 의원급 재택치료 모델’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 ‘24시간 당직 시스템’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의사가 병원에 상주하면서 24시간 환자를 관리해야 한다’는 방역당국의 방침이 오히려 재택치료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에 대비해 의료기관들이 더 많이 재택치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방침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택치료에 참여하고 있는 동네 의원 의사들은 지난 26일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에서 열린 ‘동네 병·의원 중심 의료대응 현장 간담회’ 자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등 방역당국 관계자들에게 이 같이 건의했다. 
 
◆ "병원 상주 대신 퇴근 후 온콜 방식이 효율적”

간담회에 참석한 동네 의원 의사들은 우선 의사가 병원에 상주하면서 24시간 환자를 관리하도록 한 방침에 따른 애로 사항을 방역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코로나19 재택치료 서울형 의원급 관리의료기관 추진 참여모델은 두 가지 유형으로, 자치구 상황에 맞게 선택하도록 돼 있다. ‘1유형’은 참여 의료기관이 24시간 관리하는 방식이고, ‘2유형’의 경우 심야에는 서울시의사회에 설치된 ‘서울시재택치료지원센터’가 관리하는 형태다. 

하지만 동네 의원들은 ‘의사가 병원 내부에서 상주하며 재택치료자를 모니터링 해야 된다’는 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통상 의사 한 명에 간호보조 인력 두 명 정도로 운영되는 의원급의 경우 의사가 24시간 병원에 상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로구 재택치료운영단장을 맡고 있는 한동우 연세정형외과의원 원장은 간담회에서 “구로구는 당초 2유형으로 가려고 했지만, 구로구보건소 측에서 서울시재택치료지원센터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오후 10시 이후 야간에는 원장이 개인 휴대폰으로 당직을 서는 ‘구로구형 온콜’ 방식을 제안해 20일부터 시작하려 했다“며 ”하지만 중앙사고수습본부 측에서 우려를 표해 시행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의사가 병원에 상주해 24시간 환자를 관리해야 한다는 방역당국 지침 때문이다.

한 원장에 따르면, 구로구는 일단 21일부터 3일간은 2유형인 서울시재택치료지원센터를 이용했지만, 다시 보건소에서 ‘구로구 참여 의원에서 24시간 전담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면서 결국 지난 25일부터는 참여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고 있다.

한 원장은 “IT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환자 관리가 가능하다”며 “의사가 집에서도 환자 관리나 모니터링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7개 의원에 배정된 재택치료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의원급 재택치료를 활성화하려면 심야에 의사가 의료기관에 상주하면서 24시간 당직 모니터링을 하도록 하는 기준이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교웅 구로정형외과 원장도 “정부가 재택치료 환자를 관리하는 의료기관에 잘못된 시스템을 강요하고 있다”며 “병원에 상주하며 컴퓨터 모니터 앞에 우두커니 앉아 당직을 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현재 구로구의 경우 7개 의원급 의료기관이 재택치료에 참여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24시간 야간 당직 시스템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감당하기 힘든 조건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재택치료 참여율을 높이려면 ‘야간 당직’ 문제점을 개선하는 동시에 이 제도가 현장에 맞게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에게 제도 운영을 맡겨 이번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주장이다.

노원구 재택치료운영단장을 맡고 있는 조문숙 제민통합내과정형외과의원 원장 역시 “정부의 재택치료 참여 모델은 토·일요일에도 의사가 병원에 나와 환자를 관리하도록 돼 있다”며 “정부 모델로 한다면 의사들은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병원에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구로구가 제안한 것처럼, 야간에는 참여 의사가 퇴근 후 집에서 자신의 환자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방안이 효율적일 것 같다”며 “현재 재택치료 사업 참여에 장애가 되는 당직 시스템을 개선·보완한다면 더 많은 구의사회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방역당국은 주간에만 병원에서 환자를 관리하고 야간에는 ‘퇴근 후 온콜’ 방식으로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고위험군만 선별진료소에 갈 수 있는 상황에 직접 진료하지 않고 비대면으로 환자에 대한 정보를 넘겨받아 진찰하는 온콜 방식이 적절한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주간에는 1차 의료기관인 의원들이, 야간에는 2차 의료기관이나 전담센터가 환자를 관리하는 방안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 2차의료기관 재택치료 참여에 ‘의료전달 체계 붕괴’ 우려도

특히 간담회에 참석한 동네 의원 의사들은 재택치료 참여의료기관 기준을 재정비해달라는 의견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의료기관까지 재택치료에 참여하면서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됐다는 이유다.

조문숙 원장은 “재택치료는 시작 단계부터 의원급에서 바로 시행해도 되는 제도였는데, 정부가 병원급 의료기관 중심의 재택치료 시스템을 도입한 뒤 확진자가 7000명 이상 급증하자 그때서야 의원급 재택치료를 허용했다”며 “2차 의료기관의 재택치료 시행으로 의료전달체계가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2차병원은 병실을 갖추고 있는 만큼 검사와 진료·치료를 담당하면서 중증환자를 담당하고, 3차병원이 중환자 등 위중증 환자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며 “재택치료에 참여하는 의료기관 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조 원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검사와 진료, 재택치료까지 관리하도록 한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의원급에서 검사까지 맡게 되면 일반 환자까지 감염될 소지가 높을 뿐만 아니라, 동선 분리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원급 재택치료 모델을 내놓지 않아 결국 서울시의사회가 나서서 3개월간 의원급 재택치료 방안을 만들었다”며 “검사부터 재택치료까지 관리하는 새로운 모델에 얼마나 많은 의료기관들이 참여할지 모르지만, 기존의 재택치료 방안을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동네 의원 의사들은 자신들의 재택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재택치료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기만 한다면 오미크론 확산 극복도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예상도 내놨다.

이인수 애경내과의원 원장은 “코로나 환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에 찾아오는 순간, 재앙이 시작된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재택치료는 의사가 직접 환자를 관리하다보니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환자들이 ‘병세가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가 직접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만큼, 재택치료 환자들의 반응도 좋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한동우 원장은 “대부분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상가 건물에 입주해 있다보니 의원급에서 코로나 검사를 맡게 되면 주변 상점들의 반대가 심할 것”이라며 “신속항원검사 키트는 약국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만큼,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면 선별진료센터에 가서 PCR 검사를 받고, 센터에서 의원에 재택치료를 의뢰해 관리하면 오미크론에 잘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확진자가 1만4000여명 이상 늘었다. 정부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확산세다 빠른 것 같다”며 “서울시의사회가 많은 토론과 회의를 거쳐 서울형 의원급 재택치료 모델을 만들었지만, 제도 시행에 앞서 현장에 바로 적용하다 보니 문제점이나 개선돼야 할 규제 등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특히 “재택치료가 현재의 법이나 지침에 막혀 멈춰서면 안된다”며 “서울형 재택치료 모델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고 준비하고 있는 만큼 조기에 안착돼 서울시는 물론, 전국 16개 시도에서 빠른 시간 내 시행될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방역당국에 호소했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등 관계 기관 회의와 함께 각 지역 의사회에 상의해 최종적인 방침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현장에서 나온 의견을 전해주면 바로 대응하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과학이자 의학’의 영역에서 일선 현장에서 버텨준 의료진에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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