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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의학과는 남녀노소 공통질환을 다루는 과입니다”
“비뇨의학과는 남녀노소 공통질환을 다루는 과입니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01.28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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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정현 이대비뇨기병원 교수
국내 최초 비뇨기전문병원 설립 앞두고 영입돼···“병원 발전 이바지할 것”

“비뇨의학과는 남녀노소 공통 질환을 다룬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신정현 이대비뇨기병원 교수는 최근 의사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오는 2월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내에 국내 최초로 비뇨기전문병원이 개원한다. 이를 위해 현재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3층 80병상 규모로 다양한 비뇨기 관련 센터와 클리닉이 들어서는데, 이렇게 비뇨기질환을 특성화한 의료기관은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다.

이대비뇨기병원은 개원을 앞두고 차세대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로 ‘슈퍼루키’라고까지 불리는 신 교수를 영입했다. 올해 33세로 울산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지난 2013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다 합류한 신 교수의 전문 진료 분야는 배뇨 장애와 내비뇨(요로결석). 

신 교수는 이대비뇨기병원이 세부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이곳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대부분의 대학병원은 암환자가 많아 암연구자(oncologist)에 대한 니즈가 높아 비종양 전공이 설 자리가 상대적으로 좁은데 병원에서 제 세부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대비뇨기병원이 신 교수를 영입한 이유는 그의 화려한 이력이 설명해 준다. 그는 수많은 수상경력을 자랑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수상으로 지난 2018년 배뇨장애요실금학회에서 ‘송정젊은연구자상’을 수상한 것을 꼽았다. 그의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의정부 을지대병원 신경과 박계원 교수와 협업해 파킨슨, 다발성계통위축증 환자의 하부요로증상과 요역동학검사 소견을 바탕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는지 연구해 미국 신경과학회지인 Neurology에 2019년 게재돼 2020년 본 학회에서 임상우수논문상까지 받게 됐다.

또 개인적으로 가장 뿌듯한 논문으론 작년에 미국비뇨의학회 저널인 Journal of Urology에 게재한 간질성방광염 환자에서 허너병변의 양상과 임상증상, 예후에 대한 연구를 꼽았다. 이밖에 기초연구도 활발히 진행해 방사선방광염 마우스모델에서 줄기세포 치료에 관한 연구공모전으로 세부학회에서 최우수과제로 선정되어 연구비를 수주받았고 현재까지도 연구 중이다. 

신 교수는 연구팀의 가장 큰 성과는 “지금까지 한 전임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간질성방광염 환자에서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치료 1상 임상을 시행한 것”이라면서 “조만간 후속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가 이처럼 기초 연구와 임상을 모두 아우를 수 있었던 것은 두 스승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도교수였던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주명수 교수와 의생명과학교실 신동명 교수의 학문적 열정에 매료됐고, 성심을 다한 가르침을 받아 지금까지 많은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주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신 교수가 본과 3학년 2학기에 과대표를 하던 시절이었고, 4월 인턴으로 비뇨의학과를 돌 때는 인턴과 과장으로 다시 만난 게 인연이 닿아서 결국 비뇨의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했다. 

임상 교수와 기초 교수와 일하다 보니 신 교수의 연구 분야는 크게 환자의 임상진료에 관한 것과 다양한 방광질환 전임상 모델에서 줄기세포 치료의 효과와 기전에 관한 기초연구.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게 됐다.

비뇨의학계에서 이렇게 두각을 나타내는 그였지만 막상 비뇨의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할 때 주변에서 약간 달갑지 않아하는 느낌도 받았다고 한다. 비뇨의학과라고 하면 대부분 남성 질환과 관련된 것만 떠올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공의 수련 시절 내내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이 선택한 길에 최선을 다했다. 

“항상 주어진 업무를 책임감 있게 열심히 잘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비뇨의학과가 예로부터 압도적으로 미비(미완결 의무기록)가 많기로 악명이 높아서 전공의 1년차 때 한번 차트를 잘 써보자고 다짐해서 제 차트를 열심히 쓰고, 동기 미비도 열심히 없앴죠.”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는 1년차 상반기, 하반기 모두 외과계 의무기록 작성 최우수 전공의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사실 배뇨장애라고 하면 남들은 다 별 문제없고 환자 자신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 심지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 여성 환자들이 흔하게 외래에 오는 이유 중 하나가 방광염이지만, 이는 환자의 폐경 여부, 생리 주기, 성생활 등 매우 사적인 영역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신 교수는 “이럴 때 아무래도 여성 환자들이 여성 전문의를 만나면 덜 부담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전문의가 된 첫해와 지금을 비교하면, 많은 환자들이 소변보는 것에 문제가 생기면 남녀불문하고 비뇨의학과를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신 것 같아 다행이다“고도 말했다.

사실 비뇨의학과에 여성 전문의가 적은 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것 같다. 2016년 미국 비뇨의학회에서 조사한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 분포만 해도 8.5%. 2021년 대한민국 기준 1.4%보다는 높지만 다른 전공에 비해 여성의 비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신 교수는 이러한 이유에 대해 “아마 수련과정 중 남성의 생식기관에 관련된 내용을 반드시 배워야 하고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비뇨의학과의 이미지가 Andrology(남성학)이며, 수련 후 대학병원이 아닌 개원가에서 근무할 경우 남성 관련 진료가 상대적으로 중심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뇨의학과에는 Andrology 외에도 다양한 세부분야가 있다. 신 교수는 “비뇨의학과에서 다루는 여러 장기에 남성 생식기관이 포함되어 해당 내용을 꼭 수련을 해야 하지만, 전문의 취득 후 다양한 세부전공을 선택할 수 있고, 전립선 같이 남성에만 있는 일부 장기를 제외하면 신장, 요관, 방광 등 남녀노소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장기에 생기는 질병을 다룬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특히 “무엇보다 의사는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이지 성별에 따라 여자는 여자 환자만 진료하고 남자는 남자만 진료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는 국내에서 큰 규모의 방광암·인공방광센터다. 이를 토대로 국내 최초 비뇨기전문병원이 탄생하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대비뇨기병원이 전립선암, 신장암 등 다른 비뇨기종양과 여성비뇨, 배뇨장애, 내비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신 장비로 정확하게 진단하고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최고의 병원이 되었으면 한다”며 “저도 제 세부전공 분야를 바탕으로 열심히 임상진료에 임하고, 열심히 연구해서 병원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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