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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급 재택치료 참여율, 당직 부담 덜어야 높아진다”
“의원급 재택치료 참여율, 당직 부담 덜어야 높아진다”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2.01.24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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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모니터링은 의원이, 야간 대응은 거점병원이”···내과의사회, ‘주·야간 수가이원화’ 제안
“의원급 1만 곳 참여하면 재택치료 환자 7만 명도 감당 가능” 의원 참여 중요성 강조
서울시醫 박명하 회장, “백신 접종처럼 진료과 관계 없는 많은 참여가 관건”
코로나 치료에도 의원급 참여 필수, 팍스로비드 처방에도 동네 의사가 유리해
(왼쪽부터) 곽경근 대한내과의사회 총무이사, 이정용 서울시내과의사회 회장,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 회장,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 송민섭 대한내과의사회 공보이사.

설 연휴를 앞두고 오미크론의 우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변이 검출률이 특히 높은 광주·전남·평택·안성 4개 지역에 대해 26일부터 고위험군에 PCR검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역학 연관자, 60세 이상 고위험군을 제외한 이 지역 주민은 선별진료소나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신속항원검사 양성 반응을 확인한 뒤 정식 PCR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오미크론의 빠른 전파력으로 입원 환자 수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19일부터 오미크론 확진자를 재택치료에 전면 배정하기 시작했다. 20여 일만에 일 확진자가 5000명대로 뛴 즉시 이루어진 조치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일일 확진자가 2~3만명까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의료체계의 붕괴 없이 다가올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재택치료에 최대한 많은 의원이 참여해 일선 상급병원의 부담을 덜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두 가지의 의원급 재택치료 참여 모델을 내놓고 각 지자체가 형편에 알맞는 모델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1형은 각 구의사회 소속 참여의원이 돌아가며 야간 당직을 서는 당번제, 2형은 서울시의사회 산하의 서울시 재택치료 지원센터에서 야간 대응을 총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1형은 의사 1명이 운영하는 의원이 많은 개원가 특성상 실질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형태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2형은 지자체 측의 비협조로 본격적인 운영이 지연됐다.

‘서울시 재택치료 지원센터’는 지난해 12월 16일 출범해 이은 21일부터 당직에 돌입하고자 했으나 실제 환자 배정은 예정보다 한 달이나 미뤄진 이달 21일 이루어졌다. 이날 구로구의사회 소속 7개 의원은 구로구보건소로부터 각 2명의 환자를 배정받아 일주일간 시범적으로 관리에 나섰다. 이 방식은 향후 서울시 25개구로 확대될 예정인데, 오미크론의 확산세를 보면 그 시기가 다소 늦은 감은 지울 수 없다.

이에 대한내과의사회는 21일 1차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재택치료 참여를 위해 실현 가능한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고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 곽경근 총무이사, 송민섭 공보이사를 비롯해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 서울시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이 참석했다.

◆ ‘주·야간 수가 이원화’로 의원 당직 부담 덜고, 병원과는 상생해야

대한내과의사회는 재택치료 수가를 주간과 야간으로 이원화해 의원의 당직 부담을 덜고, 상급 병원과 의원급의 상생체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의원에서 환자를 관리하고 야간과 주말, 공휴일은 병원급이 관리를 맡는 방식이다. 담당 의사 1명당 최대 30명의 환자를 담당하도록 하고, 매일 2회 정해진 시간에 전화로 환자 상태를 확인한다. 모니터링 시간은 오전 10시 전후와 오후 4시 전후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이 안을 보건복지부에 제안했고, 복지부는 이 방식을 재택치료 3번째 안으로 택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이 안을 통해 의원급 1만 곳이 재택치료에 참여하면 확진자 7만명이 발생하더라도 한 군데에서 7명만 관리하면 된다. 주간 모니터링은 의원에서 무리없이 분담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박명하 회장.

이어 "의원급 재택치료 모니터링은 간호인력이 아닌 의사가 직접 환자 상태를 확인한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의원급의 재택치료 참여가 환자 입장에서도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도 “(병원급에서만 재택치료 환자를 관리할 때는)확진자 7000명 상황에서도 사실상 의사 인력보다는 간호나 행정요원 충원으로 재택치료 환자를 감당해왔다. 겉에서는 문제없이 대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올바른 재택치료 서비스를 받았다고 하기 어렵다”라고 의원급 재택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 재택치료 지원센터도 역량의 한계가 있어 3안 도입과 더불어 각 개원의가 자택에서 야간 대응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역당국의 전향적인 논의가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금 더 가벼운 재택치료 모델이 제시될 필요성도 언급됐다. 박명하 회장은 “정부는 확진자 2~3만 명이 아니라 10만 명 수준까지 내다보고 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나온 방안들이 안정적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3만 명 이상이 되면 재택치료도 지금보다 가벼운 모델을 택해야 할 것”이라며 “의협에서 논의되는 바로는 야간 대응 수준을 지금보다 많이 완화하고, 낮에 1회 정도 꼭 필요한 관리를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 “환자 제일 잘 아는 건 동네 의사”···의원에서 팍스로비드 처방까지 가능해야

재택치료는 물론 코로나 환자 진단과 치료체계에도 의원급 참여가 추진되고 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의심환자 진단과 치료에 대해 의원급 참여 유형을 가형과 나형으로 나눌 것을 제안했다.

박근태 회장.

가형 의료기관은 진단과 치료를 병행하고, 나형 의료기관은 치료에만 참여하도록 한다. 가형 의원은 진단을 위해 4중 보호장비를 갖추고 환기가 가능한 독립된 진료실을 확보해야 한다. 3차 접종을 완료한 의사는 확진자를 진료했더라도 PCR검사와 격리를 면제해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검사를 위한 시설 및 설비에 드는 비용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한내과의사회의 입장이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정부가 의원급 참여 확대를 위해 방역 허들을 많이 낮춰줬다. 주기적인 환기나 소독이 가능한, 독감 검사를 하는 진료실과 동일한 수준의 방역 상황에서 코로나 검진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간 분리가 어려운 의원급 특성상 백신 접종보다는 참여도가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됐다. 무엇보다 일반 환자 감염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은 “동네 의원에서 치료까지 참여해야 하는 것이 맞다”라며 의원급 참여를 장려했다. 이정용 회장은 “동네 환자의 상태를 잘 아는 건 병원보다 동네 의사다. 환자의 만성질환에 대해서도 잘 알고 환자가 자주 복용하지만 DUR에 등록되지 않은 일반의약품에 대해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라며 의원급의 코로나 치료체계 편입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이번 제안 내용이 내과 등 특정 진료과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라면서 최대한 많은 의원의 참여를 당부했다. 그는 “대표적인 동네 의원인 내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가 정부와의 협의에 나서는 것뿐이다. 재택치료와 코로나 진료에는 진료과와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다”라며 “백신 접종처럼 원한다면 참여 가능하다. 코로나 일감을 특정과에 몰아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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