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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체계 붕괴 초래하는 ‘간호법’ 제정 시 '공동연대투쟁' 나설 것
보건의료체계 붕괴 초래하는 ‘간호법’ 제정 시 '공동연대투쟁' 나설 것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2.01.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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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10개 보건의료계 단체 ‘직역갈등’ 우려
국민생명과 건강 ‘부정적 영향 미쳐’, OECD 38개 국가 ‘간호법’ 無
공동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부당성 알리려 궐기대회 및 투쟁 선언
"의료인 분열시키는 간호단독법 제정 시도 중단 및 계류 법안 철회" 촉구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보건의료계의 반대가 연일 높아지는 가운데 보건의료단체 10곳이 법안 철회를 위한 궐기대회 등 연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간호사라는 특정 직역만을 위한 입법 시도가 보건의료 직역 간의 대립은 물론 진료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켜 결국 면허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행 보건의료체계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10개 보건의료단체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긴급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를 겨냥해 “간호단독법 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계류 중인 간호단독법안을 철회하라”며 “간호단독법이 철회될 때까지 연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참여한 보건의료단체는 의협과 병협을 비롯해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 10곳에 이른다. 

대한간호협회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간호사의 전문성 등을 고려해 의료법과 독립된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여야 대선후보들까지 간호사들의 ‘표심’을 의식한 듯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국회에 발의된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 △5년마다 간호종합계획 수립·3년마다 실태조사 △환자 안전을 위한 적정 간호사 확보·배치 △간호사 처우 개선 기본지침 제정·재원 확보방안 마련 △간호사 인권 침해 방지 조사·교육 의무 부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간호법 제정안에서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의 업무로 규정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에서 ‘보조’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대신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한 부분은 삭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협을 비롯한 보건의료단체들은 “간호법을 제정한 나라는 OECD 38개국 중 한 나라도 없다”며 “간호법은 면허제 근간의 현행 보건의료체계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절대 수용할 수 없는 간호단독법 제정 시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동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안이 철회될 때까지 해당 법안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궐기대회를 비롯한 연대투쟁에 공동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들은 “우리 법은 모든 의료인을 ‘의료법’ 한 가지 법으로 규율하는 단일법 체계 하에, 각 직역별로 면허제를 도입하고 있다”며 “각 직역의 업무범위를 혼란 없이 규율하고, 불필요한 직역 간 대립을 차단하며, 의료행위를 체계적으로 조화롭게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직역마다 독립법률로 규율할 경우 각 개별법이 서로 상충해 각 직역의 업무범위에 혼란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직역 간의 대립과 진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돼 결국 현행 보건의료체계의 붕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간호사 업무 범위가 무한히 확장돼 보건의료직역 간의 갈등의 심해져 유기적인 의료서비스에 혼란을 초래하고, 결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이와 함께 보건의료단체들은 “의료행위는 각 직역 간의 유기적인 상호 협력으로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기존의 ‘진료보조’에서 ‘환자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해 그 업무의 범위가 무한히 확장될 개연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현행 의료법에 근거해 의사의 진료보조인력으로서 진료보조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간호조무사와 노인복지시설에서 시설장의 지휘 하에 돌봄 업무를 수행하는 요양보호사 등 다른 보건의료직역을 간호사의 업무상 지시를 받는 수직적 관계에 편입시켜 이들의 사회적 지위를 약화시키고 간호사에 대한 종속성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에 간호사만을 위한 지원과 혜택을 규정하고 다른 법률에 우선하도록 해 간호사에게만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며 “다른 보건의료직역의 권익은 침해하면서 간호사의 권익만 추구하는 간호법안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 2019년부터 모든 보건의료인들이 동등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이미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제정·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간호법이 별도로 제정·시행될 경우 이는 결국 다른 보건의료직역의 위상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건의료단체들은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운영에 차질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의료관계법령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들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단순히 간호사가 환자를 항시 돌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서비스에는 적정한 인력의 고용, 인력의 유지, 환자 건강 악화 시 이송체계 확보와 의사의 적시 진료 실시 등 다른 직역 및 지역 의료기관 개설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직역의 영향력 확대만을 꾀하는 것으로 의료관계법령 체계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법 조항의 수범자들이 여러 직역에 걸쳐 있다면, 그 법 조항은 그 수범자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일반법에 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OECD 국가는 물론 아시아·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도 존재하는 간호법이 우리나라에만 없다’는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보건의료단체들은 “명백한 과장”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는 OECD 38개국 중 27개국이 간호단독법을 제정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단독법을 제정한 국가로 분류되는 나머지 11개국도 국가별 입법 형태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간협이 주장하는 수준의 단독법이라고 볼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간호사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간호법은 다른 직역과 구분해 간호사 직역에게만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는 취지로, 간호사 직역의 영역 확대 근거를 마련하고 근무환경·처우 개선에만 초점을 둔 것”이라며 “이 같은 의미의 간호법을 제정한 나라는 OECD 38개국 중 한 나라도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보건의료단체들은 보건의료 분야의 경우 각 직역이 조화롭게 협업할 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간호법 제정이 아닌 보건의료인력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간호사들이 빠져나간 의료계는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국민 건강에 있어 필수적인 간호 영역의 중요성과 간호사의 역할은 물론,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권리를 지키겠다는 주장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간호법 제정은 정답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행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근거로 간호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력 전반의 근무환경·처우 개선은 물론 공공기관의 보건의료인력 확보 지원, 인권침해 대응, 보건의료인력 지원전문기관 지원사업을 실질적으로 전개해 간호법이 해결하고자 했던 주요 사안들을 보건의료인력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법 개정도 보건의료인력 모두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보건의료단체들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모든 보건의료인들이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코로나19를 종식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위해 힘을 합쳐 일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인을 분열시키는 간호단독법안에 관한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국민들에게도 “코로나19 상황에서 간호사단체가 진료현장을 지키지 않고 거리로 나오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 아님을 깨우쳐 달라”며 “모든 의료인을 통합적으로 규율하는 의료법에서 간호사만 빼내어 독립적으로 간호법으로 규율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인지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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