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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 염증 방치로 환자 패혈증 사망에 9400만원 배상 판결
잇몸 염증 방치로 환자 패혈증 사망에 9400만원 배상 판결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1.11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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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등 기왕력 있어 감염 취약에도 항생제만 처방
감염 확대 원인 살펴보지 않고 상관없는 치아 발치

치과에서 잇몸 염증을 방치해 환자가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원고 측에 94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지난해 11월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제 15민사부(재판장 민성철)는 “망인은 당뇨병, 고혈압 등 기왕력이 있어서 일반 환자에 비해 감염의 발생 및 확대에 취약한 상태였고, 피고들은 진료기간 내내 망인의 염증 상태가 악화돼 갔음에도 항생제를 처방 또는 변경하거나 상급 의료기관으로의 전원 등 감염의 확대를 막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했다”며 손해배상을 명했다.

사망자 H씨는 지난 2010년 2월25일 피고 병원(G의원)에 처음 방문해 자신에게 고혈압과 당뇨병 질환이 있고, 현재 혈압약과 혈당조절제를 복용하고 있음을 고지했다. H씨는 같은 해 5월쯤 G의원에서 상악 우측 6번치, 상악 우측 4번치, 상악 좌측 4번치, 상악 좌측 3번치에 각 임플란트를 식립했다. H씨는 그후 상악 우측 6번치에 식립된 임플란트 크라운이 자주 떨어져 2017년까지 4차례 크라운을 재부착 하는 시술을 시행했다.

H씨는 2018년 4월3일쯤 통증을 호소하며 G의원에 내원했고, 이 사건의 피고 의사 D씨와 E씨는 H씨의 증상을 만성복합 치주염으로 진단하고 치석제거 치료 후 항생제 3일분을 처방했다. 당일 H씨의 의무기록에는 과거병력에 관해 '신장이 안 좋으시다고 함(영양제 드신다고 하심)'이라고 기재됐다.

H씨는 4월4일 다시 내원했고 피고들은 '치근 활택술'시행 후 항생제 3일분을 처방했다. 6일에도 통증이 지속된 H씨가 내원하자 G의원은 상악 우측 7번치(이하 17번치아)에 비가역적 치수염 진단을 내리고 근관치료를 진행했다. G의원은 다시 항생제 3일분을 처방했다. H씨는 다시 통증을 호소하며 9일 내원했지만 이날도 피고들은 17번 치아에 대해 비가역적 치수염 진단을 내리고 근관치료를 진행한 후 항생제 3일분을 처방했다. H씨는 10일 재차 내원했는데 전날보다 얼굴이 더 부은 상태였고 통증을 호소했다. 이에 피고들은 H씨와 함께 내원한 그의 아들 B에게 “H씨의 불편함이 큰 상태이므로 17번 치아에 대해 근관치료를 진행하기 보다 발치하고, 발치 후에는 추후 비용 없이 임플란트를 해주겠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17번 치아를 발치했다.

H씨는 10일 저녁부터 평소와 다르게 의식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였고, 다음날인 11일 아침 6시쯤에는 극심한 치통을 호소하며 자택에서 쓰러졌다. 가족들은 H씨를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으로 이송했고, 의료진은 H씨에 대해 우측 전체 안면부에서 두개 기저부까지 이르러 우측 치은 구내염 진단과 함께, 패혈성 뇌염, 색전성 폐렴, 침습성의 곰팡이성 폐렴 의심 소견을 내린 후 응급중환자실로 이송했다. H씨는 결국 12일 오전 8시34분쯤 폐렴에 의한 경부심부감염으로 사망했다.

J병원 감염내과 소속 진료기록 감정의는 H씨의 사망원인에 대해 '망인은 치은농양이 악화돼 두경부, 폐 등으로 염증이 확대됐고, 결국 폐렴 간균에 의한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고 보았다. H씨는 당뇨 관리를 위해 K병원 내분비내과에서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2018년 3월 26일까지 내분비내과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고 주치의는 '특이사항 없음'소견을 밝혔다.

원고 측은 “망인은 당뇨병, 고혈압 등 기왕력이 있는 환자로 감염의 확률이 높고 그 확산속도가 빠르므로 치과 진료를 함에 있어서도 담당 내과의사에게 당뇨와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거나, 감염의 위험성 등을 고려해 관혈적 치료를 진행했어야 하는데, 피고들은 망인의 기왕력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원고 측 주장을 인정하면서 “(피고 측은)망인의 감염 확대 원인 등을 추가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17번 치아에 대해 발치를 강행했는데, 위와 같은 행위는 피고들이 망인의 기왕력 및 증상의 호전 등 진료 경과에 비추어 적절한 처치를 하지 못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H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서울대병원의 의무기록 및 감정인 M의 진료기록 감정결과에 의하면, 망인의 사인은 '폐렴에 의한 경부심부감염'이었고, 망인은 우측 상악 잇몸에서 발생한 감염이 안면, 목, 뇌, 폐 등으로 확산된 상태로 사망했다고 보아야 한다”며 “결국 망인의 사망은 피고들로부터 진료받은 부위에서 발생한 감염이 제대로 치료 또는 관리되지 아니하여 확산돼 발생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며 손해배상을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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