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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론을박’ 원격의료 도입 논의···다른 나라들은?
‘갑론을박’ 원격의료 도입 논의···다른 나라들은?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2.01.10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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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醫 원격의료연구회, 4차 세미나 개최
인도, 코로나로 본격화···원격의료·대면진료 수가 동일
美, 높은 의료수가·낮은 의료접근성···우리 현실과 정반대
日, 온라인 진료 확대···초진환자·일반진료까지 가능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 간의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이후 ‘원격의료’에 대한 국내 의료계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민들의 원격의료 도입 요구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원격의료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원칙적으로 원격의료에 ‘반대’ 입장이지만, 이제는 ‘무조건 반대’가 아닌 향후 원격의료 도입 논의 과정에 의료계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STRG)가 최근 네 번째 세미나를 열고 해외 다른 국가들의 원격의료 도입 현황을 주제로 논의에 나서 주목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을 비롯해 STRG 소속인 이재만 정형통증연구원과 서연주 교육연구원이 각각 인도와 미국, 일본의 원격의료 도입 논의 역사와 추진 현황 등에 대해 발표했다. 

◆ 인도, 도시와 농촌 의료격차 최소화 목적···코로나로 원격진료 ‘활성’

문 실장에 따르면, 인도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의료 서비스가 급증하고 있다. 의료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지역별로 ‘봉쇄령’이 시행되면서 감염병 이외의 진료나 약 처방이 필요한 경우 원격의료를 통해 집에서 안전하게 이용하는 사례가 늘면서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약 14억명)가 많은 인도 내에 등록 의사는 약 110만명에 이르지만, 의료인프라는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인도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농촌지역에 거주하고 있지만, 도시와 농촌 간의 의료인프라는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인도 정부는 2014년 5월 모디 총리 집권 이후 도시와 농촌 간의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해 원격의료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원격의료 관련 단독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원격의료 진료 수가는 ‘대면 진료’와 동일하다. 

문 실장은 “인도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국민들이 대면진료를 통해 감염되는 상황을 우려해 병원 방문을 미루거나 아예 진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원격의료를 본격화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인도 보건당국은 지난해 3월 말 감염병 이외의 의료서비스 수요를 비대면, 원격으로 처리하기 위한 ‘원격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응급처치가 필요하지 않은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 접수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앱(App)내의 영상·음성 메시지 등을 통해 의사에게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의사가 검토할 수 있도록 환자가 기존의 검진결과를 업로드하고, 의사와 상담 후 약을 구입할 수 있는 처방전을 발급하고 다운로드 기능을 제공한다는 게 문 실장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원격진료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의사의 책임 문제’에 대해 인도는 기본적으로 원격의료서비스도 의료행위인 만큼 ‘의사’에게 책임을 부여했다. 단, △기술적 문제로 인한 의료사고나 △다른 사람에 의해 정보가 훼손된 경우 △환자의 사생활과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의사가 노력했다는 합리적 증거가 있는 경우 등은 면책사유로 정했다. 

문 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원격의료 도입이 활성화되는 만큼, 우리도 우리 환경에 맞는 원격의료 도입을 준비해야 할 때”라면서도 “국내 원격의료는 1차 의료를 대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구나 읍·면·동 등 지역도 구체적으로 설정해 시행돼야 한다”며 “사용할 수 있는 medicine list는 최소한으로 설정하고 앱 개발 시 의협의 인증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미국은 대면진료 ‘필수’···원격의료 이용지역도 ‘엄격한 기준’

이 연구원은 “미국은 ‘대면진료’가 필수”라며 “코로나19 발생 전에도 미국에서는 원격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일부 주(州)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주에서는 원격의료서비스에 대해 매우 자세하고 구체적인 제한 규정을 뒀다”고 소개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미국 일부 주에서도 △농촌이나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에서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진료과목에도 제한을 두고 △쌍방향 오디오ㆍ비디오 방식을 원칙으로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그는 “원격의료가 이뤄지는 환자 환경, 원격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 원격의료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매우 엄격하게 기준을 정해두고 있다”며 “대면진료를 필수 요건으로 정해 놓은 주가 대다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거의 대부분의 주가 쌍방향 오디오·비디오 유형의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해서만 보험을 적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거리 환자 모니터링(PRM), 비디오 전용 시스템, 인스턴트 메시지, 전화, 이메일 불가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원격의료 제공자에 대한 면허 규정도 7개의 모델 중 가장 엄격한 유형인 ‘완전한 의사 면허’ 모델과 ‘특정한 상황에 대해서만 허용하는 상담 예외’ 모델을 대부분의 주에서 적용하고 있고, 심지어 원격의료 면허를 요구하는 주들도 있다”며 “의사 외에도 간호사, 조산사, 자연요법사 등이 원격의료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의사의 감독 하에서만 가능하게 규정해 놓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원격진료 비율이 이전보다 7~18%에서 54~72%까지 급격하게 상승했다. 다만 진료과별로 그 비율이 달랐는데, 정신과의 원격진료 비율이 높아진 반면 정형외과나 안과의 경우 원격진료로의 전환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저수가에 세계 최고의 의료 접근성을 자랑하는 우리의 의료와는 매우 다른 미국의 의료보험과 의료서비스 체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미국 내 개인파산 원인 1위가 진료비와 관련돼 있을 만큼 미국은 진료비용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보험 보상체계가 존재하고, 보장성이 그리 높지 못해 우리나라가 미국의 원격의료 제도를 잘못 벤치마킹할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 당시 원격의료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보조금 프로그램을 확대해 시골 지역에 가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응급실, 원격 중환자실 도입 등을 주장한 만큼 원격의료를 통한 의료비 감소 필요성 논의가 지속적으로 대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일본, ‘20년’ 걸쳐 준비···문자 상담 시 ‘30분 2만원’

서 연구원은 “일본은 20년에 걸쳐 원격의료 규제를 점차적으로 완화했다”며 “1997년 특정 질환과 지역을 대상으로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에 원격의료 대상 제한을 없앴고, 2018년 원격진료가 건강보험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지난해 4월엔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초진은 물론, 복약 지도까지 전화 등의 온라인 수단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원격의료 비상조치’를 발표했다”며 “온라인 진료과목도 암 등 일부 특수 병상을 제외한 대부분 과목이 허용될 뿐만 아니라, 희망하면 우편으로 약을 배달해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서 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8년 5월 기준으로 온라인 의료비 청구서는 전국 84건으로 전체 의료비 청구서(약 8600만 건) 가운데 100만 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일본 내 규제 완화에 따라 도쿄만 하더라도 지난해 5월 기준 원격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1711곳으로 원격 의료기관은 물론,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1월부터 6개월 이상 대면진료를 진행한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대면 진료 시 제공했던 동일한 약만 처방하도록 하는 동시에 처방전을 우편으로 보내 환자가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도록 하는 원격의료를 시행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해 4월부터는 온라인 진료를 확대해 초진환자까지 온라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질환도 코로나19로 인한 폐렴부터 꽃가루 알레르기 등 일반진료까지 확대했고, 새로운 약도 처방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처방된 약은 집에서 택배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원격의료 플랫폼인 ‘LINE’ 헬스케어의 경우 일본 국민 8400만명이 가입돼 있다. 등록된 의사도 지난해 4월 말 기준으로 2000명에 이르고, 상담 건수는 월 평균 약 50만건에 달한다. 상담료는 의사와 채팅하는 경우 30분에 2000엔(우리 돈 약 2만원), 상담 내용을 메시지로 보내 24시간 이내에 답을 받는 경우 1000엔(우리 돈 약 1만원)을 받고 있다. 

서 연구원은 원격의료 책임 소재와 관련해 “일본은 ‘온라인진료의 적절한 실시에 관한 지침’에서 원격진료에 의해 의사가 시행하는 진료행위에 대한 책임은 원칙적으로 해당 의사가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다만 의사가 원격진료로 취득한 정보로 적절한 진료를 할 수 있는지 판단했을 때, ‘적절한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신속히 원격진료를 중단하고 대면진료로 전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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