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6:26 (일)
의협, “과학적 근거 부족한 의·한 협진사업 즉각 폐기하라”
의협, “과학적 근거 부족한 의·한 협진사업 즉각 폐기하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12.14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방→의과 의뢰 99%, 의과→한방 의뢰 1% 불과
의료계·시민단체 반대하는 사업, “한의약정책과·한의계 야합?”
의료계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는, 한방병원에 건보료 퍼주는 제도”

의·한 협진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사를 고용한 한방병원에 건강보험료를 퍼주는 것이라며 의료계가 '의·한 협진사업을 폐기하고 사업 연장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14일 용산 의협임시회관에서 의·한 협진 시범사업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지난 달 열린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올해 12월 종료 예정인 의·한 협진 3단 시범사업(2016년부터 시작)을 연장해 내년 4월부터 협진 4단계 시범사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건정심 소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의료계뿐만 아니라 환자단체들도 협진 사업에 대한 연장을 반대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의료계와 가입자 단체까지 반대한 시범사업을 연장한 실질적 배경이 무엇인지 의아하다”며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와 한의계의 야합에 따른 정부의 정치적 결정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존재하지 않는 협진의 효과에 대한 근거는 시범사업이 3차례나 진행되는 동안 밝히지 못했고, 이를 분석하고자 하는 연구나 노력도 없었다”며 “3단계까지 오는 동안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는 물론 과학적 근거가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의협은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3단계 평가연구 결과를 토대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협에 따르면, 의과와 한방의 협진 의뢰 결과는 1단계 59.60%, 2단계 89.89%, 3단계 98.33%로 사업의 단계가 지날수록 한방에서 의과로 의뢰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의과에서 한방으로 협진을 의뢰한 경우는 1단계 40.40%, 2단계 10.11% 3단계, 1.67%로 줄어들었다. 

의협은 “단계가 지날수록 외과에서 한방 의뢰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시범사업을 거칠수록 한방 협진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거나 효과가 없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을 보더라도 총 79개 의료기관 중 51곳이 ‘한방병원’으로, 이번 사업이 한방병원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사업이라는 게 의협의 진단이다.

한방에서 의과로 협진을 의뢰한 이유가 결국 한방병원에 온 환자를 한의사가 먼저 진료 후 같은 한방병원에 고용되어 있는 의사의 진료를 유도(후행급여비)했다는 이유다.

이와 함깨 의협은 의·한 협진의 효과가 왜곡됐다는 지적도 내놨다. 심평원의 보고서와 복지부는 의료기관의 마지막 진료일은 질병의 치료시점이 아닌데도, 치료의 완료시점을 해당 의료기관 마지막 진료일로 단정해 결과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을 다니는 뇌경색증 환자 20명이 협진을 받으면 단 하루 만에 치료가 완료된다는 비정상적인 데이터를 통계에 활용, 협진 시 치료기간이 급격히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뿐만 아니라 의협은 협진의 효과에 대해 그 어느 것도 제시하거나 증명한바 없음에도, ‘본 연구를 통해 협진의 효과’가 확인됐다고 자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내놨다. '모든 질환을 다 넣어서 본 사업을 하자'는 국책 보고서라고 믿기 어려운 근거 없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이유다.

의협은 “의·한 협진 시범사업은 1단계에서 5억원, 2단계에서 22억원, 3단계에서 53억원이라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다”며 “이 돈은 시범사업이라는 탈을 쓰고 한방병원의 수익을 위해 쓰였다. 필요하고, 절실한 곳에 꼭 쓰여야 할 소중한 국민 혈세가 협진 4단계 시범사업이라는 미명하에 또 얼마나 낭비되고 허투루 쓰일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의료인의 판단에 따라 협진 의뢰 여부를 결정해야 함에도, 협진이 불필요해 의뢰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이에 대한 사유를 소명하게 하고, 퇴출까지 시키겠다며 협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한 협진사업의 실체는 의사를 고용한 한방병원에 국민들의 소중한 건강보험료를 퍼주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협은 “최초로 건정심 연구보고에 참여한 연구자가 ‘연구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 한 경우는 최초 사례로,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연구자조차 연구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보고서가 정책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관행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왜곡된 자료를 생성하고, 이를 근거로 잘못된 국가 정책을 추진해 국민의 소중한 혈세를 낭비하게 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관련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한 협진 시범사업을 폐기하고, 시범사업 연장 즉각 철회는 물론 △자료를 왜곡하고 수많은 문제점이 확인된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 평가 연구’ 보고서를 폐기하고, 동 연구에 지급된 연구비를 전액 환수하라 △협진 시범사업 연장을 위해 왜곡된 보고서 작성을 유도하고, 허위의 결론을 건정심에 보고한 복지부 및 심평원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