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51 (금)
[창립 106주년 특집] "중소병원은 저수가·저부담·저보장 직격탄 맞고 있어"
[창립 106주년 특집] "중소병원은 저수가·저부담·저보장 직격탄 맞고 있어"
  • 김병관 혜민병원 원장
  • 승인 2021.12.07 13: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2 대선-의료백년대계를 위한 의료계의 상생 제안
일반외과·흉부외과 등 전공 못살리는 전문의 더 많아
담대한 모습으로 의업 지키는 동료 사명감에 존경
     김병관 혜민병원 원장

중소병원을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이미 많은 분들께서 이야기하신 것이라 더 새로울 것이 없다.

병원급이니 1차의료기관 보다 더 여유 있고, 사정이 나을 것이라 생각들을 많이들 하신다.

특별히 반박도 동의도 하지 않고 살아오던 차에 이렇게 글을 남길 수 있어 짧게나마 이야기를 드리려 한다.

중소병원은 의료인력의 부족함이 일상이다. 의사도 간호사도 언제나 부족합니다. 결코 절대적인 의사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더 속상하고 안타깝다. 응급환자를 돌보고 중환자를 살피는 바이탈을 다룰 수 있는 의사가 부족한 것이다.

OECD와 비교하여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많은 의사수 배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없는 일반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중환자 전문의들이 더 많다는 아이러니의 현장이 중소병원의 현실이다.

건강보험의 3저 즉, 저수가, 저보장, 저부담의 폐해에 직격탄을 모두가 맞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중간에 끼어 고스란히 모든 단점을 끌어안고 운영해가야 하는 것이 바로 애매한 우리 중소병원들일 것이다.  

필수의료라 말들 하지만 정말 그 필수의료를 하면서, 외래를 20명 정도만 보고, 수술만 하면서도 경영이 어렵지 않은 정상적인 병원 의료 환경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우리 의사들은 십년이 훨씬 넘는 시간을 투자하며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에 나와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담하다. 그 지식만으론 사회에서 버틸 수 없게 내몰려, 결국 저수가, 삭감 등 온갖 어려움을 피해 소극적 진료, 비급여 진료 위주로 피해가게 된다. 

중소병원의 현실은 그 결과물을 그대로 반영한다. 환자가 늘수록 적자가 증가하는 중환자실, 매년 잘못 없이 받아드려야 하는 분만과정에서의 의료분쟁, 무과실임에도 불구하고 배상의 책임은 지어지고, 이제는 수술마저 감시하자며 CCTV를 설치하는 등 모든 책임과 원인을 의사에게 돌리는 이 사회의 움직임이 더 이상 의사들에게 바이탈을 다루지 말라 강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중소병원의 의사들은 의료 일선에서 환자와 마주하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경영진으로서 나는 과연 이 동료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고 고민해보았지만 답은 아직 얻지 못했다.

다만,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나보다 늦은 시간까지 홀로 남아 환자를 돌보시는 선생님들께 마음을 전하는 것, 생명이 경각에 놓인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담대한 모습으로 의업을 지키시는 사명감에 존경을 표하는 것이 고작 제가 그 분들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이었다.

이 글을 보시는 동료들은 어쩌면 제 글에 동의하면서도 안타까우실 것이고, 한편으로는 반감도 가지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저에게 어떤 공감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의료현장에서 바이탈을 잡으며 고생하는 동료들에게, 중소병원에서 묵묵히 자신의 전공을 지키며 사명을 다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그 분들의 고충과 애환을 같이 느끼고 조금이라도 그 여건이 나아지길 바라며, 의료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적지만 잊지 말고 정책제안 등의 진행에 있어 꼭 염두에 둬 주시길 바란다는 부탁으로 두서없는 글을 마치려고 한다.

감사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