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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계약 당사자인 건보공단에 ‘특사경’ 부여 반대”
“수가계약 당사자인 건보공단에 ‘특사경’ 부여 반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12.0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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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醫, 무소불위 권력으로 공권력 남용해 단속·처벌 목적→의사 기본권 침해
사무장병원, 사전계도·서면보고로 해결 가능, 법사위 통과 시 당연지정제 거부

“의료기관의 요양급여 청구에 잘못된 점이 있다면 현재도 사전계도와 서면보고 등의 절차를 활용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계도가 아닌 단속과 처벌을 목적으로 건보공단이 무리하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남의사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에게 사무장병원을 직접 수사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권(이하 특사경)’을 부여하는 법률개정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늘(7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특사경이란 보건·산림·세무·조세 등 특별한 사항에 관해 경찰공무원이 아닌 행정공무원에게 관할 지방검찰청검사장이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고발권뿐만 아니라 수사권까지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즉, 건보공단 직원들이 사무장병원을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

그동안 공단은 지속적으로 특사경 권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수차례 관련 공청회·토론회 등을 개최한 것은 물론이고 공단 본원이 있는 강원도 원주 지역의 여당 국회의원을 통해 관련 입법이 발의되기도 했고, 국정감사에서 김용익 공단 이사장이 직접 특사경 권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번번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해 국회 법사위 문턱에서 좌절당했다. 

전남의사회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결론을 내지 못했던 개정안임에도 불구하고, 야당 대선 후보의 장모가 사무장병원 개설 논란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여당 대선후보가 사무장병원 적발을 위한 특사경법을 이번 국회 내에 신속 처리해 달라고 한 이후 정치적인 논리로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현재도 공단의 강압적인 현지조사, 즉 ‘방문확인’으로 인해 의료인의 고충이 심해 심지어 자살까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의사회는 “지금도 이로 인한 ‘행정살인’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강압적 방문확인과 무리한 자료제출, 의사에 대해 범죄자 취급하며 조사하는 점 등의 문제로 심각한 정신적 압박과 부담감에 괴로워한다”고 전했다.

만약 의료기관의 요양급여 청구에 있어 잘못된 점이 있다면 현재도 공단이 사전계도와 서면보고 등의 절차를 활용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단의 현지 확인 제도는 계도가 아닌 단속과 처벌을 목적으로 가혹하게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공단에 사법경찰권한까지 추가된다면 초법적인 조사권한의 부여로 인해 공단은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되고, 행정조사권과 수사권을 자의적이고 편의적으로 운용할 개연성을 의료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한 공권력 남용, 과도한 실적의욕 등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해 의사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것.
 
사실 일부 사무장 병원으로 인해 대다수의 의사들은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의사회는 “이들이 의료시장의 건전성 및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에는 동의하며 철저하게 조사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사무장병원이 양성된 것은 정부와 공단의 조사권한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허술한 법과 제도를 마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의료기관 개설 당시 불법 개설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의료생협 등 비정상적인 유형의 불법개설 의료기관이 생기도록 방치했다는 것.
 
공단은 의료공급자단체와 대등한 지위에서 수가계약을 해야 할 당사자다. 이런 공단에 의료공급자들을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전남의사회는 “공단의 조사권은 보건복지부 실사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이를 통합하거나 철폐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특사경 권한을 주려는 것은 사무장병원뿐만 아니라 전 의료기관으로 이를 확대해 의료계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가계약 당사자인 공단이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상시 감시,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남의사회는 “3200 회원 일동은 법안 심의의 중단을 요구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만약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할 경우 의료보험 당연지정제 거부와 공단 해체 등 강력한 투쟁을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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