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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원격의료 제대로 알고 철저히 대비해야”
“의료계, 원격의료 제대로 알고 철저히 대비해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12.06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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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명하 의협 원격의료 대응 TF 공동위원장
용어 정리부터 법안 분석, 법적 문제 연구·검토까지
내년 4월 의협 대의원 총회서 결과 발표 예정
“의료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연구 결과 도출할 것”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계의 인식을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앞당겨진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본격화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움직임은 물론 국회에서도 원격의료를 도입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연이어 발의되자 의료계에서도 ‘무조건 반대’ 보다는 ‘선제적으로 대안을 마련해 대응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의료계 대표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도 최근 ‘원격의료대응 TF’를 구성하고 TF공동위원장에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을 임명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박명하 의협 원격의료 대응 TF 공동위원장은 지난 2일 인터뷰를 통해 “최근 의료계의 요구가 반영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만큼, 원격의료에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게 돼 TF가 구성됐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강병원 의원안이나 최혜영 의원안은 원격의료 시행 대상을 ‘의원’급으로 한정했는데, 이는 의료계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과거 발의된 법안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TF는 첫 과제로 ‘원격의료’ 관련 용어를 정리해 나가고 있다. 그는 “원격의료, 비대면 진료 등 여러 단어들이 사용되면서 국민들은 물론, 의사들조차 원격의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법안 분석부터 법적인 문제까지 연구·검토해 긍정적인 방안을 만들어 내년 4월 대의원 총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박 위원장은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을 일부 들어주는 대신 큰 틀에서는 정부·국회가 원격의료 도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그는 “법안은 만들어지는 것이 어렵지, 법 개정 자체는 오히려 쉬울 수도 있다”며 “법 개정 당시에는 의료계의 입장이 많이 반영될 수 있지만, 이후 산업계나 정부의 의도에 따라 의료계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TF가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1문 1답 
 
Q. 대한의사협회 원격의료 대응TF 구성 이유는. 

“정부와 국회, 국민 여론 등 동향을 파악하면서 대응하자는 취지가 크다. 기존에도 원격의료 관련 법안이 나왔지만 최근 의료계의 요구가 반영된 법안이 발의되다 보니 원격의료에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여기에 코로나19 등 감염병 상황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고, 회원들도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면서 원격의료에 대한 사회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진 것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감염병 시대가 끝나도 (진료부터 약까지 배송해주는)닥터나우 같은 플랫폼이 원격의료의 또 다른 플랫폼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개선책을 만들기 위해 발족됐다.”

Q. 대응 TF 구성 및 회의는 어떻게 진행하나

“TF는 의협과 각 직역 및 시도의사회장, 대의원회 등 원격의료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들로 구성됐다. 공동위원장인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실무적인 부분을, 나는 회의 주재를 담당하고 있다. TF 간사인 박용언 의협 기획이사의 경우 지난 40대 집행부에서 정부에 원격의료 관련 대응을 하고 많은 연구를 한 만큼 원격의료에 대한 조예가 깊다. 회의는 특정한 날짜를 정해 진행하기보다 안건 내용을 온라인에서 조율하고 논의한 다음, 오프라인 회의 날짜를 잡아 진행하기로 했다. 수시로 온라인상에서 의견을 조율하며 논의하고 있다.” 

Q. 대응TF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우선 원격의료 관련 용어 정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원격의료와 원격진료, 비대면 진료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단어를 하나로 정리하기 위해서다. 원격의료에 대해 국민은 물론 의사들도 개념이 잡혀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의 용어와 의미도 다르다. 의료계 내에서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또 다른 혼선을 낳지 말자’는 입장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 용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최근 회의에서는 원격의료, 원격진료, 온라인 진료, 비대면 진료 등 4가지 용어 가운데 어떤 용어를 선택할지 논의했다.

의료계는 원격의료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반대’ 입장이지만, 지난 의협 총회에서 대의원회가 시대 흐름에 따라 집행부에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원격의료에 대한 방향성과 법·제도적 문제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9월 의정협의체 논의에서 코로나19가 안정된 이후 논의하기로 정부와 약속했고, 내년 의협 총회에서는 대의원들에게 진행 결과를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진행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Q.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 발족 배경은 

“관련 용어도 헷갈리는 상황에서 사회적·시대적 변화에 따라 의료계도 무조건 반대가 아닌 제대로 알고 대응하기 위해 연구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35대 집행부 임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매주 금요일 아침 진행되는 상임이사회에서 연구회 발족 안건을 통과시킨 뒤 7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연구회는 임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총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특히 자율성을 보장해 독립적·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위원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Q. 원격의료연구회는 ‘연구’만 하고 ‘정책 제안’은 하지 않나

“연구를 진행하다보면 정책 제안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원격의료연구회는 말 그대로 ‘연구회’다. 서울시의사회의 카운터 파트너는 서울시청인 만큼, 정부와 협상을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다만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와 함께 의견을 교류하고 토론하면서 만들어진 안을 의협에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구회는 서울시 회원들의 뜻을 살피고 연구하며 대안까지 만들어 의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Q. 원격의료에 대해 반대 입장도 많다.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원격의료에 대한 회원들의 ‘반대’ 입장은 최근 연구회가 진행한 원격의료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설문에 참여한 회원의 과반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원격의료에 반대했다. 그러나 시대 흐름에 따라 원격의료에 대응하라는 의협 대의원회 의견처럼, 원격의료에 대해 제대로 연구해 적극 대응하고,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준비해 달라는 게 회원들의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연구회의 한 위원의 경우 ‘원격의료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논의를 시작했는데, 연구를 할수록 ‘시행되면 안 된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원격의료가 시행되면 진료차트, 청구자료 등 결부된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 쉽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나 역시 원격의료 TF 위원장을 맡은 이후 원격의료가 첨예하고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연구회의 목적을 회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소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Q. 회원들에게 한마디 

“의협 원격의료 대응TF나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에 많은 우려와 기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TF와 연구회는 원격의료에 대해 고민·연구하며 검토해 의료계에 맞는 원격의료를 만들어 가기 위한 곳이라 생각해 주길 바란다. 내년 4월 대의원회 총회에서 TF의 진행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는 자료가 나온 이후 해줬으면 좋겠다. 한 가지 약속드릴 수 있는 건, 의료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연구해 결과물을 도출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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