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51 (금)
항암제 ‘약값 폭탄’ 논란 아직 안 끝나···환자들 시위·국민청원
항암제 ‘약값 폭탄’ 논란 아직 안 끝나···환자들 시위·국민청원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11.16 17:2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政, 기존환자 예외적용 불구 환우회 “내약성 생기면 신규환자→3주 약값 600만원”
신포괄수가제 세부기준에 본인부담률 명시 안 돼···“정부의 잘못된 제도 운영으로 논란”

정부의 ‘신포괄수가제 기준 변경’으로 인해 암환자들이 ‘약값 폭탄’을 맞게 됐지만 정부가 기존의 항암제를 투여받던 중증 환자들은 예외기준을 적용해 계속 약값의 5~10%만 부담키로 해 사태가 일단락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환자들은 여전히 약값 폭탄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기존의 혜택을 받던 중증 암환자들에게 항암제에 대한 내약성이 생기면 다시 신규 환자로 분류돼 월 수백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약값을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담도암환우회 소속 회원들은 지난 1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신포괄수가제 항암 급여 졸속 폐지’ 반대 1차 집회를 열고 항암제의 급여 보장범위 확대를 촉구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회원들은 지난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이 있는 국제전자센터 정문 앞에서 ‘신포괄수가제 항암 급여 졸속 폐지’ 반대 1차 집회를 개최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회원들은 지난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이 있는 국제전자센터 정문 앞에서 ‘신포괄수가제 항암 급여 졸속 폐지’ 반대 1차 집회를 개최했다.

앞서 지난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이 있는 국제전자센터 정문 앞에서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회원들이 개최한 1차 집회에 이어 또다시 2차 집회를 개최한 것이다. 또 지난 18일 마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된 ‘신포괄수가제 항암 약품 급여 폐지에 대한 반대 청원’에는 16일 기준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의 발단은 정부의 제도 변경으로 고가의 항암제에 대한 급여범위가 축소돼 암환자들이 ‘약값 폭탄’을 안게 되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2년 적용 신포괄수가제 관련 변경사항 사전안내’를 통해 ‘희귀 및 중증질환 등에 사용되어 남용 여지가 없는 항목 등은 전액 비포괄 대상 항목으로 결정됐다’고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전국 98개의 의료기관에 공지했다.

‘전액 비포괄 대상 항목’이라는 것은 기존에 행위별수가제에서는 ‘비급여’임에도 불구하고 복합수가제도인 신포괄수가 기준으로 급여를 적용해 그동안 총 약값의 5~20%만 환자가 본인 부담하면 됐던 의약품이나 치료재료 등을 신포괄수가에서 제외해 ‘비급여’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담도암환우회 소속 회원들은 지난 1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신포괄수가제 항암 급여 졸속 폐지’ 반대 1차 집회를 개최했다.
담도암환우회 소속 회원들은 지난 1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신포괄수가제 항암 급여 졸속 폐지’ 반대 1차 집회를 개최했다.

신포괄수가제는 각종 의약품과 치료재료는 ‘포괄수가’에 포함하고, 의사의 수술 및 시술은 ‘행위별수가’로 지불하는 복합 지불체계를 말한다. 행위별수가제로 인한 과잉진료를 억제하면서 의사의 진료권한은 최대한 지켜주자는 제도 취지에서 지난 2009년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시작돼 현재까지 전국 98개 의료기관에서 시행 중이다. 애초 공공병원만 참여했던 시범사업에 보건복지부가 최대 35%의 정책 가산을 제시하며 민간병원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현재는 시범사업 참여 기관 중 과반수가 민간병원이다. 

다만 신포괄수가제 특성상 포괄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라는 두 지불제도가 혼합돼 비포괄 급여기준에 행위별수가제 급여기준을 따로 명시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즉, 애초 행위별수가제하에서는 식약처 허가사항 내에서만 본인부담률 5%를 적용하고 그 외에는 비급여를 적용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두 지불제도를 혼합한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지침에 본인부담률에 대한 세부기준이 명시되지 않아 행위별수가제에서는 본인부담률이 전액 급여부터 일부 본인부담, 전액 본인부담 등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일부 의료기관에서 ‘키트루다’와 같은 고가의 항암제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일률적으로 5%를 적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고가의 항암제에 본인부담률을 5%만 적용받는 암 환자들이 민간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점점 늘어나 건강보험 재정 부담도 함께 가중되자 결국 심평원은 신포괄수가 기준을 변경해 급여범위를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평원 공지 내용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98개의 시범사업 참여 병원에서 △희귀의약품 △2군 항암제 및 기타약제 △사전승인약제 △초고가 약제 및 치료재료 △일부 선별급여 치료재료 등은 신포괄수가제 항목에서 제외된다.

이 소식을 들은 암환자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표적·면역항암제의 가격은 매우 고가다. 올해 상반기 면역항암제 청구건 중 가장 높은 비율(542건, 34.1%)을 차지하며 현재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MSD의 키르루다의 경우 3주에 한 번씩 투여해야 하는데, 현행 신포괄수가제하에서는 환자가 약값의 5~10%만 본인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1회 투약 비용이 약 30만 원 정도다. 하지만 ‘비급여’로 전액 부담하게 되면 약 20배가 돼 환자들은 당장 내년부터 3주에 한 번씩 약 600만 원에 달하는 약값을 부담해야 한다.

환우회는 “현재 1회 투약비용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심지어 수억 원에 이르는 첨단혁신 세포치료제까지 나오고 있지만 수많은 암환자들은 약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받으며 급여화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3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 환자나 보호자에겐 양해도 없이 항암제를 급여에서 제외시켜 그나마 암환자들에게 한줄기 빛이었던 제도를 개악한다고 하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불거졌다. 앞서 지난달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신포괄수가제 확대와 보장성 강화, 신약개발 촉진이라는 큰 방향성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전액 비포괄’ 추진은 분명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단 현행 신포괄수가 적용을 받으며 치료 중인 암환자가 피해를 받지 않도록 시급한 제도보완이 필요하지 않은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특히 기존의 혜택을 받던 환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국감 지적에 따라 이후 복지부는 실제로 조치에 나서 “제도 개선을 내년부터 시행하되, 기존 신포괄수가제에서 2군 항암제 등을 전액 비포괄 약제로 치료받는 환자들은 예외기준을 적용해 종전처럼 치료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지난 9일 밝혔다.

이로써 기존 암환자들은 ‘약값 폭탄’에서 벗어나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이후에도 환우회는 2차 시위를 벌였고 이와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는 현재 신포괄수가제를 적용받는 환자들이 여전히 약값 폭탄을 안게 될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암환자들은 정부의 이번 예외기준 적용 조치가 ‘꼼수’나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2일 2차 집회에서 환우회는 “현재 중증환자로 등록돼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가 항암제에 내약성이 생겨 내년 1월1일 이후 2군 항암제를 사용하게 된다면, 신포괄수가제 기준 변경에 따라 신규 환자에 포함돼 더 이상 신포괄수가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1회 수백만 원에 달하는 약값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신포괄수가 기준 변경으로 가장 논란이 된 키트루다 말고도 다른 고가의 2군 항암제나 기타약제, 치료재료 등도 마찬가지로 ‘전액 비포괄 대상 항목’이 돼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재현될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도입부터 시작해서 민간병원의 참여, 제도의 허점을 노린 편법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제도 설계와 운영을 정교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지금이라도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한 민간병원 관계자는 “재벌이 아니고서야 월 수백~수천만 원에 이르는 약값에 민감해 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냐.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 모두 추후에 발생 가능한 문제를 예상하지 못하고 섣부른 정책을 실시함에 따라 환자는 물론 의료진까지 모두 곤혹을 치르게 됐다”면서 “보다 정교한 제도의 설계와 운영, 그리고 정비를 통해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도 지나친 경제적 부담이 주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ㅎㅎ 2021-11-18 13:35:33
돈없으면 죽어야합니까? 의료보험 다 내는 국민들
선진국인 국거에서 국민 복지를 줄이는게 말이 되는지 개탄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