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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유죄’ 확정된 사무장병원에 요양급여 환수처분은 적법”
法 “‘유죄’ 확정된 사무장병원에 요양급여 환수처분은 적법”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11.11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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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건강 위협·의료질서 훼손 우려···엄격 제재 필요”

비(非)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뒤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다 적발돼 유죄가 확정됐다면 사무장 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자를 상대로 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정상규 부장판사)는 인천의 A요양병원 개설 명의자로 등록된 의사 B씨와 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C씨, C씨의 배우자인 D씨가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C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1일 밝혔다.

건보공단은 지난 2018년 행정조사 결과 A병원이 사무장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수사 결과 부부인 C씨와 D씨는 2006년부터 봉직의로 고용한 E씨 등의 명의로, 2015년부터는 병원장으로 고용한 B씨 명의로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면서 건보공단을 속여 요양급여비용 약 96억원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법은 의사나 국가·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이 아니면 병원을 열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면 요양급여비용 등을 청구할 수 없다.

당초 C씨는 D씨의 조카인 의사 F씨에게 자신의 건물 일부를 임대해 병원을 운영하게 한 뒤 아들이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병원을 물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2008년 F씨가 병원 운영을 그만두고, 아들도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전문의 과정을 밟게 되자 C씨는 E씨를 소개 받아 아들이 전문의 과정을 마칠 때까지 E씨 명의로 병원을 운영하기로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건보공단은 2019년 4월 C씨와 D씨가 E씨를 고용해 병원을 운영하면서 타낸 요양급여비용 11억8900여만원을 비롯해 B씨를 고용해 병원을 운영하면서 타낸 요양급여비용 57억5400여만원 등에 대해 환수처분을 내렸다. 이에 C씨 등은 소송을 냈다.

이후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2019년 11월 B씨와 D씨에 대해서는 각각 불기소 처분을 한 반면, C씨와 E씨는 의료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서 C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E씨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받았고, 이들의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되면서 지난 7월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건보공단은 B씨가 기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57억5400여만원에 대한 환수처분은 직권으로 취소했다. 

재판부는 C씨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C씨가 처분 대상 기간 무렵 A병원을 사무장 병원 형태로 위법하게 개설·운영했다는 사실이 관련 형사사건의 확정 판결에서 인정됐고, 이 사실 판단을 그대로 채택하기 어렵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C씨의 명함과 이사장 직함, C씨 앞으로 병원 수입금이 이체된 통장 거래 내역, C씨가 직원 채용 면접을 실시하고 A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는 A요양원 대표자로 등록된 점, A병원에 고용된 의사들은 일정 금액의 고정 급여만 받았을 뿐 병원 운영과 수익이 C씨와 D씨에게 돌아간 점 등을 고려하면 C씨가 의사가 아닌데도 의료법을 위반해 2013년 5월~2014년 4월까지 A병원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하면서 요양급여비용 11억8900여만원을 부당청구해 받았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비의료인인 C씨가 병원 시설과 직원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 시행, 필요한 자금 조달, 운영 수익금·자금 관리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했다고 볼 수 있다”며 “C씨의 위반행위 내용과 기간, 경위 및 부당이득금의 규모에 비춰볼 때 불법성과 비난 가능성, 위반 정도가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사무장병원의 형태로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자는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의료질서를 훼손시킬 우려가 크므로 이를 엄격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며 “요양급여비용의 부당 청구에 대한 제재조치로서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의한 환수처분은 부당하게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원상회복시키는 것이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D씨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에 대해서는 건보공단이 경찰 수사 결과만을 토대로 처분을 내린 만큼,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C씨와 D씨가 부부 사이라 하더라도 특별히 D씨를 C씨에 대한 환수금액과 동일하게 연대해 부담을 명할 정도의 불법성 및 역할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유나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형사입건 이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처분 중 D씨에 대한 부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C씨와 D씨가 B씨를 고용해 병원을 운영하면서 타낸 요양급여비용 57억5400여만원 환수처분에 대해서는 건보공단이 직권으로 처분을 취소한 만큼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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