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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특허 면제하라”
시민단체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특허 면제하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11.10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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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계약서 공개 요구···“정부가 지원·개발한 의약품 독점권 규제해야”

“제약회사의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이다. 코로나19 백신 특허를 면제하라.”

국내 시민단체들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특허를 면제할 것을 촉구했다. 화이자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백신을 개발해 막대한 이익을 남기면서도 전 세계를 상대로 ‘갑질’을 벌이며 저소득 국가에는 백신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민간제약사의 백신에 대한 독점권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더 나은 의약품 생산체제를 위한 시민사회연대,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참여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코로나19인권대응네크워크,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민중건강운동(PHM Korea) 등 다수의 시민단체들은 1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에 위치한 화이자타워 앞에서 ‘화이자사 백신 독점 규탄 및 특허면제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미국 시민단체 퍼블릭시티즌이 지난 10월 19일 화이자가 세계 9개 국가와 맺은 백신 계약서를 입수·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한 바에 따르면 화이자가 각 국가 정부와 코로나19 백신 공급 계약을 맺으며 공급 지연에 대한 책임 면제, 허락 없는 백신 기부 봉쇄, 백신 대금 체불 시 정부 소유 항공사, 정유사 등 자산 추징 등의 조건을 요구했고, 그러면서도 계약서를 비밀로 유지하지 않으면 백신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화이자를 비롯한 권한을 독점한 기업들이 백신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각 국가들을 상대로 온갖 방식의 ‘갑질’을 저질러 것이 드러났다고 했다.  

특히 이런 갑질 행태로 저소득 국가의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고소득국가들은 인구의 65% 이상이 접종을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아직까지도 백신접종 완료율은 6% 수준이며, 다른 저소득 국가의 경우 단 2%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시민단체들은 “화이자-바이오앤테크가 지금까지 생산한 백신 중 80%를 지불능력이 있는 소수의 고소득 국가에만 공급했고, 저소득 국가에는 단 0.1%만 공급했다”며 “이로 인해 저소득 국가 대부분은 고위험군인 고령층은 물론이고, 의료인조차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인도에서는 약 46만여 명, 인도네시아는 14만여 명, 이란에서 12만여 명 등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그러나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는 경제적 위기로도 이어져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감소추세이던 전 세계 영양결핍 인구도 작년에만 1억 2000만 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들은 화이자와 같은 제약회사들이 전 세계에 필요한 양만큼의 백신을 생산하지도 못하면서도 특허권을 틀어쥐고 있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생산과 공급을 가로 막았기 때문에 이런 비극을 만들어 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제약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백신을 개발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였으면서도 사회적 책임은 다하고 있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올해에만 약 42.4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으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시민단체들은 “(화이자의 백신은) 수천억 원의 정부 지원으로 생산한 백신인데도 이윤은 사유화하고 있고, 화이자는 전 세계적인 지재권 면제에 반대하는 가장 강력한 집단”이라며 “이런 백신 독점은 팬데믹 해결 자체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중저소득국가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백신개발 기업들의 독점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특허를 일시적으로 면제하자는 제안을 오래전부터 세계무역기구(WTO)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일본 등 고소득 국가들이 백신 기업들의 이윤 동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반대 입장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부조리와 부정의를 더 이상 지켜보지 않겠다는 전 세계적 운동에 동참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리 정부도 몇 가지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우선 첫 번째는 저소득 국가의 백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도 코로나19 백신 특허를 일시적으로 면제하자는 국제적 제안에 적극 찬성하라는 것.

두 번째는 백신 기업들과 맺은 계약서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화이자를 통해서만 내년까지 총 1억 8600만 회분의 백신 구매계약을 체결했고, 다른 회사의 백신 구매분까지 더하면 약 10조 원의 예산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민단체들은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인 중요한 계약을 정부는 비밀에 부쳐 국민들은 한국도 주권면제 포기나 기부 봉쇄 등의 조건을 포함시켜 계약했는지 등에 대해 의구심과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세 번째는 앞으로 정부의 지원으로 국내 제약사의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 전 세계적으로 공급을 원활히 하라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만약 정부가 시민들의 세금으로 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의 백신이 개발되면, 기술이전 조치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며 “결국 이것이 ‘백신은 공공재’라는 문재인 정부의 공언을 실행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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