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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정치력·협상력 강화해야"
"의료계, 정치력·협상력 강화해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10.25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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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서 충북의사회장, "전문가 위상 높이고 회원 단결 필요"
"文케어는 재정적자 유발 '핵폭탄급 정책'" 비판도

"대한의사협회는 정치력과 협상력이 매우 부족합니다. 의협이 정치력과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의료 전문가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회원들의 단결'이 필요합니다." 

박홍서 충청북도의사회장은 최근 의협 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당한 권익 쟁취'를 위한 의협의 역할에 대해 이 같이 당부했다. 

그는 "의협은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의사협회는 물론, 다른 직역에 비해서도 정치력과 협상력이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협이 의료악법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력과 협상력을 강화하려면 '전문가의 위상 제고'와 함께 '회원들의 단결'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각 시도 의사회부터 지역 의사회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단결해야 한다는 게 박 회장의 진단이다.

특히 박 회장은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문재인 케어'에 대해서는 "재정 적자를 유발하는 '핵폭탄급'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케어가 정작 의료취약계층과 희귀질환환자, 위중한 환자 등 집중적 지원이 필요한 곳에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대상의 우선순위는 고려하지 않고, 의료쇼핑을 조장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지원이 필요한 계층을 선별하고, 재정 건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와 여당이 주장해온 공공의료 강화 및 공공병원 설립 방안에 대해서도 그는 "소 잃고 외양간도 버리는 재정낭비가 걱정된다"며 "공공병원 설립 비용을 민간의료에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박 회장은 지방으로 갈수록 의료인력 부족이 심각해지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저수가 정책'으로 인한 개원가의 경영 악화와 필수의료 붕괴, 전공을 살릴 수 없는 진료환경 때문"이라는 진단도 내놨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인력에 대한 재분배가 이뤄질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지방근무 인력에 대한 인센티브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1문 1답

Q. 회장 당선 이후 반년이 지났는데, 회무를 진행해온 소감은. 

“도의사회장은 회원들을 위한 ‘봉사’ 직이면서 지역의료를 대표하는 중책으로, 회원들과 항상 소통하고 의협과 협력하며 대외업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만큼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 나름 열심히 뛰어 다니지만 회원들의 애로사항을 다 만족시킬 수 없어 죄송스럽다.” 

Q. 선거 당시 내세운 공약 중 어떤 공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성과는.

"당선 당시 세 가지 공약을 내놨다. 첫째는 '의사회의 주인은 회원이므로 회원 중심의 신뢰받는 의사회를 만들겠다', 둘째는 '각 시군 의사회와의 친목과 교류', 셋째는 '의협과 회원 간의 원활한 가교 역할'이었다. 지금까지는 회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즉시 시행하려고 하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충북도내 시군의사회 방문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의협의 정책과 소식을 바로 회원들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회원들의 의견도 바로 의협에 건의하고 있다."

Q. ‘위드 코로나’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다 해도 환자는 늘어날 수 있어 의료체계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다.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무한정 거리두기 등 제한적 생활이 여러 가지로 힘들지만,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국가에서 다시 유행하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도 혼란이 가중되고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의료진들이 코로나 질환에 더욱 노출되는 일도 발생할 것이다. 철저한 마스크 착용 및 소독과 함께 코로나 유행에 대비해 환자들을 위한 충분한 치료와 병상을 미리 확보해 놓아야 한다.”

Q. 불법 대리 수술 사건, 수술실 성추행 등이 발생하면서 의료계 내에서도 ‘자율정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자율정화 강화 방안은.

“대리수술 등 비윤리적 행위는 대다수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켜 의사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있다. 마땅히 자율정화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격하고 공정하게 해야 하며, 회원뿐만 아니라 학생, 전공의들에 대한 윤리적인 교육도 강조돼야 한다.” 

Q. 이필수 의협 회장의 투쟁과 협상의 균형을 강조한 ‘대외협력’을 어떻게 보는지. 

“지난 몇 년 간 의협은 투쟁적 경향이 보여왔다. 사회적 흐름 등으로 볼 때 협상과 투쟁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대외 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 현 집행부가 출범한지 약 5개월 정도 지나 회원들이 회무에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일단 협상을 중심으로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응원해야 한다.”

Q.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등 여러 의료악법을 두고 ‘상시투쟁체’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어떤 입장인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의사 면허관리 강화법, 전문간호사 제도, 공공의대 등 악재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의협 집행부가 강온 전략으로 슬기롭게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쟁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할 수 있게 연락 체계를 정비하는 등 준비는 필요하지만, 협상을 우선하면서 투쟁이 필요할 때에도 신중히 고려해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Q. 코로나로 공공의료 강화 및 공공병원 설립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데 의견은.

“코로나 사태로 그동안 보건의료정책 실패의 민낯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질병의 공포를 이용해 '공공의료 부족'이라는 모호한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서남의대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고 실패를 반복하는 우리나라 의료정책이 안타깝고, 소 잃고 외양간도 잃어버리려는 재정낭비도 걱정된다. 시장 중심의 의료시스템의 효율성과 다양성을 간과하면서도 기존에 있었던 공공병원들도 민간의료기관과 똑같은 진료행위로 무한 경쟁을 하는 모순된 정책을 함으로써 필수의료와 취약계층의 진료를 위한다는 공공의료 목적을 상실했다.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감염병 시대에 제대로 된 완충 역할도 하지 못했다. 차라리 공공병원 설립 비용으로 민간의료에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지방으로 갈수록 의료인력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 대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2020년 10월 기준 전국 35개 의료원 중 26곳에서 의사가 부족했다. 특히 올해 코로나로 인해 업무가 가중되면서 상당수 지방의료원 의사들이 이직했다. 지방 의료인력 부족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저수가 정책으로 인한 개원가의 경영 악화와 그에 따른 필수의료의 붕괴 때문이다. 여기에 주변의 낮은 교육 및 문화 인프라는 물론, 병원 근무의사들이 어렵게 수련한 전공을 살릴 수 없는 진료 환경 등이 어우러져서 나타났다고 여겨진다. 이것은 의사부족보다는 의사들이 대도시로 모일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인 만큼, 인력 재분배가 이뤄질 수 있는 의료 환경을 조성하고 지방근무에 대한 인센티브 등을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원격의료에 대한 의견은.

"진료라는 것은 환자와 의사 간에 도식화되고 정량적인 행위가 아니라, 직접대면하면서 측정할 수 없는 신뢰와 상호 교감을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원격의료는 이를 배제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거부감이 든다. 그렇다고 IT가 발달한 현대적 흐름에서 마냥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도서지역이나 해외파병 부대 등 제한적인 범위에서 먼저 논의하고, 회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진행했으면 한다. 앞으로 의협은 이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정책에 대해서도 시대적 상황에 따라 항상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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