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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오줌싸지 마세요”
“제발 오줌싸지 마세요”
  • 홍영준 원자력병원장
  • 승인 2021.10.19 10:0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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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역 2번 출구(34)
홍영준 원자력병원장
홍영준 원자력병원장

아침에 출근해서 차를 주차하고 내 방으로 가는 길에 엄마, 아빠 손을 다정하게 잡고 가는 꼬맹이들을 자주 마주친다. 우리 병원 암 검진센터 건물에 붙어있는 어린이집에 가는 아이들이다. 시설도 괜찮고 선생님들도 열심히 가르친다고 소문이 나서 직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삐약삐약 병아리 같은 녀석들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와 배꼽 인사를 건넬 때면 미소가 절로 나면서 뜬금없이 옛날이야기 하나가 떠오른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자의 어머니가 아이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이 일화는 맹자가 살았던 춘추전국시대로부터 수백 년이 흐른 뒤에 쓰인 ‘열녀전(列女傳)이 출처라고 하니 그냥 지어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그 역사적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어린아이들이 자라나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쳐주려는 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맹자의 집이 맨 처음 공동묘지 근처에 있었을 때 어린 맹자는 허구한 날 ‘아이고, 아이고’ 하고 곡을 하면서 상여 지나는 모습을 흉내 냈기에 그 꼴을 보다 못한 엄마가 시장 근처로 이사를 했더니 이번엔 맹자가 장사꾼의 말투를 따라 하느라 바빴다고 한다. 아마 손뼉을 치면서 ‘골라, 골라’를 연발했을지도 모르겠다. 할 수 없이 공자를 모시는 ‘문묘(文廟)’ 근처로 또다시 집을 옮기니까 맹자는 관원들의 예절을 배우는 일에 힘을 썼고 그제야 어머니도 만족했다고 하는 게 우리가 잘 아는 ‘맹모삼천지교’의 줄거리다.
  
세 번째 장소인 ‘문묘’는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하기에 그게 ‘서당’이나 ‘학교’로 바뀐 버전들이 더 친숙하지만, 근본적인 의문 한 가지는 장소는 세 곳이라도 이사 횟수는 두 번인데 왜 ‘삼천(三遷)’이라 말하느냐 하는 것이다. 자식을 잘 키우기 위해 맹자 어머니가 이사했던 곳이 워낙 많았기에 장소 세 곳은 그저 샘플에 불과할 거란 추측이 숫자의 부정확함에 대한 설명으로 제시되지만, 이왕이면 고사성어의 정합성(整合性)을 맞추기 위해 장소를 한 군데 더 추가하면 좋았을 것이다. 오늘날 소위 ‘문과’ 출신이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대한민국 분위기라면 ‘문묘’에서 다시 이사를 한 곳은 ‘의과대학’ 혹은 ‘종합병원’ 부근이 아니었을까 싶다. 생각이 거기에까지 이르자 난 매일 우리 병원 안팎을 왔다 갔다 하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원자력병원에서 무엇을 보고 배울까 하는 게 문득 궁금해졌다.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그러니까 ‘신촌(新村)’에서 나고 자란 나는 성인이 될 때까지 그 동네에서 두어 번 이사했던 기억이 난다. 신촌은 이른바 ‘대학가’로 불릴 만큼 유수의 대학들이 여러 개 몰려 있는 곳이다. 맹자의 어머니가 충분히 탐을 냈을 법한 지역이다. 나 역시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집 근처 대학들을 드나들며 축제도 구경하고 종종 도서관에도 들어가 볼 기회가 있었기에 일찌감치 자유분방하면서도 학구적인 대학 생활에 대해 동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교 옆에 살았기에 경험할 수 있었던 긍정적인 영향이었다.
  
그러나 내가 의과대학에 들어갔을 무렵부터 안타깝게도 신촌은 ‘대학가’로서의 이미지보다 ‘유흥가’로서의 이미지가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신촌에 술집과 모텔들이 마구 들어서기 시작할 때 우리 집은 연세로 큰길가에 있는 한 건물 꼭대기 층으로 이사했다. 신도시 아파트로 이사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거기서 지내야 했던 것이다. 집 바로 아래층에 당구장이 있고, 집에서 5분 거리에 백화점과 지하철역이 있다는 게 신기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에게 예상치 못했던 고된 일거리가 하나 생겼다.
 
우리가 살던 건물에는 계단을 따라 꼭대기까지 올라와도 공공 화장실은 없었다. 그런데 밤마다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 취객들이 꼭대기 층인 우리 집 앞에까지 꾸역꾸역 올라왔다가 화장실이 없음을 깨닫고는 그냥 문 앞에다 방뇨를 해버렸다. 거의 매일 아침 어머니는 그 지저분한 배설물들을 치우는 게 일과가 되었다.
  어느 날 밤 집에 들어가는 내 눈에 대문 앞에 놓여있는 종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매직으로 화난 사람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고 그 아래 이런 글씨가 적혀 있었다. “제발 오줌 싸지 마세요!” 경고라고 보기엔 너무 귀여운 그림과 글씨는 어머니의 솜씨였다. 나는 화가 났고 곧 슬퍼졌다. 내가 ‘사랑하는 고향’이라고 주저 없이 일컫는 신촌이 점점 이렇게 노상 방뇨와 토사물이 난무하는 지저분한 동네로 변해간다는 게 화가 났고, 효과가 없을 게 분명한 경고문을 만드느라 수고하셨을 어머니 생각에 슬펐다. 예상대로 그 경고문은 다음 날 아침 누군가의 배설물에 의해 흥건히 젖어 있었다.        
  
대학들은 여전히 같은 위치에 있으나 이제 신촌에서 주택가는 거의 사라지고 없다. 좋은 대학이 아무리 많아도 맹자 어머니 역시 지금의 이곳을 선뜻 찾을 것 같지 않다. 얼마 남지 않은 이 동네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신촌을 좀 더 건전하게 만드는 일에 다 함께 힘을 모으자고 언젠가 내가 지역 행사에서 건의해 보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 병원 채혈실에 붙어있는 남자 화장실에서 몇 해 전 누군가 변기가 아닌, 바닥에 큰일을 본 적이 있다. 그 화장실은 남자들 소변 검사용 샘플 채취가 목적이라 소변기만 있는 곳이었다. 직원인지 환자인지 모르겠으나 급해서 화장실에 뛰어 들어왔는데 소변기뿐이었을 때 그가 얼마나 큰 낭패감을 느꼈을지 살짝 동정은 가지만 그래도 오전 내내 복도까지 풍기던 냄새는 방향제를 아무리 들이부어도 수습이 되지 않았고 그 몰상식한 행동은 용서가 되지 않았다. 내 고향 신촌을 망가뜨렸던 옛날 그 오물들이 자동으로 리마인드 되었음은 물론이다.
  
오늘도 해맑은 얼굴로 어린이집을 향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다짐한다. 악취가 나는 병원, 오물이 날리는 병원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되겠다고. 설령 그 지저분한 것들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있는 것일지라도 이 아이들이 눈치챌 것 같은 두려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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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1-10-20 04:29:01
고구려 태학, 백제 오경박사, 통일신라 국학의 유교교육을 실시함. 유교사관 삼국사기가 정사(正史)이던 나라.

http://blog.daum.net/macmaca/3057
@한국 유교 최고 제사장은 고종황제 후손인 황사손(이 원)임. 불교 Monkey 일본 항복후, 현재는 5,000만 유교도의 여러 단체가 있는데 최고 교육기구는 성균관대이며,문중별 종친회가 있고, 성균관도 석전대제로 유교의 부분집합중 하나임.

윤진한 2021-10-20 04:28:27
일부 신앙으로 이어지며 유교 밑에서 도교.불교가 혼합되어 이어짐. 단군신화는 고려 후기 중 일연이 국가에서 편찬한 정사인 삼국사기(유교사관)를 모방하여, 개인적으로 불교설화 형식으로 창작한 야사라는게 정설입니다.유교,공자.은,주시대始原유교때 하느님.조상신숭배.세계사로보면 한나라때 공자님도제사,동아시아(중국,한국,베트남,몽고지역)에 세계종교 유교성립,수천년전승.한국은殷후손 기자조선 기준왕의 서씨,한씨사용,三韓유교祭天의식. 국사에서 고려는 치국의道유교,수신의道불교.

세계사로 보면 한나라때 동아시아 지역(중국,한국,베트남,몽고지역)에 세계종교 유교가 성립되어 지금까지 전승. 이와 함께 한국 유교도 살펴봄.한국 국사는 고려는 치국의 도 유교, 수신의 도 불교라고 가르침. 고려시대는 유교 최고대학 국자감을 중심으로

윤진한 2021-10-20 04:27:38
논어 "향당(鄕黨)"편에서, 관습을 존중하는 예를 표하셨습니다. 신명(神明:천지의 신령)모시기 전통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조상을 섬기는 제사는 유교가 공식적이고, 유교 경전에 그 절차와 예법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유교경전 예기에는 상고시대 조상신의 위치에서 그 혼이 하늘로 승천하시어 인간을 창조하신 최고신이신 하느님[天(하느님, 하늘(하느님)]하위신의 형태로 계절을 주관하시는 五帝가 계십니다. 유교는 하느님(天), 五帝, 地神, 山川神, 부엌신(火관련)숭배등 수천년 다신교 전통이 있어왔습니다.
@한국은 세계사의 정설로,한나라때 동아시아(중국,한국,베트남,몽고)에 성립된 세계종교 유교국으로 수천년 이어진 나라임. 불교는 고구려 소수림왕때 외래종교 형태로 단순 포교되어, 줄곧 정규교육기관도 없이, 주변부

윤진한 2021-10-20 04:26:52
수천년간 사회를 움직여온 학문은, 전통적인 신학(유학,가톨릭의 신학등), 법학, 문학.역사학.철학등이고, 한자나 라틴어같은 세계어의 습득이었습니다. 조선시대는 역관.의관등이 중인이었습니다. 현대에도 국제어인 영어.중국어외에도 프랑스어.스페인어도어가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돈을 만지고 움직이는 경제.경영학등과, 국가나 정부,법조계.국회를 움직이는 법학.행정학.정외과등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일부 지역에서 굿이나 푸닥거리라는 명칭으로 신령숭배 전통이 나타나도, 이를 무속신앙이라 하지는 마십시오. 불교라고도 하지 마십시오. 유교 경전 논어 팔일(八佾)에서는 공자님이전부터 섬겨온 아랫목 신(안방신), 부엌신등을 섬기는 전통도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통적인 신명 섬기기에 대해서, 공자님도 오래된 관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