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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통과 '수술실 CCTV 설치법' 반대 '의료계' 목소리 메아리 되어
국회 통과 '수술실 CCTV 설치법' 반대 '의료계' 목소리 메아리 되어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9.02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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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도의사협의회 "수술실 통과된 날은 의료역사에 슬픈날로 기억 될 것"
대개협 "국회의원 집무실 24시간 감시대상, 높은 분들의 집무실 CCTV 다는 법 만들어라"
여의사회 "필수 의료 무너져 의료계의 발전 저해시킬 것"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통과됐지만 의료계의 ‘반대’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2일 성명서를 통해 “수술실 CCTV 설치의무화 법안이 통과된 2021년 8월 31일은 대한민국 의료역사에 슬픈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코로나 예방백신 접종은 OECD국가 중 거의 꼴찌면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술실 CCTV설치를 법으로 정한 나라”라며 “코로나 사태로 의료진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 시기에, 의료진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이런 법을 밀어붙인 칼날을 휘두른 여당의 횡포를 우리 모두는 기억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와 한국여자의사회도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 법안은 의료인의 소신 진료를 겁탈하는 ‘악법’”이라 꼬집으며 정부와 국회를 비판했다. 

대개협은 “결국 국회는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 법안을 아무 거리낌 없이 통과 시키고 말았다”며 “그동안 의료계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법안 통과를 반대했으나 마이동풍, 악법이 또 하나 만들어지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이번 법안 통과에 찬성을 한 국회의원들에게 “한번이라도 수술실에 가서 수술이 준비되고, 행해지고, 마쳐질 때 까지 전 과정을 지켜본 적이 있냐”며 “법에 보장된 모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이 말살되고 자유롭게 직업을 수행할 자유마저 빼앗았다”고 했다. 

대개협은 “환자들은 생명을 걸고 의료진을 믿고 병마와 싸워야 하는데 이제는 예비 범죄자 의료인들에게 자신의 몸을 맡겨야 하는 대립과 반목의 상황에 놓였다”며 “수술에 관여하는 모든 의료인들은 CCTV 영상이 자신을 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해야 한다”고 했다. 

대개협은 국회를 향해 “모든 높은 분들의 집무실에 당장  CCTV를 다는 법안은 상정하고 136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켜야 한다. 그동안 일어난 그 많은 성범죄, 경제사범, 청탁의 온상으로 매일 뉴스를 가득 메우는 그들의 집무실이야말로 24시간 감시의 대상”며 “기본적인 헌법가치를 짓밟은 최악의 법안 통과에 격분하며, 이로 인해 닥쳐올 모든 책임은 국회와 정부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자의사회도 “수술실 CCTV 설치는 아주 극소수의 비윤리적 일탈 행위들을 빌미로 전체 의료인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여러 어려움에도 소신을 갖고 묵묵하게 자리를 지켜온 의료인 모두를 매도하는 행위”이라고 우려했다. 

여의사회는 “환자의 급박한 상황에 따라 수술자의 판단 아래 시도되는 수술들이 집도의의 자율과 소신이 침해 받아 불리하게 작용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결국 환자의 건강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또한 촬영된 영상 및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로 환자에게 이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의사회는 “어떤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악법을 정부가 시작하려 하고 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전공의 수련 교육을 위축 시키고 필수 의료인 외과계 지원 기피 현상을 더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또한 “잠재적인 의료 분쟁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을 외과의들이 인식해 현장에서 수술 거부로 이어지는 등 필수 의료가 무너지는 상황이 도래되어 의료계의 발전을 저해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국회는 8월 31일 본회의에서 의료법 개정안을 재석의원 183명 가운데 찬성 135표, 반대 24표, 기권 24표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수술실 안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TV를 설치·운영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CCTV 촬영은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이 있을 때 녹음 없이 하고, 열람은 수사·재판 관련 공공기관이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요청이 있거나 환자와 의료인 쌍방 동의가 있을 때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응급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공의 수련 목적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개정안은 공포 이후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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