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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병협·의학회, "감시와 통제는 의료를 병들게 한다"
의협·병협·의학회, "감시와 통제는 의료를 병들게 한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8.30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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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 수술실 CCTV법 국회 통과 저지 총력
"악법 무효화 시키기 위해 헌법소원 등, 법적 투쟁 진행할 것"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감시와 통제는 의료를 병들게 한다'며 본회의에서 부결할 것을 여야에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3대 단체는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간 수백만 건의 수술이 이뤄지는 현실에서 극소수의 비윤리적 일탈 행위들을 근거로 나머지 대다수의 선량한 의료인 모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감시한다면, 이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수술실 안에 CCTV를 설치·운영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 3대 단체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우리나라를 제외한 어떠한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수술에 임하는 의사들의 소신과 의욕을 꺾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해 결국 의료의 질적 저하와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에 대한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의료계는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외과계 전체의 붕괴는 물론, 향후 의료 현장의 대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의료에 대한 통제, 감시를 강화하고 잠재적인 의료 분쟁을 격화시킬 수 있는 법안은 의사들로 하여금 수술을 기피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현재도 지원자가 전무한 소아외과와 같은 고위험 분과의 공백은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술 현장에서 노출되는 환자의 민감한 신체적 정보에 대한 절대적인 비밀 준수 원칙이 침해될 수 있다"며 "정보 유출의 가능성은 그 자체로 환자에게 심각한 인권 피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의료계 단체들은 이번 입법을 추진한 정부와 여당을 향해 "사회적 해악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함에 있어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심도 있는 논의와 숙려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감시를 통한 통제'가 능사라는 단세포적 방안이 현재에 이르고 있음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라고 비판도 내놨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국회가 올바른 판단을 바탕으로 의료 환경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해당 법안을 부결하고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며 "만에 하나라도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단체들은 유예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현재 법안의 독소조항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해악을 규명하고 저지하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법안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악법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헌법소원 등을 제기, 법적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들은 "의료의 근간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의사들의 충성과 노력을 무시하는 압제를 언제까지 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와 국회는 사태를 정확히 판단해 국민의 건강권이 더는 위협받는 최악의 사태로 치닫지 않도록 올바른 판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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