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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한시적 허용 '비대면 진료'···"법적·제도적 안전장치 마련 필요"
코로나19 한시적 허용 '비대면 진료'···"법적·제도적 안전장치 마련 필요"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8.26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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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정연,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전화상담·처방 현황 분석 연구보고서 발간
진료 이용 건수 내과·신경과·정신과 순, 군의관·공보의 부정적 인식 더욱 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한시적으로 '비대면 전화진료'를 허용한 가운데 의료계가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해 법·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환자들의 편의나 경제적인 효용성만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진단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우봉식)는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전화상담·처방 현황을 분석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고대안암병원 유승현 교수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한시적으로 비대면 전화진료를 도입하는 한편, 비대면 의료서비스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시행되면서 한시적인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근거까지 마련됐다.

개정 법에 따르면,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는 의사가 유선·무선·화상통신, 컴퓨터 등을 활용해 의료기관 밖에 있는 환자에게 진단이나 상담, 처방을 할 수 있다. 한시적인 비대면 진료 지역과 기간 등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한다.

연구소가 건보공단 청구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2~9월까지 전화상담·처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화상담·처방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12%인 8273곳이었다. 전화상담·처방을 통한 진료를 이용한 환자는 60만9500명이었고, 진료횟수로는 91만7813건이었다. 

진료과목으로는 내과(60.2%)가 가장 많았고, 신경과(6.0%), 정신건강의학과(4.8%)가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코로나19 초기 확진자가 급격히 확산된 지역인 대구, 경북, 서울, 경기 지역에서 전화상담·처방 진료에 참여한 비율이 높았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참여가 낮은 경향을 보이다가, 지난해 5월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상담·처방을 이용한 환자는 1인당 평균 약 1.5회 이용했으며, 남성보다 여성의 이용률이 높았다. 고령 환자의 경우 이용률이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전화상담·처방 진료를 이용한 환자들의 다빈도 상병을 살펴보면, ‘본태성(원발성)고혈압’, ‘2형 당뇨병’, ‘지질단백질 대사장애 및 기타지질증’, ‘급성기관지염’, ‘위-식도역류병’,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혈관운동성 및 앨러지성비염’, ‘뇌경색증’, ‘협심증’, ‘기타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순으로 이용률이 높았으며, 전체 전화상담․처방진료의 43.4%를 차지했다. 

그러나 환자 1인당 평균 진료횟수는 ‘조현병(3.1회)’,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1.7회)’, ‘수면장애(1.7회)’, ‘우울에피소드(1.6회)’, ‘기타 불안장애(1.6회)’의 순으로 정신과적 질환의 처방 횟수가 높은 비중을 보였다. 

보고서는 의료제공자 측면에서 전화상담·처방 제도에 대한 인식과 제공하게 된 이유 및 제공 후 만족도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도 제시했다.

조사 결과, 의사들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 상황과는 무관하게 전화상담·처방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77.1%)이라고 응답했다. 상급종합병원이나 의과대학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다른 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군대나 군병원에 근무하는 군의관과 보건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보의들은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응답자 중 전화상담·처방 진료 경험이 있는 의사들(1770명, 31.1%)의 과반수 이상은 불만족(59.8%) 한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환자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판단의 어려움(83.5%)’을 선택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전화상담·처방 진료를 제공하지 않은 의사들(3919명, 68.9%)도 제공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판단(70.0%)’과 ‘책임소재 문제에 부담(56.1%)’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연구진은 현재 한시적인 비대면 진료를 정부가 제도화할 경우 의료제공자 측면, 의료 소외계층의 접근성 향상, 보건의료체계의 지속성 측면을 모두 고려한 후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특히 △비대면 진료의 추진과 관련한 분명한 원칙 설정 △전화진료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개발 △불필요한 진료 증가 규제 △환자 및 의료서비스제공자의 안전성 확보 방안 마련 등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필수적인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유승현 교수는 “정부는 그동안 발표된 전화상담・처방의 일부 결과만 보고 의료사고와 같은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거나, 환자의 편의성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는 등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는 본질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를 위한 것으로 의료행위결과에 따른 책임은 의료인에게 있다”며 “연구를 통해 상이한 이해관계, 법적 책임 범위 규정에 대한 문제, 의료서비스의 복잡성과 다양성, 보상설계와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해야할 요인들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우봉식 소장은 “환자들의 편의성과 경제적 효용성을 이유로 비대면진료를 전면적으로 허용 혹은 제도화와 연결하려는 시도는 지양해야”한다며 “향후 비대면 진료 정책 도입 시 규정과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내용들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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