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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정량 분주에 의료진 스트레스···자동 추출 기술 개발”
“백신 정량 분주에 의료진 스트레스···자동 추출 기술 개발”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8.20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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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조금준 교수
평소 갖고 있던 아이디어 제안해 제품화, 특허출원까지 3개월 만에 완료

최근 백신 잔량을 최소화해 최대한 많이 접종할 수 있게 하는 ‘백신 정량 자동 추출 기술’이 개발돼 특허출원까지 완료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수요가 높은 지금 의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이 기술은 한 임상 의사의 아이디어에 의해 개발됐다. 그 주인공은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조금준 교수.

현재 코로나19 백신은 1병당 5회~10회분의 용량이 담겨 있어 의료진이 직접 반복해서 적정 용량을 추출해 각각의 주사기에 나눠 담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백신이 과다 또는 과소 투여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 16일까지 보고된 426건의 백신 오접종 건수 중 ‘용량 오류’가 234건(54.9%)으로 가장 많았다. 가뜩이나 업무도 폭증하는 데다 백신을 정량에 맞춰 나눠 담아야 하는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매우 커 언제든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백신 정량 자동 추출 기술’을 활용하면 설정된 정량만큼만 백신이 자동으로 각각의 주사기에 나눠 담기기 때문에 숙련되지 않은 의료진이 분주를 담당하더라도 과다 또는 과소 투여 등의 오류를 예방할 수 있고, 다수의 백신을 정확하게 분주해야 하는 의료진의 피로도도 한층 줄일 수 있다.

기술 원리는 간단하다. 평소 조 교수가 머리 속에 갖고 있던 아이디어를 재현한 것일 뿐인데, 우선 주사기를 꼽고 용량을 설정해 버튼을 누르면 펌프가 자동으로 잡아당겨지면서 백신이 각각의 주사기에 주입된다. 센서가 들어오는 양을 체크해 설정한 눈금에 닿으면 자동으로 멈추게 설계됐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백신 접종 수요가 매우 높은 현재의 팬데믹 상황에서 그 가치는 매우 빛난다. 또 최소잔여형(LDS) 주사기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정확하게 정량을 추출해 백신 잔량을 최소화해 최대한 많은 인원이 백신을 접종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금준 교수는 의사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백신 접종 건수가 폭증해 매일같이 의료진들이 주사기에 정량을 분주하기 위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주사는 정량을 맞는 게 가장 효과가 좋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숙련된 의료진의 집중력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기술로 의료진의 숙련도나 경험치, 집중력 등에 관계없이 정량주입이 가능하다. 조 교수는 “꼭 백신뿐만 아니라 모든 주사는 정량 분주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사용자인 의료 현장의 임상 의료진이 쓰기에 불편하면 소용이 없다. 반대로 임상 의료진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개발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제품화 자체가 어렵다. 그렇게 사라지는 아이디어가 지금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정량 자동 추출 기술’은 오송재단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아이디어가 구체화돼 제품화까지 가능했다. 

조 교수는 “임상의로서 아이디어를 낸 이후 오송재단과 제품의 컨셉트, 필요성, 방향성 등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하며 결국 제품화에 이어 특허출원까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이디어 제안부터 특허출원까지 약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병원 측의 지원도 컸다. 고대구로병원은 지난 2005년부터 의료기기 임상시험센터, 의료기기개발 중개임상지원센터, 개방형 실험실 등 다양한 의료 사업화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임상 의료진의 아이디어가 기술로 개발되고 제품화가 되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조 교수는 “결국 임상 의료진의 아이디어가 기술로 개발될 수 있도록 여러 형태의 다양한 플랫폼이 병원에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송재단의 지원도 그렇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의 산부인과 세부 전공 분야는 산과(産科, obstetrics)다. 산과의 경우 아이가 복중에 있다 보니 관련 임상약제나 기구 개발이 굉장히 느려서 10~20년 전 기구가 지금도 쓰일 정도다. 조 교수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개발할 분야도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지금까지의 임상 경험을 살려 향후에도 다양한 협력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플랫폼 구축을 위해 힘쓸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복잡한 기술이든 단순한 기술이든 의료진들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기술이든 의료진이 편하게 쓸 수 있으면 환자에게도 이로운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진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적극 개진해 제품화까지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국내 의료 산업 발전과 국내 의료기기 산업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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