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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치협 “공·사보험연계법 논의 중단하라”
의·병·치협 “공·사보험연계법 논의 중단하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8.13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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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통제 통한 민간보험사 이익만 위할 뿐 국민 부담 완화 위한 고민은 없어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민간보험회사의 이익만을 보장하기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및 보험업법 일부개정안 법령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의·병·치협) 등 3개 전문가 단체는 12일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가 입법화를 추진 중인 공적 보험인 건강보험과 사보험을 연계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개정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지난 1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입법예고한 ‘국민건강보험법’ 및 ‘보험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의 하위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전문가, 이해당사자 등의 의견을 묻는 ‘공사의료보험 연계법 제정에 대한 자문회의’를 지난 6일 개최했다. 

입법예고 당시 정부는 ‘국민의료비 및 보험료 부담 적정화’와 의료계가 우려하는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연계’는 전혀 무관한 사항이고, 만약 연계한다고 해도 단순히 ‘국민의료비 및 보험료 부담 완화를 위한 법안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에 따르면 실상은 비급여의 통제와 이를 통한 민간보험사의 사익 보장만을 위한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하위법령의 논의 방향 역시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 특히 비급여 진료비 보고 등의 통제수단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의·병·치협은 “공보험인 건강보험이 사보험인 실손보험에 국민의 민감 개인정보인 진료내역 등을 제공할 권한도, 이유도 없다”며 “그럼에도 이 법안은 복지부 장관과 금융위 위원장이 제출받은 자료를 활용토록 하고 있고, 이로 인해 개인정보인 공적 보험의 데이터가 민간에 유출되어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즉, 건강보험은 급여 항목의 적용 여부만을 판단할 수 있고 민간보험사 실손보험의 지급 여부는 고려 사항이 아니며, 반대로 실손보험의 지급 대상 여부 판단은 금융위와 보험사 간의 논의로 해결할 문제일 뿐이라는 것. 

의·병·치협은 “공보험과 사보험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공사보험연계법안의 취지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붕괴시키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차라리 실손보험을 공보험과 연계해 통제하려면 “보험사의 반사이익 귀속과 같은 불합리한 상황을 해소하거나,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본인부담금 보상 제한 등 보건의료정책적 관점에서 관리·감독을 하는 게 적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공·사보험연계위원회의 심의대상에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및 지급 등 편의증진에 관한 사항’ 및 ‘건강보험 비급여 의료비의 관리에 관한 사항’ 등을 포함시킨 것에 대해서도 의·병·치협은 “공사보험 연계의 필요가 없는 사항까지 포함시켰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의료기관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제출받은 자료를 ‘비급여 진료비용의 항목·기준 및 금액 등 현황의 조사·분석 및 공개’ 및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등에 관한 평가’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공·사보험 연계와 전혀 무관한 분야를 변경하기 위해 공·사보험 연계법을 근거로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을 따져 봐도 이번 공·사보험연계 법안이 민간보험사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개정안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 단체들의 입장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 진료비 경감 차원에서 공·사보험 연계를 고민했다면 공사보험 연계의 핵심인 보장성 강화에 따른 보험사의 반사이익을 줄이기 위한 ‘실손의료보험료 조정에 관한 사항’을 공·사보험연계위원회의 심의대상에 포함시켰어야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이 사안은 심사대상에서 누락됐다는 것. 또 실태조사를 위한 자료제출 요청의 범위에 보험사의 실질적인 손해율을 확인할 수 있는 ‘실손보험 관련 영업이익 등 전체 수입액과 지출액’도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의·병·치협은 “사보험회사들의 정보는 정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보험이 비급여진료비 보고 등으로 의료기관을 통제한다면 ‘국민의 건강권과는 전혀 상관없는 졸속정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민간보험회사들의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공익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건강보험 진료내역 활용 요구에 대해서도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적절한 규제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병·치협은 이번 법률개정안 제정 논의에 대해 “각종 자료제출 요청을 통해 비급여 항목을 통제하겠다는 의지만 있을 뿐, 실손의료보험을 적정하게 통제해 국민의 의료비 및 보험료 부담을 경감하려는 의지는 전혀 없다”고 총평했다. 이어 “오히려 실손보험의 이익률을 높이고 상품을 설계하는 데 도움만 주고 있고, 이는 결국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끝으로 의·병·치협은 “공·사보험연계법 추진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고 거듭 밝히며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행되고 있는 하위법령 제정 작업 및 관련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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