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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거리두기 1주일 유지···전문가들 주장 통했나?
수도권, 거리두기 1주일 유지···전문가들 주장 통했나?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6.30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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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완화 ‘하루’ 앞두고 경각심도 완화돼 확진자 800명 육박···3차 대유행과 유사
정재훈 교수 “이대로 방역 완화되면 접종 순조롭게 이뤄져도 급격한 유행 확산 온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가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앞으로 1주일간 더 연장하기로 했다. 7월 1일부터 시행이 예정된 정부의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1주일 연기한 것이다.

이는 지난 1주일간 하루 평균 46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특히 30일 0시 기준 전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800명에 육박한 것에 따른 조치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6월 30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794명 발생했다. 7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5일(744명) 이후 25일 만이며, 확진자 수 규모도 지난 4월23일(797명) 이후 68일 만에 최다 기록이다. 이로써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5만6961명에 이른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하기로 한 7월 1일을 하루 앞두고 일일 신규 확진자가 800명에 육박하자 애초부터 제기됐던 우려의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너무 성급하다며 몇 주간만이라도 시행을 늦출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사실 최근 국내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국민들의 심리적인 영향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 국민 전체 접종률이 30일 기준 29.8%에 이르고,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한다고 발표해 시행하기로 하면서 국민들의 방역에 대한 경각심도 상대적으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10월의 경우에도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한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기 시작해 이후 3차 대유행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중 가장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비롯한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며 확진자의 연령층이 사회적 활동량이 많은 젊은 층으로 이동하고 있고, 백신 접종이 사망률은 낮출 수 있어도 유행 차단을 늦추기는 힘들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특히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30일 경기 지역 영어학원 관련 집단 코로나19 발생 사례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고, 마포구 주점 발생 사례에서도 이 사례와 역학적으로 관련이 있어 델타 변이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델타 바이러스가 국내 변이 바이러스 중 가장 강력한 ‘우세종’이 될 것이란 당초 우려가 점점 더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정부가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완화가 너무 성급하다며 연기할 것을 주장했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이 30일 내린 ‘현행 거리두기 1주일 연장’ 조치도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애초부터 7월 1일부터 예정된 방역 완화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국내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 것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한 그대로이다. 현재 유행 추세는 1달 전 예측에서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를 따라가고 있으며, 이대로 방역이 완화될 경우, 급격한 유행 확산이 예상된다”며 “이 예측은 백신 접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가정을 포함하고 있기에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완화를 연기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로 방역완화관련 개별 정책보다는 정부가 국민에게 주는 신호의 영향이 더 크다는 점을 들었다.

정 교수는 “집합금지 완화, 영업시간 연장 등 개별조치 하나하나는 방역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개별 조치들이 하나의 큰 덩어리가 되면서 마치 7월부터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국민들에게 전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우리나라 방역 성과의 핵심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였는데, 이러한 신호는 실질적인 방역완화 정책 시행 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확진자의 연령층이 사회적 활동이 많은 젊은 층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감염 위험을 높이는 불안 요소로 꼽았다. 정 교수는 “고연령층의 백신 접종으로 확진자의 연령층이 사회적 활동성이 높은 젊은 층으로 급격히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확산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며 “더군다나 20-50대는 아직 충분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사망률 감소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유행 확산을 차단하기에는 모자라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백신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사망률의 감소인데, 현재 접종률은 코로나19 사망자를 의미 있게 줄일 수는 있지만 유행 차단까지 하기에는 많이 모자란다”며 특히 “현재는 1차 접종자가 대부분이고, 2차 접종까지 간격이 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가 많아 유행 확산에는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중 가장 전파력이 큰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확산 역시 우려했다. 정 교수는 “이번 주에 확인된 서울의 일부 클러스터에서 델타 변이 유입이 의심된다”며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전파속도가 낮은 GR형과 알파 변이 정도만 유행하고 있었지만, 델타 변이가 확산될 경우 예상을 벗어나는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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