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대체조제 활성화 움직임···“약화사고 등 의료 질 저하 불보듯”
대체조제 활성화 움직임···“약화사고 등 의료 질 저하 불보듯”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6.15 1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이레놀 품귀사태가 이유? “졸렬”···23일 보건복지위 법안소위 상정 가능성 높아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영석 의원이 발의한 '대체조제 활성화 법안'에 대해 "코로나19 대응에 여념이 없는 13만 의사의 등에 국회가 칼을 꽂는 배은망덕한 배신입법"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영석 의원이 발의한 '대체조제 활성화'를 비롯한 의료 관련 법안에 대해 "코로나19 대응에 여념이 없는 13만 의사의 등에 국회가 칼을 꽂는 배은망덕한 배신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약계를 중심으로 또다시 대체조제를 활성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어 의료 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약사 출신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2일 대체조제를 ‘동일성분조제’라는 용어로 변경해 의사가 처방한 약을 약사가 대체조제 후 처방 의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사후 통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률 개정안은 오는 23일 열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약사는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생물학적 동등성이 있다고 인정한 품목으로 ‘대체조제’할 수 있고 이 경우 환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나 치과의사에게 1일(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3일) 이내에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률 개정안은 약사가 조제한 후 심평원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을 통해 사후통보만 하면 되고 약을 처방한 의사가 이 내역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게 함으로써 대체조제 절차를 간소화시켰다.

서영석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대체조제한 내용을 가능한 한 빨리 의사에게 통보하도록 한 이유는 환자 안전을 위한 조치임에도 현행 방식으로는 효율적 통보가 어렵고, 사후통보 사실 여부 논란 등으로 의·약사 간 오해와 불신이 발생하며, 환자질병 예방과 치료를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또 ‘대체조제’라는 용어를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하려는 이유에 대해 “의사가 처방한 약을 약사가 대체조제하는 것이 현행법상 허용됐음에도 환자들은 ‘대체조제’를 성분과 효능이 떨어지는 의약품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 의원은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타이레놀 품귀사태’를 이유로 ‘대체조제’나 ‘성분명처방’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 보건당국이 백신 접종 초기 발열증상이 발생할 경우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된다고 밝혀 ‘타이레놀’의 품귀현상이 발생했는데, 사실 타이레놀과 동일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는 국내에 약 70여 종의 품목이 출시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 의원은 이 같은 인식전환 캠페인이 필요하다며 지난 4일 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을 만나 타이레놀 품귀 현상 해소를 위한 동일성분 의약품 인식전환 방안을 협의하고 △동일 성분 해열진통제 구매를 권장하는 포스터 등 홍보물의 약국 및 접종센터 부착 △SNS챌린지 등을 통한 대국민 인식전환 운동을 함께 추진해 나가며, 정부와도 지속적인 대책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에 따르면 아무리 같은 성분의 약이라도 동일한 약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의료계 인사는 “대체조제나 성분명 처방은 명백히 의약분업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약사가 의사가 처방한 약을 멋대로 바꿔치기 해 의사의 처방권을 무력화시킬 뿐만 아니라 약화사고 등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약제라고 해도 의사가 처방한 약과 환자에게 나타나는 효과가 다르다는 것은 매일 같이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을 대하는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보건당국이 특정상품을 언급하지 않았으면 타이레놀 품귀현상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이것을 빌미로 약계가 대체조제나 성분명 처방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졸렬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환자들도 대체조제나 성분명 처방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지난 2017년 한국 노바티스의 항암제 글리벡이 불법 리베이트 제공에 따른 행정처분을 받아 급여정지돼 환자들이 오리지널 약과 다른 복제약을 처방받아야 할 상황에 놓였을 당시 환자단체가 직접 나서 “글리벡과 생물학적 동등성을 인정받은 항암제라고 해도 오리지널약이 아닐 경우 새로운 부작용이나 돌연변이 유전자 발생으로 인한 내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