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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콜린알포’ 퇴출시키려나?···전방위적 압박 거세져
정부 ‘콜린알포’ 퇴출시키려나?···전방위적 압박 거세져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6.08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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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환수에 이어 임상재평가 기간 제한 등 압박
4차례나 협상 불구 환수율 놓고 제약사와 간극 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대표 품목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대표 품목들

기등재 의약품 재평가 제도의 첫 대상이 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이하 콜린알포)에 대해 정부가 당초 목표대로 급여범위를 축소 또는 퇴출시키기 위해 제약사들을 상대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6월 콜린알포에 대해 임상재평가 결정을 내린 이후 급여환수를 추진하고, 임상재평가 기간을 최대 2년으로 제한하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제약사들에게 압력을 주고 있다. 관련 소송 역시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환자들 사이에서 일명 치매 ‘예방약’으로 불리기도 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국내에 등재된 각 제약사들의 품목 수만 234개에 이르며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처방액수는 약 3500억 원대로 추산된다. 그러나 콜린알포의 효능과 효과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돼 결국 콜린알포는 정부가 추진 중인 급여권 기등재 의약품 재평가 시범사업의 첫 평가 대상이 됐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지난해 6월 콜린알포에 대해 급여 재평가를 실시해 치매에서만 기존 급여를 유지하고, 그 외에는 선별급여를 적용해 본인부담률 80%를 적용하기로 했다. 콜린알포의 효능·효과가 불분명함에도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건보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비용 효과성이 불분명한 이 제제의 무분별한 사용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연간 수백~수천억 원대의 시장을 형성하던 콜린알포 제제 시장이 대폭 축소돼 수익이 급감할  위기에 처한 제약사들은 즉시 대응에 나섰다. 콜린알포 제제를 제조·생산하는 60여 개의 제약사가 컨소시엄을 형성해 우선 급여 축소에 대한 집행 정지를 신청했고 이는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현재까지도 콜린알포는 처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보건복지부는 집행정지 기간 동안 지급된 약제급여비를 환수하는 제도개선까지 추진 중이다.

제약사들은 임상 재평가를 통해 효능과 효과를 제대로 입증받는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에 따라 식약처가 제시한 요건에 맞춰 임상 계획서 제출을 완료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재평가 기한 연장을 제한함으로써 대응에 나섰다.

식약처는 지난 달 13일부터 의약품 재평가 제출기한 연장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및 기한 연장 기준을 명시한 ‘의약품 재평가 실시에 관한 규정’을 개정‧시행했다. 이를 통해 부득이한 사유로 재평가 결과 자료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할 경우 제출기한을 1회에 한해 최대 2년까지만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임상시험은 그 특성이나 환경이 다양하기 때문에 종료 기한이 지연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일례로 지난 2013년 임상재평가 공고가 나온 뇌기능개선제 ‘아세틸-L-카르니틴’은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재평가가 완료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식약처가 임상시험 종료기준을 정해 2년 이상 지연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식약처의 이러한 조치를 사실상 콜린알포를 콕 집어 찍어내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의 콜린알포의 급여축소를 위한 압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말 복지부는 건보공단에 2월 10일까지 국내 콜린알포 230개 품목에 대한 요양급여계약을 명령하고 임상 재평가 탈락 시 임상계획서 제출일부터 삭제일까지 건강보험 처방액 전액을 공단에 반환토록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환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공단은 명령대로 제약사들과 요양급여계약을 위한 재협상을 진행했지만 2차례나 마감 시한을 연장하고도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는 공단과 제약사 간 환수율을 놓고 극심한 간극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공단은 당초 환수율을 전체 부담금 중 공단 부담률 70%에 대한 100%로 설정했지만 이에 반발한 제약사의 의견을 수용해 50%로 낮춰 제시했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못해 각각의 제약사들이 주장한 환수율의 평균은 약 10%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 60여 곳은 우선 복지부의 환수 명령에 대한 불복 행정 소송과 집행 정지를 신청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기각됐다. 

복지부는 지난 3일에는 또다시 58개사 123품목에 대한 4번째 재협상을 진행하라고 명령했다. 협상 기한은 오는 7월 13일까지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환수율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이와 관련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업계가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높은 환수율을 요구하는 데 더해 임상재평가 기한까지 제한한 것을 보면 콜린알포를 아예 퇴출시키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만큼 기등재 의약품 재평가 제도의 첫 대상인 콜린알포 제제에 대한 급여범위를 축소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재협상을 통한 환수율 조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최근 콜린알포 제제 고시 개정과 관련해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약은 “제약사들이 임상적 유용성이 불명확한 제제를 20년 넘게 판매하며 임상적 근거를 확보하지 않은 것은 사회적 책임 방기에 가깝다”며 “이번 사건은 절차의 타당성 준수 여부가 아닌 효과에 대한 입증 근거 유무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또 제약사들이 콜린알포의 급여축소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고 정부의 결정을 지연하는 행위에 대해 재판부가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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