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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수술 후 안면마비’ 환자에 1억원 지급하라”
法 “‘수술 후 안면마비’ 환자에 1억원 지급하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6.08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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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원고 패소’ 1심 뒤집고 서울대병원 책임 일부 인정
“수술 후 추가 검사 등 조치 소홀… 환자 손해 20% 배상해야”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이후 악성종양이 재발해 얼굴 왼쪽이 마비된 환자에 대해 병원 측이 환자가 입은 손해의 20%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술 이후 남은 종양에 대한 추가 검사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남성민 부장판사)는 40대 남성 A씨가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A씨에게 9929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대학교수인 A씨는 지난 2016년 6월 서울대병원에서 왼쪽 이하선(귀밑샘) 부위에 ‘다형선종’이라는 양성종양 진단을 받은 뒤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이하선 절제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앞서 1985년과 1990년, 2005년 종양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이미 세 차례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수술로 제거된 종양 조직검사 결과, 종양은 악성종양인 ‘다형선종유래암종’으로 확인됐다. 수술 이후 좌측 안면신경기능 저하 증세가 나타나자 A씨는 서울대병원을 다시 찾았고, 의료진은 “악성종양 재발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내놨다.

A씨는 B병원에서도 악성종양 진단 이후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아야 했고, 결국 ‘좌측 안면마비’라는 후유장애를 갖게 되자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3억6317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악성종양을 양성종양으로 오진한 진료상 과실 △악성종양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수술상 과실 △수술로 제거된 종양이 악성으로 확인됐는데도 수술 후 악성종양이 재발되기 전까지 추가 검사나 수술, 방사선 치료 등 적극적인 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 △‘영구적인 마비가 올 수 있다’는 설명을 하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 등을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원소 패소로 판결한 반면,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2심도 의료진이 수술 당시 제거하지 못한 악성종양에 대한 추가 검사나 수술, 방사선 치료 등 적극적인 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만 인정했고, 나머지 진료상 과실이나 수술상 과실, 설명의무 위반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술 당시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A씨에게 악성종양이 발생했다는 것을 미리 알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의료진이 수술 당시 A씨에게 발생한 악성종양의 발생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모두 제거하지 못했다고 해서 의료진의 과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수술로 악성종양을 모두 제거하지 못했는데도 잔존하는 악성종양에 대한 추가 검사나 수술, 방사선 치료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그로 인해 A씨의 악성종양이 재발하면서 B병원에서 악성종양 제거술을 받은 후 후유장애가 발생한 것과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신 2심은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20%로 제한했다. A씨가 같은 부위에 양성종양이 수 차례 발생해 이를 제거하는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의료진이 수술 후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더라도 악성종양이 재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A씨의 노동능력 상실률을 23%로 보고 A씨가 정년이 되는 만 65세까지의 일실수입(잃어버린 장래의 소득)을 4억3308만원으로 산정했다. 여기에 A씨가 이미 쓴 치료비 1337만원을 더한 뒤 병원 측의 책임비율을 20%로 제한해 재산상 손해를 8929만원으로 봤다. 위자료는 사건 경위와 결과, A씨 나이, 후유장해 정도와 병원 측 과실 등을 고려해 1000만원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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