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는 니 시다바리가?
내는 니 시다바리가?
  • 의사신문
  • 승인 2021.06.0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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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123)
전성훈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한별
전성훈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한별

누구나 청춘이었던 시절이 있다. 불 같고 꽃 같은 스무 살,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나름의 형태로 진지하거나 아름답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입대한 친구의 ‘힘들다’는 편지를 받고 30분 면회를 위해 휴전선 앞까지 찾아간 그 남학생, 좋아했던 사람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말 한 마디 붙여보지 못하고 떠나보낸 그 여학생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었다.

이 불/꽃 같은 청춘의 한 장면을 그려낸 영화는 너무나 많다. 그 중 꽃 같은 면을 그려낸 다양한 코믹물이나 로맨스물들은 폭넓게 대중의 사랑을 받아 왔지만, 불 같은 면을 그려낸 ‘이유없는 반항’, ‘베티 블루 37.2°’ 같은 영화는 청춘의 본질인 무모함과 불안정함을 탐미적으로 그려냈기에 청춘 영화 중에서도 ‘현대의 고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우리나라의 영화로는, 허영만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비트’, 그리고 부산을 배경으로 친구 사이의 우정과 배신과 죽음을 다룬 ‘친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2001년 개봉한 영화 ‘친구’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었음에도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 영화의 감독이 의과대학 중퇴생이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여동생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제작자라는 점은 더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영화에서는 많은 명대사가 나왔다. 그 중 ‘친구끼리 미안한 거 없다’, ‘니가 가라 하와이’,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마이 무웃따 아이가, 고마해라’와 같은 대사들은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이준석(유오성)과 한동수(장동건)이 갈라서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장면에서의 한동수의 대사가 있다. ‘내는 뭔데? 내는 니 시다바리가?’

극 중에서 이준석은 공부 잘해서 대학생이 된 친구인 정상택(서태화)과 김중호(정운택)는 동등하게 또는 대접하여 대해 준 반면, 아버지가 장의사였던 한동수는 자기 아랫사람처럼 대했다. 친구 그룹에서 이런 상황을 당하면 얼마나 기분 나쁜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참고 참던 한동수는 불만이 폭발하여 이준석에게 위와 같이 쏘아붙였지만, 이준석은 아무런 태도 변화가 없었다. 결국 한동수는 이준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이벌 폭력조직에 들어갔고, 결국 이준석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된다.

‘시다바리’는 물론 사용하지 않아야 할 일본어이다. 원 일본어는 ‘도배할 때 먼저 바르는 밑종이, 또는 이를 붙이는 일, 또는 이를 하는 사람’을 뜻하는 ‘시타바리(下張り)’로서, 어떤 업무를 할 때 필요한 기초업무 또는 보조업무를 하는 것/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흔히 줄임말로 ‘시다’라고 하는데, 과거에 비해 사용 빈도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수습직원, 조수, 보조원 등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잘못된 용어는 없애야 하겠지만, 사회 어느 분야에서나 ‘시다’ 제도 자체는 없애기 어렵다. 이는 교육적 측면에서 지식과 기술의 전수에 있어서 도제식 학습이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며, 동시에 경제적 측면에서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현실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조수나 보조원 제도가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그것은 조수나 보조원은 그 지식과 기술에 한계가 있으므로 말 그대로 ‘보조’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료 분야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더욱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는데, 그래서 의료법은 첫째 의사의 지도·감독을 전제로, 둘째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 한정된 인력에 한하여만 의료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최근 모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아닌 의료기관의 직원들이 환자들의 척추수술을 시행해 왔던 것이 내부제보자에 의해 발각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환자 이송을 담당하거나 행정업무를 보는 직원들로서 의료법상 ‘시다’의 자격조차도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대표원장의 지시에 따라 의사의 구체적인 지도·감독 없이 환자의 환부 절개, 척추 절제, 봉합 등의 의료행위를 독자적으로 시행한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의료기관이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전문병원이라는 점이다.

의사협회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건을 금요일에 인지하고, 다음주 월요일에 대표원장과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중앙윤리위원회에 대표원장에 대한 징계심의를 요청했다. 의료계는 비윤리적 의료행위에 대해 즉각적이고 단호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수술에 대한 대책으로 세계에 유례없는 ‘수술실 CCTV 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러한 법안이 오히려 대부분의 선량한 의사들을 위축시켜 소극적인 방어진료를 야기함으로써 환자들에게 치명적 피해를 일으킬 수 있고, CCTV 설치와 관리,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큰 사회적 비용이 소요된다는 의료계의 지적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연간 약 200만 건의 수술 중에서 소송으로 비화하는 사건은 약 800건, 0.04%에 불과하고, 소송까지 이르지 않은 의료사고가 10배라고 가정하더라도 0.4%에 불과하다는 점도 말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꼭 태우자는 것이다. 그것도 수천억 원을 들여서.

또한 최근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가 해킹당해 환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2013년에도 강남 성형외과 2곳에서 환자 6만여 명의 개인정보와 약 2만여 장의 시술 사진이 유출된 사건이 있었는데, 해커들은 민감한 신체 부위 사진을 환자들에게 직접 보내는 방식으로 의료기관에 금품을 요구했다고 한다. 해외에서도 지난달 아일랜드 의료전산시스템을 해커들이 공격하여 마비시킨 사건이 있었다. 이렇게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세계적으로 너무 흔해서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인데, 일부 정치인들은 뭘 근거로 우리 의료기관들의 보안시스템을 철석같이 믿는 것일까.

치료보다 예방이 효과적임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CCTV가 보고 있으니 조심해라’라고 겁을 주거나, 사건 발생 후 CCTV를 찾아 처벌하는 것보다는, 비윤리적 의료행위에 대한 의료계의 자정활동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이다. 술담배 끊으라는 의사 말은 흘려 듣더라도, 제발 이것만은 의사 말을 좀 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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