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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약사회 수가협상 전략 배워라?”···올해도 1위
의료계 “약사회 수가협상 전략 배워라?”···올해도 1위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6.04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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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과 달리 급여화 항목 적기 때문···“전략 면에서 특이점은 없어”
“협상타결 우선 전략은 유효”···“의협 보험파트, 독립성·전문성 갖춰야”

지난 6월 1일 종료된 2022년도 수가협상에서 약국 수가가 3.6%의 인상률로 타결됐다. 올해도 의원, 병원, 치과, 조산원, 한방 등 7개 전 유형을 통틀어 최고 수준 인상률은 물론이고 역대 최고 수치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를 지켜보는 의료계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의원급 수가는 지난 3년 연속 협상 결렬을 겪었다가 이번 협상에서나 3%의 인상률로 4년 만에 타결을 이뤘다. 의협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수치는 아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고통 분담 차원에서 내린 대승적 결단이었다.

병원협회는 이번 수가협상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결렬됐다. 병협은 1.7%의 인상률을 제시했지만 1.4%를 제시한 건보공단과 간극을 좁히지 못해 결국 협상장을 뛰쳐나갔다. 치과의사협회도 공단이 제시한 2.2%에 난색을 보이다가 결국엔 공단에 인상률 수치조차 제안하지 않고 협상을 포기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인춘 약사회 부회장, 김동석 의협 수가협상단, 송재찬 병협 수가협상단장
사진 왼쪽부터 박인춘 약사회 부회장, 김동석 의협 수가협상단, 송재찬 병협 수가협상단장

의료계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최악의 경영난을 겪으면서도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방역활동과 예방접종 등 공적 역할에 전념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수가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의 보상이 주어질 것이란 기대가 모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의원 수가는 3%의 인상률이라는 썩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타결됐고, 병원 수가는 2년 연속 결렬됐다.

이로 인해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번 협상 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아 매년 수가협상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는 대한약사회의 전략을 의료계도 ‘벤치마킹’해서 내후년도 협상에서라도 회원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보험 업무에 깊숙이 관여하며 많은 공급자 단체를 상대해 봤던 모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수가협상 전략 측면에서 약사회가 다른 유형에 비해 특별할 것은 없다. 그럼에도 매년 약사회가 최고 인상률을 자랑하는 것은 현행 SGR 방식(지속 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 Sustainable Growth Rate)의 연구용역 순위와 격차에 있어 약국이 다른 종별에 비해 1등을 할 수밖에 없는 급여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셀 수 없이 많은 급여화 항목이 존재하는 의·병과 달리 약국은 급여화 항목이라고 해봐야 조제료, 복약 지도료, 분말 조제 가산(?) 등 이렇게 3가지밖에 없어 수가인상 요인이 특별히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건강보험 추가소요재정액 중 약국의 점유율은 줄어들면서도 수가 인상은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 ‘문재인 케어’로 인해 보장성 강화가 대폭적으로 이루어져 의·병의 비급여의 급여화 항목이 대폭 늘어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역대 정부 중 가장 급진적인 보장성 강화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 건보재정이 대폭 늘어나다 보니 적자가 발생하고 추가 지출도 계속 늘어나게 되어 정부가 ‘문 케어’ 시행 초기에 의료계에 약속한 ‘적정수가 보장’은 점점 더 멀어져 버리면서 대신 매년 수가협상에서 공급자와 정부 간 간극만 점점 더 커져가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부터 적자로 돌아선 건보 재정은 ‘문 케어’로 인한 추가 지출이 계속돼 현재 약 15조 원에 이르는 건보 누적 적립금은 3~4년 내에 소진돼 버리고 말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악화일로에 있는 의원급의 경영난을 최소한의 수준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수가 인상률이 나올리는 만무하다는 것이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수가협상 전략 면에서 굳이 의협과 다른 약사회의 특이점을 찾아보고자 한다면 의협과 비교해 협상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약사회는 매년 수가협상에 있어 ‘결렬 없는 협상타결 우선 전략’을 모토로 삼으며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반면, 의협은 지난 집행부에서 수가협상 무력화를 시도하고 건정심을 탈퇴해 1년이 넘게 참여하지 않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다른 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얻은 것이다.

무엇보다 의협이 앞으로 수가협상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협회 내 보험파트를 집행부의 임기와 관계없이 독립적이고, 연속성이 있으며, 보다 전문성 있는 조직으로 재편하는 게 장기적으로 중요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모 의료계 관계자는 “한 사람의 보험부회장을 집행부와 관련없이 키우는 과제는 의협의 숙제다. 또 보험정책국의 역할도 근거 중심의 수가협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보험전문가가 주도하는 방향으로 보강돼야 한다”며 “특히 시민사회와 호흡을 같이하는 전략적 공조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가 의협 내에 양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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