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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도 실손보험 전산화 ‘강력반대’···“의료민영화 단초될 것”
시민단체도 실손보험 전산화 ‘강력반대’···“의료민영화 단초될 것”
  • 박승민 기자
  • 승인 2021.06.02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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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종이업무를 전산화하는 것일 뿐” 정부도 “혁신의 싹 잘라선 안돼”

시민사회단체도 보험업계가 추진하는 일명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로 인해 의료 민영화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업계와 정부는 “새로운 혁신을 의료 민영화와 결부시켜선 안된다”는 입장을 나타내 시각차를 나타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실손보험 가입자의 편의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 제3의 기관을 중계기관으로 두고 요양기관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전자 형태로 보험회사에 전송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 따르면 해당 법안의 실상은 보험 가입자의 편의가 아닌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위한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일방적으로 전체 요양기관에 보험금 청구 관련 서류를 전송토록 강제하는 것은 요양기관에 행정 부담만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또 이 데이터는 보험사의 실손보험금 지급 거절 등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2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보험사들이 ‘국민편의’를 이유로 실손보험 전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막대한 양의 개개인의 보건의료데이터를 얻게 돼 이를 악용할 위험성이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건강보험진료와 개인의료정보를 보험사에게 제공하면 보험사는 이를 보험지급거절, 보험가입 및 갱신거절, 보험료 갱신 보험료 인상의 근거로 사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 건강보험 개인의료정보, 디지털 개인의료정보의 접근권으로, 실손보험 간소화 법안은 문재인 정부 최대의 실정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주제토론의 패널로 참석한 여러 시민단체들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민간 보험사가 의료기관의 개인의 민감한 진료정보를 전산으로 자동수취할 수 있게 하면 공보험인 전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로 의료가 공급되는 우리나라에서 공적보험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공기관인 심사평가원이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를 위한 중계기관으로 이용되는 불합리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국민들의 혈세로 만들어진 공적인 기관인 심평원을 민간의 영리 기능을 위해 활용하는 것에 어떤 명분이 있고, 어떤 공적 이익이 있는지 발상자체가 아주 특이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보험업계와 정부 관계자는 이구동성으로 실손보험 청구화와 의료민영화를 연결지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 시민단체와 대립각을 세웠다.

먼저 이날 보험업계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유일하게 참석한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실손보험청구 간소화 법안은 국민의견을 수렴한 만큼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로 인해 개인의 의료정보가 상업적 목적 활용된다는 우려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부장은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의료민영화까지 이어가는 것은 상식적으로 터무니없다”며 “이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통해 제출해야하는 자료는 지금부터 20년 전부터 환자가 직접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던 종이서류를 전산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의 개인정보 활용은 독단적으로 할 수 없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내자는 것이 절대 아니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국민의 동의가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이 날 정부 관계자 역시 실손보험 간소화가 의료민영화와 결부시키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동엽 금융위원회 보험정책과장은 “의료민영화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건강보험 보장률이 60% 이상 되는 상황에서 민영화 될 수는 없다”며 “의료민영화 뒤에 숨어서 새로운 혁신의 싹을 잘라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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