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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제약사들이 스타트업과의 협력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전통제약사들이 스타트업과의 협력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5.07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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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동개발 등 잇따라, 일부는 지분투자로 주요주주 등극
제약사는 개발 리스크 줄이고 스타트업은 마케팅노하우 등 활용

전통적인 국내 제약회사들이 최근 신약 개발이나 새로운 사업 발굴을 위해 국내 스타트업들과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기존 제약사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의 기술을 이용해 신약개발 리스크 등을 줄일 수 있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제약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마케팅 효과 등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동아에스티는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 샤페론과 '나노바디' 기반의 바이오 의약품을 이용한 암과 염증성 질환의 치료제 공동개발을 위한 공동개발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나노바디란 기존 항체 대비 1/10 크기의 항체로 우수한 안정성과 수용성, 높은 생산수율과 인간 항체와의 높은 상동성 때문에 치료제 및 진단 플랫폼 개발이 용이해 차세대 면역항암제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샤페론은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나노바디 개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아에스티의 신약 개발 플랫폼과 나노바디 기술을 결합해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기로 했다.

유한양행은 에이프릴바이오에 최근 100억 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이를 통해 기존 보유지분까지 더해 이 회사 2대 주주로 등재됐다.

에이프릴바이오는 독자적인 인간 항체 라이브러리(HuDVFab) 기술과 항체 절편 활용 반감기를 증대시킬 수 있는 지속형 플랫폼 기술인 SAFA(Serum Albumin Fragment Associated) 등을 사용하여 다양한 신약을 개발하는 항체 신약 전문기업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최근 유한양행을 대상으로 1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또 작년엔 180억 규모의 투자유치를 했는데, 이때 유한양행도 전략적 투자자(SI)로 에이프릴바이오에 30억 원을 투자해 4.89%의 지분을 취득했다. 이후 양사는 연구 협력이나 추가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더욱 돈독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웅제약과 온코크로스의 협약체결 사진(사진 좌), 한독과 웰트의 협약체결 사진(사진 우)
대웅제약과 온코크로스의 협약체결 사진(사진 좌), 한독과 웰트의 협약체결 사진(사진 우)

대웅제약도 지난 3월 인공지능 신약 개발 기업 온코크로스와 공동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온코크로스는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 및 기존 약물의 새로운 치료범위를 찾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온코크로스 AI 플랫폼 기술에 개발 중인 신약을 적용해 약물 적응증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외에도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마곡산업단지 부지에 공사가 진행 중인 DIC(Daewoong Innovation Cube)를 설립해 이곳에 '액셀러레이터'(유망 기업에 투자해 일정 지분을 취득하고 정해진 기간 동안 멘토링과 교육 세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민간 기관) 활동을 통해 선정된 유망 제약 바이오 스타트업들을 입주시켜 업무 공간이나 장비, 실험실 등을 공유하고 연구부터 생산 판매까지 컨설팅과 멘토링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한독은 스타트업 웰트와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지난 3월 한독은 웰트에 30억 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하고 알코올 중독과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공동개발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당시 관련 분야 재무적 투자자(FI)들도 함께 참여해, 총 6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웰트는 지난 2016년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으로 ‘글로벌디지털치료제산업협회 DTA(Digital Therapeutics Alliance)’에 아시아 최초 멤버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선두업체들과의 파트너십도 체결하고 있다.

한독은 특히 국내에서 개념이 생소했던 지난 2006년부터 ‘오픈 이노베이션’을 미래전략으로 선정했다. 이후 제넥신, SCM생명과학, 에이비엘바이오 등 우수한 원천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와 협업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희귀, 대사 질환에 대한 표적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미국 바이오벤처인 레졸루트와도 협력해 레졸루트는 경구용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제 후보물질의 1일 1회 투여 가능성을 확인하는 임상 결과를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의약품뿐만 아니라 엔비포스텍, 한독칼로스메디칼 등과 의료기기도 공동개발하고 있다. 한독은 올해 말 마곡에 완공될 예정인 R&D센터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의 경쟁력을 본격적으로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전통 제약사들과 신생 스타트업들의 협력 사례가 이처럼 증가하고 있는 것은 제약사 입장에서는 신약개발이나 새로운 사업 진출을 위한 투여 비용이나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전통 제약사들이 그동안 구축해 온 노하우를 활용해 제품 상용화와 마케팅을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은 글로벌 신약 개발과 관련한 전 세계적 트렌드이기도 하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들과 비교하면 아직 역량이 부족한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같은 협업이 더욱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해외 빅파마들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후보 물질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도 하다.

최근 한독과 디지털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한 웰트 강성지 대표는 웰트와 같이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신약 개발 및 사업 노하우를 보유한 대형 제약사와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국내 헬스케어 산업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7일 기자와 통화에서 “디지털치료제는 의료기기와 치료제의 속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 제약회사처럼 생각하고, 의료기기처럼 만들며, IT회사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웰트에는 이처럼 서로 다른 분야의 개발자들이 공통의 비전을 갖고 협력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이 있다. 당장 인적 구성만 봐도 웰트의 최고의학책임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노바티스·에보트의 임원급을, 최고기술책임자는 삼성의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파트의 임원급을 역임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혁신을 추구할수록 기존의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대형 제약사들의 노하우를 잘 활용해야 하는데 특히 한독의 경우 제약 분야에서 쌓은 오랜 기술 개발과 경영 노하우에 더해 사옥 1층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조하는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어 있을 정도로 디지털 혁신 기술에 대한 철학이 남달라 웰트가 한독과 힘을 합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혁신적인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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