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8:06 (금)
"비급여 강제공개 즉각 중단하라"··· 의치한(醫齒韓) 이례적 한목소리
"비급여 강제공개 즉각 중단하라"··· 의치한(醫齒韓) 이례적 한목소리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4.29 0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부터 의원급도 비급여 보고, 3개단체 공동성명 발표
"획일적 저가진료 요구,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
5월 의협·병협·치협·한의협 등 4개 상위단체 공동대응 예고
서울시의사회,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 등 3개 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서울시의사회관 대강당에서 비급여 공개 반대 공동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모였다.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 강제 공개에 반대하기 위해 의료계와 치과계, 한의사계가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단순히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환자를 상대하는 전문가 입장에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조치임을 웅변한 것이다.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는 28일 저녁 서울시의사회관 대강당에서 ‘의료의 질을 저하하는 비급여 진료비 강제 공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서 작년말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올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에 대해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600여 항목에 대한 관련 내용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세 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비급여 관리·통제 정책은 획일적인 저가 진료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부적절한 의료관련 정책 및 법안들의 졸속 시행을 철회하고 비급여 항목의 단순 가격 비교로 국민 불신을 초래하게 될 비급여 진료 관리·통제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번 조치가) 진료와 관련 없는 행정업무의 증가로 코로나19 등 환자 진료에 집중해야 할 의사들에게 불필요한 업무 피로도를 가중시켜 결국 그 피해가 환자에게 돌아가는 폐단을 초래할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했다.

◆ 이례적 공동대응, 사안의 중대성 방증 

그동안 첩약 급여화 등 각종 현안을 놓고 대립했던 의료계와 한의계가 이번에 손을 잡고 공동 대응에 나선 데 대해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는 그만큼 이번 사안이 범의료계에 중차대한 문제임을 방증하는 셈이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오늘 이 자리는 비급여 진료비 강제 공개를 중단하기 위한 의료계 3개 단체의 강력한 표현”이라며 “전국 16개 시도에서도 3개 단체 공동성명 발표에 이어 5월에는 의협·병협·치협·한의협 등 4개 상위단체의 강력한 공동 대응이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특히 "3개 단체 입장에서도 과거 상황에 비춰볼 때 조심스러운 점이 있었다"면서도 "주요 공동 대응 현안에 대해서는 직역을 떠나 서로 협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향후에도 긴밀히 협조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겸 서울시치과의사회장도 "지금도 의료기관 내에서 비급여 진료비 정보가 환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의무적으로 의원급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은 국민건강은 도외시한 채 동네 의료기관을 무분별한 수가 경쟁으로 내몰겠다는 불순한 의도"라며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은 허울뿐인 명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비급여 관리정책은 의료영리화의 가속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더 많은 기업형 불법 사무장 병원과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영리병원을 양산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박성우 서울시한의사회장 역시 "비급여 진료비 강제 공개를 통해 전문영역인 의료를 ‘공산품’처럼 가격 경쟁시키면 양질의 의료는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면서 "관료적인 발상을 의료기관에 적용하면 불필요한 의료비의 상승만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시의사회,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 등 3개 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서울시의사회관 대강당에서 '국민건강 위협하는 비급여 공개 즉각 중단하라'며 구호제창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송종운 서울시치과의사회 법제이사, 허준 서울시한의사회 총무이사, 염혜웅 서울시치과의사회 부회장, 김민겸 서울치과의사회 회장,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 박성우 서울시한의사회 회장, 이태연 서울시의사회 보험부회장.  

◆ 비급여 통제 차츰 강화, 올해부터 의원급까지 확대  

정부는 10여 년에 걸쳐 비급여 진료에 대한 통제를 차츰 강화해왔다. 

지난 2010년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의료기관 비급여 진료비 고지 제도’를 시행했다. 2013년부터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의료선택권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조사해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 때까지만 상급종합병원에만 해당하는 수준이었고 공개항목도 29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5년말 의료법 개정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에 등에 대한 현황을 조사해 공개할 수 있게 됐다.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비급여 진료비용 관련 자료 공개에 반대입장을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애초 개정안은 비급여 공개자료를 토대로 적절한 비급여 진료비용을 산정해 이를 고시하는 방안을 담고 있었는데, 이는 기본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결국 삭제됐다. 

이후 비급여 진료비 공개항목도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 2013년 29개 항목으로 시작한 공개 항목은 2017년 107개, 2018년 207개, 2019년 340개로 점차 늘더니 작년엔 무려 564개 항목으로 급증했다. 

작년말 국회를 통과해 오는 6월말부터 시행될 정춘숙 의원의 개정안은 의료기관의 장은 비급여 비용 등에 대한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의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을 비급여 공개대상으로 삼았다. 

최근엔 관련 시행령 개정을 통해 비급여 진료비용을 보고하지 않을 경우 1차 위반시 100만원, 2차 위반시 150만원, 3차 위반시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한 자료를 '거짓'으로 제출한 경우엔 동일하게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날 성명은 “'비급여의 급여화'를 위해 모든 민간 의료기관에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은 공적 의무를 민간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며 “정확한 비급여 목록 분류 등 선행돼야 하는 행정적 준비가 이뤄지기도 전에 제도 시행을 서두르는 것은 의료기관에 지나친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맹우재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허준 서울시한의사회 총무이사, 송종운 서울시치과의사회 법제이사, 노형길 서울시치과의사회 총무이사, 박상협 서울시의사회 총무이사, 김민수 서울시한의사회 총무부회장, 이태연 서울시의사회 보험부회장, 박성우 서울시한의사회 회장,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 김민겸 서울시치과의사회 회장, 염혜웅 서울시치과의사회 부회장, 박태호 서울시한의사회 수석부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