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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은 해야 되는데, 만날 수는 없고’··· '진퇴양난' 빠진 제약사 영업맨들
‘영업은 해야 되는데, 만날 수는 없고’··· '진퇴양난' 빠진 제약사 영업맨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4.13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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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기획 Ⅱ] 코로나가 바꿔놓은 진료실 안팎 풍경' ⑤
재택근무 표방하며 은근히 대면 영업 압박, 병원 측은 '출입제한' 통보
웨비나·버추얼MR 도입 등 대세, 코로나 종식 후에도 계속 활용할 듯

제약회사 영업사원 A씨는 요즘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회사는 공식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재택근무’를 하면서 ‘비대면 영업’에 주력하라는 입장이지만, 회사 중간 관리자들은 이럴 때야말로 고객을 빼앗아 올 수 있는 기회라며 은근히 병원 방문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 측에선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영업사원의 출입제한을 알리고 있어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작년 초부터 국내외 제약회사들은 영업사원들의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시키고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 사태는 병원을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나는 게 주업무인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에게 '비대면' 영업이란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 제네릭 위주 국내 제약사 '곤혹' 

비대면 영업에 대한 수용 정도는 토종업체와 외국계가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면 영업보다 마케팅에 강점을 가진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재택근무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제네릭(복제약)이 주력 상품인 까닭에 영업력이 매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국내사들의 경우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려고 하면서도 여전히 기존 대면 비즈니스에 미련을 두는 모습이다. 일부 회사들은 공식적으로는 재택근무를 채택하면서도 영업사원들의 경우엔 암암리에 대면 영업을 재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료계 또한 예정됐던 각종 대면 학술 행사를 취소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등 비대면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대면 영업을 더이상 지속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와중에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확진판정을 받는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점점 더 대면 영업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비대면 영업 방식 활용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웨비나(웹+세미나), 드라이브 스루 심포지엄, 실시간 채팅 상담, 버추얼 MR(웹상에서 디테일링, 웨비나 등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영업사원 역할 수행)과 같은 비대면 영업 및 마케팅 방식이 국내 제약사들 사이에서도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수준에 따라 온·오프라인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 의료포털 구축 등 활로 개척 나서

특히 일부 국내 제약사들은 '의료정보 포털'을 자체적으로 구축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현재 일동제약은 ‘후다닥(WHODADOC)’, 한미약품은 ‘HMP’, 유한양행은 ‘유메디’, 대웅제약은 ‘닥터빌’ 등의 포털을 구축해 의사들에게 진료 및 연구 활동에 필요한 학술 등 전문 정보는 물론, 법무, 세무, 노무, 보험심사 등 병·의원 운영에 유용한 콘텐츠까지 제공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일동제약 후다닥은 약 1만2000명의 의사 회원을 포함해 약 5만 명의 회원을 확보해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후다닥 관계자는 “무엇보다 회원들의 문의 사항에 대해 변호사, 세무사, 노무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신속하게 피드백을 제공하는 ‘48시간 Q&A 서비스’를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비대면·온라인 소통의 확대 추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양질의 정보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한 것이 회원 수 확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만 해도 비대면 영업은 일시적인 흐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던 제약업계는 점차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비대면 영업이 큰 축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면 영업에 비해 비용효과적인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인데다, 영업 대상인 의료계 관계자들도 비대면 영업 방식에 어느 정도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제약업계 영업 관계자는 “현재 비대면 영업 및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며 언제든지 대면 영업 위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면서도 “한편으론 팬데믹을 거치며 의료진들도 원하는 시간에,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비대면 방식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비대면 영업은 여전히 각광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온·오프라인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영업 방식이 대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차원에서도 비대면 영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장 원희목)는 최근 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 실무 지침서인 ‘2021 CP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가이드북은 코로나19로 인해 부쩍 늘어난 온라인 영업 및 마케팅을 진행함에 있어 발생하는 다양한 관련 유권해석·사례·판례 등을 수록해 애매한 상황에 처한 당사자들이 쉽게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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