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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응급실 콜 5위권, 중증도 재평가해 전공의 배정해야”
“'신경과' 응급실 콜 5위권, 중증도 재평가해 전공의 배정해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3.11 0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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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임 대한신경과학회 이준홍 회장
노인질환 급증에 중요성 확대, 외국선 신경집중치료 등도 다뤄
상대적으로 낮은 과 인지도, 캠페인-유튜브 등 통해 홍보 확대할 것

이준홍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과장(연세의대 임상교수)이 지난 1일부터 제38대 대한신경과학회장으로 1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1983년에 출범한 대한신경과학회는 현재 2355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다. 정회원의 38%가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이며 전공의 회원도 330명이다.

이준홍 회장은 “노인질환이 급증하는 현 시점에 신경과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다”며 “신경과학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한신경과학회에서 의무이사와 보험이사를 지냈고 대한신경초음파학회장과 세계신경초음파학회 아시아지부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이사장, 대한치매학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Q. 취임 소감과 앞으로의 학회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해 달라. 

“(학회에서는) 주로 보험 파트에서 많은 활동을 해 왔고, 특히 건강보험공단 직영 병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보니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 등 보험당국 관계자들과 접촉한 경험이 많았다. 그동안의 제 경험을 살려 잘 마무리해보자는 생각에 학회장직에 도전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노인인구가 급증하며 신경과 질환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 신경과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기에 대한민국 최고 신경계통 질환 전문가단체인 대한신경과학회 회장을 맡아 이사장(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과 함께 학회를 잘 이끌어 신경과학 및 학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Q. 학회 운영과 관련해 임기 중 우선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다면?

“지난 1982년 8월 28일에 대한신경과학회가 처음 출범할 때만 해도 전공의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회원들이 학회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노인 질환이 증가하며 신경과 의사 수가 증가해 현재는 수련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각 종별 병원, 요양병원, 전문병원 등에 근무하는 신경과 전문의나, 개원의 등 학회 구성원이 매우 다양화되고 있다. 그런 만큼 다양한 직역의 회원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학회 평의원회의 구성을 다양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 현재까지 평의원회 위원의 대다수는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회원들이지만 앞으로 봉직의나 개원의 등의 참여를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

Q.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학회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원 간 소통과 학술대회 운영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대한신경과학회뿐만 아니라 모든 의학회들이 학술대회를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회원들이 익숙해져 학술 교류만큼은 별다른 문제없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팬데믹을 계기로 활성화된 온라인 학술대회의 효율성을 체감한 만큼, 대면 학술대회가 부활되더라도 온라인을 더 강화해서 온·오프라인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학술대회가 운영될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대한의학회는 정회원 학회 위주로 학회 운영지원을 하려는 모습인데 현재 20여 개의 대한신경과학회 산하 학회나 유관학회 중 대한의학회 정회원으로 등록된 학회는 8개밖에 되지 않는다. 비록 정회원 학회는 아니지만 모두 일정 규모 이상을 갖추고 왕성한 학회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이 학회들이 정회원 학회로 등록돼 제대로 된 위상을 확립하고 계속해서 신경과학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본 학회가 최대한 지원할 것이다.” 

Q.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신경과 영역의 질환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신경과 전공의는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의 감원 정책으로 전공의 수련과 환자 진료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전공의 배정 기준에 있어 중증도가 너무 단순화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지나치게 단순화된 중증도를 새로 설계해 실제적인 중증도를 반영할 수 있도록 심사평가원에서 연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통해 응급중증질환에 대한 가중치만 높이면 신경과의 전공의 배정 인원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신경과 자체가 너무 힘든 과이기 때문에 전공의 지원을 기피하는 이유도 있다. 출범한 지 오래되지 않아 전문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음에도 응급실 콜을 가장 많이 받는 상위 5개과에 신경과가 포함된다. 입원환자 대부분이 신경계 질환으로 응급실을 통해 입원할 정도로 힘든 과라서 항상 불려 나와야 하는데 전공의 지원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때에 중증도 재평가가 하루빨리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져 수련환경이 개선되길 기대한다.”

Q. 아직도 신경과를 신경외과, 신경정신과 등과 구분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이 많다. 이에 명칭을 ‘신경내과’ 등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명칭 변경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고 현재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다만 어떻게 바꾸더라도 신경계 질환을 대표할 수 있는 명칭이 돼야 하는 만큼 의견을 모아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신경과가 신경외과나 신경정신과(정신건강의학과)보다 역사가 짧은 만큼 ‘신경과 바로 알리기 캠페인’이나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신경과에 대한 홍보를 지속하고 있다. 이외에도 신경과발전위원회를 학회 내에 신설해 활동하고 있다. 사실 홍보만 잘 되면 명칭을 꼭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Q. 정부가 치매안심병원 인력기준에 한의사를 포함하려는 움직임에 많은 비판이 있다. 

“치매는 조금만 중증화되면 이상행동 증상이 심해져 컨트롤하기가 너무 어렵다. 인지기능과 신경행동증상에 대한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평가를 토대로 약물 및 비약물, 다양한 인지치료 등이 필요한데 이럴 때 역할이 불분명한 한의사를 치매안심병원 인력기준에 포함시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다. 환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하루빨리 철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 신경과가 새로 개척해야 할 영역이 있다면?

“신경과학의 분야가 너무나 다양하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출발이 늦어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뇌전증, 말초신경근육 등의 대표 질환에 국한돼 있다. 앞으로는 신경면역질환, 신경종양학, 신경이과학, 신경집중치료 등도 적극 다뤄야 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신경과 영역이다. 이는 과 간 진료영역 다툼에서 벗어나 국민의 건강을 위해 모든 의학이 함께 발전하여 의학의 전체 파이가 확장돼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의료정책 수립 과정에 의료계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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