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3만불인데··· 코백스 통한 백신 구입 '부적절' 논란
GDP 3만불인데··· 코백스 통한 백신 구입 '부적절' 논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2.0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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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백스 공급받는 18개 국 중 GDP 1만 달러 이상 우리나라와 몰디브뿐
가난한 나라에 필수의약품 공급한다는 코백스 취지에 안 맞는단 지적

이르면 오는 24일부터 국내에서도 코로나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일부 백신 물량을 '코백스'를 통해 공급받기로 한 것이 국격에 맞지 않는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강립)는 지난 3일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에 대한 특례수입을 승인했다며 이에 따라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로부터 ‘코미나티주’를 공급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달 중 11만7000도즈의 화이자 백신을 비롯해 총 271만3800도즈의 백신을 공급받는다는 계획도 밝혔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공동구매·배분 등을 통해 부자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에 백신이나 치료제 등 필수 의약품의 공급을 지원해 주기 위한 국제 공동체로, 현재 184개 국가와 지역이 가입돼 있다. 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가 넘는 우리나라가 코백스를 통해 백신을 공급받는 것이 과연 적정하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공급 계획을 발표하는 김강립 식약처장(사진 좌)과 코로나19 백신 스티커가 부착된 병과 화이자 로고가 부착된 주사기(사진=뉴스1)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공급 계획을 발표하는 김강립 식약처장(사진 좌)과 코로나19 백신 스티커가 부착된 병과 화이자 로고가 부착된 주사기(사진 우=뉴스1)

의사 출신인 박인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 78개 국가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달라고 코백스 퍼실리티만 쳐다보는 현 상황에 분노한다”며 “많은 국가들이 작년 여름과 가을에 걸쳐서 자국민 인구 수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분량의 백신을 선구매할 때 우리 정부는 손 놓고 있다가 지금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재까지 코백스를 통해 화이자 백신을 공급받기로 한 18개 국 중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를 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몰디브를 제외하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과 일본 등 백신 선구매를 이미 완료한 선진국들은 코백스를 통해 백신을 공급받지 않기로 했고, 캐나다의 경우 코백스에 백신 공급을 요청했다가 자국 내 강한 비판 여론에 직면한 상황이다. 

그나마 우리나라가 코백스를 통해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지도 아직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식약처가 코백스를 통해 2월 중순에 백신을 공급받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정작 코백스 측에서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을 발표하지 않았다. 

실제로 정부가 우리나라에 공급이 예정됐다는 '계획'을 밝힌 화이자의 백신 공급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화이자와 코백스 간 계약 성사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최초로 물량이 공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코백스와 화이자 간의 계약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화이자와 공급 계약 및 운송 계획을 정하는 절차도 남아 있다”며 “(이외에) 통제가 어려운 절차도 남아 있어 공급 일정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정부가 2월 중 화이자 백신 5만 명분을 공급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코백스에서 어느 국가에 무슨 종류의 백신을, 얼마의 수량을 공급할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며 “(정부가) K-방역이니 하면서 요란스럽게 정치적 선전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 관리 우수 국가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98개국 중 20위(출처 : 로이 연구소)라고 발표됐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코백스를 통한 백신 공급에 문제가 있다는 데 동조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교수 A씨는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유럽처럼 코로나의 유행이 심각하지 않아 백신 도입이 상대적으로 늦은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쳐도, 1인당 GDP 3만 불이 넘는 선진국이 공중보건위기에 취약하고 충분한 의약품 공급이 힘든 가난한 나라의 백신 공급을 도와주기 위한 코백스를 통해 백신을 공급받는 것은 상당한 윤리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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