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격의료, 이제는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때
[기고] 원격의료, 이제는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때
  • 이인수 구로구의사회장
  • 승인 2021.01.13 13: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코로나 상황과 맞물려 비대면진료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는 원격의료에 줄곧 반대해 왔지만 막상 전화를 이용한 비대면진료가 허용되자 그동안 무료로 해주던 전화상담의 관행도 바뀌고 있다. 

이인수 구로구의사회장(애경내과원장)

대면진료보다 오히려 후한 전화진료 수가가 신설되면서 2020년말 기준으로 이미 7000여곳의 의료기관(전체의 16.7%)이 참여했고, 병원은 71%, 의원급도 내과의원은 50%가 전화진료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코로나 상황을 틈타 원격협의진찰료(AH51***)가 이미 작년 7월 1일부터 수가코드에 등재되어 원격진료의 시행이 시작 되었다. 화상정보통신의 발달과 더불어 원격의료도 비대면진료라는 다른 이름으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것이다. 

우리 세대는 장작불로 밥을 짓던 석기시대 수준의 삶에서 기술의 발달에 따라 산업화, 정보화시대를 거치며 초고속으로 생활환경의 변화를 겪어왔다. 특별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IT나 BIO산업, 문화산업 등 지식과 기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변화에 선제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면 세계무대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요즘에는 AI의 등장으로 머지 않은 미래에 기존의 수많은 직업군이 소멸되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학자들은 젊은이들이 앞으로 평생 3번 이상 직업을 바꾸며 살아야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의사라는 직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아직은 AI의 판단이나 시술이 인간을 능가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의료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할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변화에 부응해서 수술, 검사, 처방을 기본으로 하는 현행 진료수가체계도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테면 전화진료처럼 전에는 무료로 해주던, 의료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건강상담’이나 치료를 위한 적절한 진료기관을 소개해주는 ‘알선행위’도 의료기관의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 있다. 

이에 반대하는 동료 의사들은 원격진료를 시행하면 서울로, 또 3차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어 1차 의료의 몰락을 가속화하고 원격진료 기자재 구입 부담으로 IT업체만 배불릴 것이라고 예상해 반대해 왔다. 

또 비대면진료가 한시적으로 코로나 상황에서만 용인되고 있지만 원천적으로, 특히 초진환자의 비대면진료는 의료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있다. 비대면진료에 대해 배운 적이 없는 상황에서 진료의 정확도나 안정성 문제를 지적하며 오진과 의료사고에 대해 우려하는 한편, 비대면진료가 손쉽게 처방전과 진단서를 발급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같은 우려 때문에 의협도 그동안 반대로 일관했지만 전화진료를 통한 비대면진료 시행 후 아직까지 별다른 부작용은 보이지 않고 있다. 치료나 검사가 필요할지 등에 대한 건강상담이나 자가혈압·혈당 측정 후 간단히 처방전을 리필해주는 일 등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 

원격진료는 큰 그림으로 생각한다면 의료계가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국내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불필요한 원격진료는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원격의료 반대 정책은 국제정세를 무시하고 쇄국을 고집하던 조선 말기가 연상된다. 

내국인만 원격의료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으나 그 대상이 지역주민뿐 아니라, 교포 또 그들의 지인, 전세계인이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해외동포의 수가 790만명이고 해외에 주재원으로 나가 있는 해외체류자와 주변 지인의 수를 더하면 그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어차피 기술의 발달은 의료의 형태를 변화시키고 우리는 적응을 모색해야 한다. 환자수가 크게 늘어난다면 오진이나 의료사고에 대해선 의료사고보험이라는 대비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의료’의 발달로 의료관광이 정부의 추진과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의료관광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있다. 간혹 해외에 나가있는 친지나 환자와 국제전화로 상담을 해주면서 해외주재원이나 교포의 의료수요가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들이 입국해서 진료를 받으면 비급여나 국제수가를 적용받게 된다. 국제의료수가는 암수술 등 중난이도의 진료비도 억대를 훌쩍 넘긴다. 

20년 전에 방문했던 미국 대체의학병원 관계자들은 한국 말기암 환자를 데려오면 진료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중개보수로 제시하고 있었다. 국내 환자진료에서는 이같은 보수를 받는 것이 불법이지만 의료관광비자로 입국하는 외국 환자를 유치하거나, 특히 의사가 의료관광사업자로 등록하면 이런 식의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현재 세계 각국에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한국계 의사 2만여명이 활동하고 있고, 이중 8개국에는 한인의사회가 있다. 세계한인의사회(WKMO)도 조직되어 있다. 화상진료시스템만 잘 갖추어져 있다면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진료나 상담에 있어 언어의 장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최근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회의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정부는 3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1000만원 상당의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소상공인에게 거의 무료로 지원해주고 있다. 이 화상회의시스템을 약간만 손보면 휴대폰이나 노트북만 가지고 어디서나 원격진료가 가능한 툴로 활용할 수 있다. 

아직은 법적으로 진료는 진료실에서만 해야 하고 의료관광 외 다른 비자로 입국한 교포는 비급여진료만 가능하기 때문에 의뢰수수료를 청구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와 협의하면 외국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법·제도 정비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 과정을 의사회가 주도한다면 수가 문제 등 다른 사안을 두고 정부와 협상할 때  이를 레버리지로 삼을 수도 있다. 

또한 교포나 외국인 환자의 진료상담비, 3차병원으로의 중개를 통한 수입 등을 생각하면 원격의료가 개원가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도 있는 만큼. 개원의 입장에서도 원격의료(원격진료) 도입을 마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제는 원격의료에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필자 약력 
- 57년 서울생 내과전문의
- 고려의대/연대보건대학원병원경영학석사
- 애경내과원장/구로구의사회장
- 전)세계한인의사회설립준비위/사무총장
- 전)자유선진당 의료조직분과위원장
- 전)서울시의사회총무이사
- 전)내과/대한개원의협의회 무임소/사업/법제이사

 

※ 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