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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 재응시 불가' 뒤집나…다급한 정부 "국민여론 좀 변해"
'국시 재응시 불가' 뒤집나…다급한 정부 "국민여론 좀 변해"
  • 뉴스1
  • 승인 2020.12.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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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교수 200여명이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부산대병원 제공)2020.9.3/뉴스1 © News1 노경민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정부가 국가고시 응시 거부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책 공론화의 불을 지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세로 의료인력 과부하가 심각해진데 따른 고육책인데, 그간 공정성·정당성을 내세워온 정부가 스스로 원칙론을 깼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국시거부 의대생 구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현 위기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의료인력 수급 부족 우려를 외면해온 정부의 근시안적 판단에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에 등 돌린 전공의·의사단체의 싸늘한 여론을 풀어내는 것도 난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와 관련 "국민 여론 때문에 굉장히 신중했는데, 조만간 정부가 현실적인 여러 상황을 고려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시험 기회 부여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총리와 복지부가 국시거부 의대생 구제책에 관한 고민과 일부 전향적 태도를 간접적으로 표명한 적은 있었지만 그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총리의 이번 발언은 그간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워온 정부 입장의 급선회를 의미한다.

9·4 의정합의 이후 정부와 의료체계 개편 협상테이블에 다시 앉은 의료계는 국시생 구제를 선결조건으로 요구해왔다. 반면 파업·국시거부 사태를 계기로 여론을 등에 업은 정부는 난색을 표하며 느긋한 태도를 취해왔다. 2차 유행세가 잡힌데다 내년 상반기 백신공급도 예상되는 등 협상 국면도 정부에 유리하게 조성됐다.

하지만 12월들어 3차 대유행이 현실화하자 정부가 다급해졌다. 1·2차때와는 달리 방역관리 능력을 뛰어넘는 확산세를 보였고, 특히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집중 창궐해 병상은 물론 의료진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백신 1분기 공급도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병상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학병원 등을 대상으로 병상확보 행정명령 조치에 나섰다. 정부가 과한 것 아니냐는 반발도 일부 있지만 현 확산세를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만나 주먹을 맞대고 있다.2020.8.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당면한 병상부족 문제는 임시변통책으로 틀어막았지만, 의료진 부족은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내년 1분기 백신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장기화가 불가피한데, 국시거부 사태로 내년에만 2700여 명의 신규의사 공백 사태가 예상된다. 내년 공보의 수급 부족도 300여 명에 달할 것이란 예측이다.

의료진 숫자는 그대로인데 수요는 급증하면서 선별진료소 현장과 일선 병원에서는 의료진의 '번아웃'(탈진)이 잇따르고 있다. 자칫 의료체계가 붕괴될 경우 그 후폭풍은 재난상황에 준할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코너에 몰린 정부가 의료계에 다시 손을 내미는 양상이지만 해결책을 도출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불가피하다. 우선 국가시험 기회의 재부여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전례로 남아 국시 권위의 손상은 물론, 향후에도 다른 국시에서 공정성·정당성 시비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의사 파업·국시거부 반감 여론을 등에 업고 의료정책을 추진해온 정부가 입장을 뒤집으면서 역풍도 예상된다. 정 총리는 "국민 여론도 좀 변하는 것 같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의사들을 향한 대중의 싸늘한 시선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반론이 높다.

전공의단체에서 정부의 공식사과와 함께 재시험 대신 면제를 요구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미 틀어질대로 틀어진 국시 구제 대상자들과 정부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에서 의원을 운영 중인 한 전문의는 SNS에 "구걸을 구제라고 하고 있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 의사단체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체계 개편 동력이 크게 저하, 정책추진이 공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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