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팩트'까지 틀려가며···법안통과 밀어붙이는 이유 있나?
[칼럼] '팩트'까지 틀려가며···법안통과 밀어붙이는 이유 있나?
  • 박승민 기자
  • 승인 2020.12.18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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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청구 간소화법' 심사한 법안소위서 정부측, 사실과 다른 발언
의료계·시민단체 반대, 여당의원도 '신중' 요구···억지 아닌 설득 필요

"이 (건강보험) 자료가, 지금 우리 정부의 입장은 심평원으로 다 보낸다는 거지요, 그렇지요? 전산으로 가기 때문에." (성일종 위원)

"예."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의료보험과 관련되기 때문에 가는 것 아니에요? 심평원에 의료보험 되는 것만 가나요? 되지 않는 것도 가나요?" (성일종 위원)

"되지 않는 것도 갑니다." (도규상 부위원장)

지난 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하 간소화법안)에 대해 심사하면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과 도규상 금융위원회부위원장 간에 오간 대화 내용이다.

간소화법안은 보험소비자가 보험료 관련 자료를 의료기관에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직접 중계기관(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자료를 보내고, 중계기관은 전산을 통해 이를 다시 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정무위 속기록에 나온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도규상 부위원장은 현재 심평원이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 내역 등은 물론,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부분에 대해서도 모두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는 이미 심평원에서 급여는 물론, 비급여 정보까지 모두 관리하고 있는 만큼, 간소화법안 시행에 필요한 법적, 제도적 준비가 되어있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심평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심평원의 역할은 의료기관이 건강보험공단에 진료 내역에 따른 비용을 청구하면 진료비 내역을 심사하는 것”이라며 “비급여는 말 그대로 병원이 임의로 받는 것으로, 건보공단에 청구하는 부분이 아니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심평원에서 비급여 관리를 특정지어 하는 업무는 없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도 어김없이 논란이 된 간소화법안은 앞서 20대 국회에서 의료계뿐 아니라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심평원 노조가 포함된 무상의료운동본부에서도 ‘보험가입자 편의성 핑계로 보험업계 숙원사업 해결하려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폐기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올해 총선을 앞두고는 각 정당에 간소화법안 반대 여부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결국 이날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간소화법안은 여야 의원들이 “업계간 협의가 필요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의결이 보류됐다. 하지만 정부측 도규상 부위원장은 “10년 이상 논의를 하고 해결하지 못한 묵은 과제”라며 “3800만 보험 소비자 입장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강력한 추진 의지를 나타냈다. 

이쯤 되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비단 의료계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대하고 여당 의원들까지 '협의가 필요하다'며 신중을 기하자고 하는 법안을 정부는 왜 밀어붙이는 것일까. 더구나 금융위 부위원장이 심평원에 비급여 정보도 제공된다는 '가짜 뉴스'를 말하면서까지 추진 의지를 보이는 저의(底意)는 무엇일까.

정부는 실체가 불분명한 '소비자'를 들먹이며 '소비자가 꼭 필요로 하니 통과시켜야 한다'고 억지를 부릴 것이 아니라, 해당 법안이 정말로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하고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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